[이슈] ‘언론에 재갈’  징벌적 손해배상제
[이슈] ‘언론에 재갈’  징벌적 손해배상제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7.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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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겨냥한 언론 탄압 입법 쏟아낸 정부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른바 언론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언론 관련 법안들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7월 13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3건을 추가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기존 언론중재법 개정안 13건에 3건이 추가돼 총 16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은 이들 개정안을 7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문체위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13건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7월 6일 소위에서 이들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했다. 13건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언론중재위원회 구성 변경 등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번에 새롭게 상정된 개정안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다. 김용민 의원안에는 ▲고의·중대한 과실에 따른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피해자가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금액을 언론사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정정보도는 원래 기사와 같은 화면·순서·분량·방법 등으로 하며 ▲언론사는 정정보도 알림 표시를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영찬·박정 의원안은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를 손해액의 3배까지로 한정했다.

개정안 가운데 특히 논란이 거센 것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위원장 김용민 최고위원)는 7월 14일 회의를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허위 또는 조작 보도를 했을 때 피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는 일정 액수 이상을 배상하도록 하는 안을 잠정 결론지었다.

이 안은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쏟아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 13건을 묶어 7월 초 특위가 만든 ‘대안’ 성격이다. 

민주당은 특히 배상액에 하한선을 두기로 했다. 하한선은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1000분의 1 등이 거론된다. 예를 들어 연간 매출액이 1000억 원인 언론사는 1000만 원(1만분의 1)∼1억 원(1000분의 1)이 최저 배상액이 되는 셈이다. 

언론개혁입법이라는 미명하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안하는것은 새로운 언론 탄압 방법이 될 우려가 있다.
언론개혁입법이라는 미명하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안하는것은 새로운 언론 탄압 방법이 될 우려가 있다.

언론행위 위축시키는 과잉 입법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하한액을 규정한 사례는 유례가 없다는 입장이다. 7월 6일 문화체육관광소위원회에서 문체부는 “하한액을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언론법학회 회장)은 최근 세계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비교법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허위의 언론 보도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하여 다양한 구제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언론사의 오보로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면 민사상뿐만 아니라 형사상 책임을 묻는다.

형사 명예훼손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폐지되는 추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형법 제307조 제2항)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경우(동법 제1항)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정보통신망법도 유사한 형사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기자가 명예훼손죄로 구속되기도 하고, 처벌받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헌 여부가 문제되자, 헌법재판소는 3월 25일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만약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형사처벌조항은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형사처벌이 유지되고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과잉규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당사자라고 할 한국기자협회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7월 13일 관련 성명을 통해 “현행 민법과 형법, 언론중재법은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정정보도로 구제를 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가중 처벌’로 헌법이 규정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크다.

‘언론재갈법’이라고 우려하는 까닭”이라며 “언론이 잘못된 보도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징벌을 강화해 본때 보이겠다는 방식은 눈엣가시 같은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짙다”고 우려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여권이 밀어붙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 “언론 관련 법을 만들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법을 제정함으로써 나타나는 긍정적 효과보다 언론 행위를 조금이라도 위축시킬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면 그 법은 제정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잉입법”이라며 “또 대형언론사도 물론이지만 징벌적 배상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들은 완전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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