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미동맹, 정말 ‘같이 가고’ 있는가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미동맹, 정말 ‘같이 가고’ 있는가
  • 아산정책연구원
  • 승인 2021.07.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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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 쟁점, 북한의 대응, 그리고 한국의 과제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은 <한미동맹의 현황과 도전: 김영호, 박원곤, 이상현, 차두현>이라는 제하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4년간의 한미동맹은 결속보다는 갈등의 여지를 더 많이 남긴 점에 우려를 표하며 그 대가를 바이든 행정부에서 치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미래한국>은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를 입수해 독자들에게 연속기획으로 소개한다.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한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미동맹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와 지역,  이슈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쟁 속에서 탄생하고 자유에 대한 공통의 애정으로 강화된 우리의 굳건한 동맹은 아시아와 세계 모두의 평화·안정에 필수적이다.” 2020년 7월 24일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외형적 수사(修辭)나 의전(儀典)적 행사만으로만 보면 현재 한미동맹의 상태는 최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는 외형적으로는 협력과 결속을 과시하고 있으며 정상회담 역시 활발했다. 한미 양국은 2017년 5월 출범 이후 2019년 9월까지 총 9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공히 상대방에 대한 찬사와 긍정적 평가를 주기적으로 내놓았으며 평창올림픽 개최, 북한 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 공동보조를 강조해 왔다.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1년 2월 4일에도 바이든 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한미동맹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 for peace and prosperity in Northeast Asia)’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이면에서는 적지 않은 갈등요인이 부각되었고, ‘동맹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에 있어서의 입장 표명, 방위비 분담 등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특히 201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미 간 방위비분담협정(SMA)은 현재까지도 완결되지 못했다. 이를 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은 분열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미 목소리의 노골적인 문제 등에 있어서의 이중적 접근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은 반면, 이것이 단순한 “정략적 주장”이며, 미국에 대해 할 소리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반이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서 그대로 반증된다. 그는 2020년 2월 미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찬에서 한국인들이 ‘끔찍한 사람들(terrible people)’이며 제대로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 한국을 미국이 지금까지 지켜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시선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점이 노출되어 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동맹의 수혜를 주로 보는 쪽은 한국이며 한국이 더 많은 역할·부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한국이 미국을 ‘벗겨먹는(rips-off)’ 부자 나라라는 언급을 해온 그는 미군이 한국을 ‘보호(protect)’해왔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비용지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수시로 표출해 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체제 내에서 한국이 이미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미국의 접근이 부당하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맹의 호혜성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은 양자 간 “서로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미동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세계적 동맹 네트워크는 이미 재편되고 있으며 효용성에 따라 동맹 방기(abandonment)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주한미군의 감축·철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2020년 10월 14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2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결과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어 언론 및 분석가들의 주목을 끈 바 있다. 

실제로 한국 국방부 역시 이러한 주한미군 조정계획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 반면, 국내 일부에서는 워싱턴의 행보가 단순한 압력성이며, 미국이 동맹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오히려 한미동맹이 ‘냉전동맹’이며, 우리가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동맹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미가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미래의 균열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한미동맹의 상태가 ‘위기’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다음의 요건을 충족하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동맹 간 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위기는 아니며 이를 제대로 관리할 여건이 되어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① 이견이나 갈등이 근본적 인식 차이에서 나온 것인가?
② 인식.입장 차이의 해소에 있어 양측이 서로를 신뢰하는가?
③ 균열이 앞으로도 지속될 우려가 있는가? 즉, 현재의 시점에서 중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한가 그리고 이를 한미 양국이 제대로 ‘공유된’ 시각으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따라 위기의 실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시각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관련 시각 및 접근법을 고려할 때 우리는 결코 이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내리기 힘들다. 일단 정부도 현실적인 한미동맹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태도를 유지해왔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절대 다수가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동맹의 유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3%가 향후에도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러한 인식은 2014년 여론조사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FA)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을 상대로 실시한 2019년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1000명 대답자의 92%가 미국과의 동맹을 지지했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미국 갤럽이 2018년 실시한 미국인의 대외인식 여론조사에서도 77%가 한국에 호감도를 가진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 역시 외형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당선 이전(2월) “한미동맹과 FTA가 매우 중요”하다고 발언(Atlantic Council 이사장 면담에서)한 바 있었으며 2017년 6월 정부 출범 이후 방미 시에는 한국전쟁 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감사의 뜻을 표명했다.

“흥남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역할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긍정적 평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2020년 1월 9일 주미대사관·全미주지사협회(NGA) 공동 개최 리셉션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지칭한 바 있다. 다만 국정과제상의 한미동맹 비중은 이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 되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외교·안보 분야 국정과제 중 2개 분야(한미동맹 발전, 전작권 전환 여건 평가)를,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1개 분야지만 포괄적 과제를 선정(동맹 발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위에 전작권 조기 전환”으로 주로 전작권 분야에만 초점을 맞췄다. 

다만 위협 인식에 있어 한미 양국 정부는 분명한 편차를 보여왔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방위동맹’의 최대 위협은 여전히 ‘북한’이며 그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위협 인식은 동맹의 가장 핵심적 존립 논거이며 그렇지 않으면 동맹의 기반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2018년 김정은 신년사의 대미 ‘핵단추’ 발언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대미 ‘핵단추’ 발언으로 북한은 한반도를 넘어 미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부각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정확한 평가나 인식이 회피되는 분위기이다. 예를 들어 ‘국방백서 2018’은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희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또한 2019년 북한의 잇단 미사일·방사포 발사에 대해 고위 안보·국방당국자가 모두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다”  (안보실장, 국방장관)고 답했으며 11월 연평도 포사격에 대해서도 미온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태도는 2020년 3월의 북한의 잇단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한국 방어를 위한 성주 사드기지 진입로는 여전히 반미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 방어를 위한 성주 사드기지 진입로는 여전히 반미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친중과 미북 양비론의 위험

한반도 안보 위협의 근원에 대해서도 미북 양비론(兩非論)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는 입장을 표명했다. 가령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는 북한의 ‘핵군축회담’ 논리로도 이용 가능하다.

‘핵군축회담’은 미북이 ‘핵무기보유국 對 핵무기보유국’으로서 상호간에 핵위협의 감축을 해나가자는 것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이 북한과 한미동맹(미국)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로 호도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족공조’에 대한 기대로 인해 위협 인식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의 여지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남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부터 민족공조 입장을 강조했으며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이 원칙이 더 강조되었다. 평양공동선언의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는 내용은 한반도 비핵화 협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대미 ‘민족공조’로도 읽힐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19년 5월 17일 취임 5주년 기념 기자회견 때 등장했으며, 2020년 신년사(1월 7일)에서 재차 강조된 남북한 ‘생명공동체’는 미래를 향한 비전이지만 한미 간 중대한 위협인식의 차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중요한 인식 차이가 존재함으로써 미래 위협인식의 괴리는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중국의 현재 행태나 정책을 묵과할 수 없으며,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을 다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한국 내에서는 중국의 부상(浮上)을 역전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로 인해 미중 전략경쟁에 ‘연루’되는 것을 우려하는 단계를 넘어 중국과의 선린을 강조하는 움직임 태동하고 있다. 

2020년 1월 28일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중국은 우리의 소중한 친구이므로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경사론으로 비칠 수도 있는 성격의 것이었다. 한국 사회 내 ‘자주’에 대한 지나친 집착 역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 국가에 있어 ‘자주’의 가치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나,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오히려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 국가주권의 수호·행사 및 민족 자결권은 현대 국가의 권리이나, 이것이 ‘상호의존’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해석해서는 ‘자주 강박관념’에 빠질 오류가 있으며, 부정적 역사의 책임을 대부분 ‘외세’에 돌리는 ‘폐쇄적 자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주’의 가치가 한미동맹과 결부되어 강조되는 경향이 많아졌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통령이 군사주권이 없는 건 아닙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싫다 나가라’ 하면 끝입니다. 나가야 됩니다”라는 발언이나, 2020년 금강산 개별관광과 관련해서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해리스 주한 미 대사의 발언을 ‘조선총독’에 비유한 발언은 그 대표적인 것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에서도 이러한 자주 강박관념은 나타난다. 전작권과 관련하여 이를 ‘전환’이 아닌 ‘환수(regain)’로 다시 표현하기 시작한 것 역시 일종의 자주 집착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소극적 태도 역시 한미동맹의 유지·발전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비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한미 간의 공통분모를 축소시키는 일이다. 

이는 결국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에 대한 거부감으로도 나타난다. 한미일 안보협력 가능성을 배제한 사드 관련 ‘3不’ 정책이 그 대표적 사례이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과 관련된 한일 갈등에서도 일부 학자들의 우리 측 논리에서 표출되었던 우리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한미 간 신뢰 저하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북핵 대응 문제이다. 2018년 남북한 및 미북 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당시 한미의 거듭된 설명은 결국 제재 효과와 강력한 압박이 주효했다는 것이었으며 초반에는 대외적으로 이를 강조(2018년 3월 안보실장 방미시의 브리핑 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제재 무용론’과 북한의 전략적 결단에 무게를 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결국, 제재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의 EU 순방 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순적 행태로 이어졌다. 또한, 대북제재 해제, 한미 연합 연습·훈련의 중단 등 북한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암시하면서도, 확실한 비핵화 검증조치나 비핵화 로드맵의 작성 등과 관련해서는 관련 의제를 북한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의 부진이 미국의 ‘낡은 각본’에 있다는 북한의 논리를 강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한미동맹을 남북한 관계 발전에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성적으로 유지한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

잠재한 한미간 북핵 갈등

한미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우려는 양국 간의 현안 이슈를 감안할 때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핵 문제 해결을 놓고도 양국이 진정으로 공통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018년 김정은이 한국에 대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1차 특사단의 방북 결과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핵과 재래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확약’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북한 핵 위협을 ‘한반도 위협’이 아닌, ‘미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한국이 북한 핵위협에 대한 최대의 잠재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미북 간의 이슈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의 남북한 전략 능력의 불균형은 불가피하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이 전략적 우위를 쉽게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후속 정권이 불사용 약속을 계속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또한, 북한 핵 능력 해체에 가장 절실해야 할 것이 한국이지만, 그동안 추진된 대미.대북 정책에서는 이러한 절박성이 보이지 않는다. 2018년의 합의대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이 유지되고, 북한 핵 동결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한반도는 여전히 타격 거리 내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남북한 관계 차원에서도 거듭된 조기 비핵화 촉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에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완전한 북한 핵능력 해체 시까지 안보태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핵 억제력의 확보에도 적극적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재래 전력을 통해 북한 핵위협을 억제한다는 원칙만 반복되었을 뿐, 한미동맹 차원에서 핵 공유(nuclear sharing), 전술핵 재배치 등 다양한 대안을 미국 측에 제시하고 협의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노력은 미진한 사드 배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 선거 과정과 정부 출범 직후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피력하였다. 2017년 5월 20일 사드 발사대 추가반입(2기는 2017년 4월에 반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진상조사’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임시배치’를 수용했으나 정규 배치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17년 9월 성주에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한 이후 현재까지도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종료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이는 사드 기지건설 비용 분담의 적절성, 사드 관련 논란의 지속 등의 문제점을 계속 유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사드 조기 철수를 타진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결국 사드 배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논거가 동맹의 존속 논리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에 대한 비판론은 북한에 대한 자극 가능성을 우려하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 포석에 우리가 연루될 수 있다는 논거를 담고 있다. 

즉, 미국이 북한 핵위협보다는 중국 포위·견제용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했으며, 한국보다는 주한미군 방어용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사드 관련 ‘3不’ 정책 자체가 우리 주권을 포기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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