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들의 이유 있는 反中
청년세대들의 이유 있는 反中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8.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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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언급하며 “우리는 분명히 민주주의의 적들과 싸워야만 할 것”이라며 홍콩 사태 등에 있어 ‘중국 정부의 잔인함’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경도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국민은 이 같은 점에 불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이 대표를 공격하며 나섰다. 

흥미로운 점은 환구시보의 주장이었다. 환구시보는 “이 80년대생 한국 정치인의 발언은 너무 유치하고 생각이 없어 국제관계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게임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한국에서 80~90년대생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서로 다투는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들이 중국을 포함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와 중국에 대한 태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준석 대표의 중국 발언을 한국의 청년세대가 가진 중국에 대한 반감으로 해석하면서 흔히 MZ세대라 불리는 한국의 2030세대가 가진 반 중국 정서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외신에 보도된 한국 시민단체들의 반중시위 모습
외신에 보도된 한국 시민단체들의 반중시위 모습

청년세대의 ‘K-자부심’

한국 청년세대의 반중정서는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8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MZ세대의 중국 혐오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대로 드러난다.

‘한반도 주변국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감정을 온도로 표시하라’는 질문을 했더니 20대가 중국에 대해 느끼는 온도는 12.8도, 30대가 느끼는 온도는 20.1도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지난 6월 국민일보가 지령 1만호를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질문에 51.7%가 중국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일본이라는 응답은 31.2%였다. 반중 감정은 MZ세대 내에서도 연령이 낮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서 더 강했다.

18~24세 응답자의 60.3%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중국을 택했다. 25~29세(46.7%), 30~34세(49.1%), 35~39세(48.8%)보다 응답률이 더 높았다. 특히 18~24세 남성은 62.9%가 중국이 가장 싫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청년층이 중국에 대해 이렇듯 강한 반감을 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K를 생각하다’를 쓴 1994년생 임명묵 작가는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MZ세대의 반중 원인을 ‘문화적 자긍심 대결’과 이에서 비롯되는 ‘애국심의 발로’에서 찾는다.

MZ세대에게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국에 대해 비교 우위에 있는 선진국이라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MZ세대의 반중정서는 최근 여러 사건에서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난 3월 태종 이방원이 악귀와 손을 잡고 조선을 건국했다는 판타지 성격의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MZ세대는 이 내용을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받아들였던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대 여론이 급속히 퍼지며 드라마 방영을 중단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만에 21만명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와 미세먼지, 사드 보복 등이 청년세대의 반중 감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는 주장도 자주 제기된다. 한마디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힘으로 누르려는 태도에 청년들이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 내에서도 남성은 미세먼지, 서해 불법 조업 등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누르는 형태의 문제에서 반중 감정을 느끼며, 여성은 한복, 한옥, 김치 등 한국의 정체성 요소를 빼앗으려는 시도에 반중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1994년생 임명묵 작가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런 태도는 왜 2030 청년세대에게 유난히 두드러지는 것일까. 이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소비자를 집중 연구하는 국내 유일의 MZ세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의 2020년 설문 조사 연구에 의하면 선진국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등장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기존 선진국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엿보였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Z세대(10~20대)에서 4위(54.0%), 밀레니얼 세대(20~30대) 3위(51.0%), X세대(40~50대) 7위(47.0%), 86세대(50~60대) 9위(41.7%)로 나타났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X세대, 86세대보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4~5년 전만 해도 한국을 ‘헬조선’이라 자조하며 해외로 나가는 것을 꿈꿨던 MZ세대의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눈에 띈다. 다만 이러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기존 세대의 애국심과는 다소 상이한 형태를 갖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은 X세대(77.0%)와 86세대(84.3%)가 비교적 높았으나 Z세대(66.3%)와 밀레니얼 세대(63.7%)도 절반 이상이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위기일 때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응답도 Z세대 63.7%, 밀레니얼 세대 62.3%, X세대 79.3%, 86세대 83.3%로 전 세대에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에 대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X세대(46.3%)와 86세대(55.3%)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나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MZ세대의 긍정 응답률은 Z세대는 29.0%, 밀레니얼 세대는 28.7%에 그쳤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애국심으로 여겼던 과거의 인식과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국심에 대한 인식 차이는 ‘세대별 애국심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X세대(29.0%)와 86세대(34.0%)는 ‘경제위기, 산불, 전염병 등 우리나라가 재난 상황이나 위기에 처했을 때’ 애국심을 비교적 크게 느꼈지만 Z세대(29.0%)와 밀레니얼 세대(23.3%)는 ‘K-pop, 킹덤, 게임 등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의 인정을 받을 때’ 애국심을 비교적 크게 느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K-방역, K-마카롱, K-웹툰 등 ‘K-OO’ 키워드와 국뽕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애국심으로 이어지는 MZ세대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MZ세대의 이러한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은 한편으로는 불안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자기 방어와 도피의 심리기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흔히 3포세대라 불리는 20대 청년층과 이제 직장을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30대에게 대한민국의 경제적 현실이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는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여러 연구들과 주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30세대들의 가치관을 들여다 보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이 세대들이 가진 중국에 대한 반감에는 보다 보편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는 집단 가치와 도덕의 준거점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7월 12일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연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7월 12일 국회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연합

중국, MZ세대의 존중과 배려라는 가치관 이해해야

2020년 11월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외주 용역으로 발주한 ‘116개 키워드로 살펴 본 청년세대 가치관과 주요 의제 연구’ 보고서는 이 질문에 중요한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동 보고서에 의하면 M세대와 Z세대는 모두 ‘존중과 배려’를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고, 특히 Z세대는 존중을 1위로 꼽아 116개 가치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두 세대가 존중과 배려를 중요하게 평가한 이유는 달랐는데, M세대에서 존중과 배려가 높은 것은 사회생활에서의 압박과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약했던 시대에 성장을 하면서 존중과 배려에 대한 결핍이 반영된 결과이고, Z세대에서 높은 것은 존중과 배려가 개인의 취향 그리고 친밀한 관계에서 또는 나의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시 말해 M세대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세대로서, 사회생활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 배려의 부족, 그리고 획일화된 교육과정과 체벌이 존재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성장 과정에서 존중을 받았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M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모두 존중의 결핍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편 Z세대는 취향이나 개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취향이나 개성은 타인으로부터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이해받고 배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존중이나 배려는 친밀한 관계에서 혹은 나를 중심으로,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키워드이다 보니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Z세대가 존중과 배려, 신뢰를 중시하는 데는 SNS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SNS 활동을 통해 나에 대한 응원과 존중, 배려의 관계를 원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러한 MZ세대의 ‘존중’, ‘배려’의 가치관은 자연스럽게 M세대와 Z세대 모두 안정과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중요하다고 평가한 것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Z세대는 저성장 시대에 태어났고, 자라면서 불안을 조장하는 SNS와 뉴스를 수없이 보며 성장한 이유가 지목된다. 그런 탓에 이들에게는 생존에 대해 내재된 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이들에게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중요한 미래가 M세대보다 더 많아 M세대보다 더 현재와 미래에 대해 불안할 수 있다. 

이에 반해 M세대는 취업해서 3~5년, 10년 정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경로가 정해져 어쩔 수 없이 덜 불안하게 되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또한 M세대가 느끼는 불안은 생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 잘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생기는 불안이었다.

결국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존중과 배려라는 가치를 욕구하게 되며 여기에 중국이 보여주는 한국에 대한 태도는 존중과 배려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MZ세대 모두에게 다른 세대에 비해 반중을 넘어 혐중에 가까운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이 대한민국 청년세대들의 반중 의식을 누그러뜨리려면 한국에 대한 호혜정신과 존중, 배려라는 태도적 변화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한 점에서 중국 정부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국 발언과 인터뷰에 무작정 공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이 대표의 관점이 한중관계의 미래를 이어갈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관점이라는 점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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