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4월 총선 개입한 청주 간첩단…대선은?
[이슈] 4월 총선 개입한 청주 간첩단…대선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8.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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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딨어?” 모 정치인이 했던 말이다. 그런데 간첩이 잡혔다. ‘활동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청주 기지에 배치된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지역 주민을 선동하는 등 간첩 활동이 드러나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따르면 ‘자주통일충북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북한 측으로부터 충북지역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 명을 포섭해 스텔스기 도입 반대 운동을 벌이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른바‘ 청주간첩단’ 4명이 8월 2일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명이 구속됐다/ .연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른바‘ 청주간첩단’ 4명이 8월 2일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명이 구속됐다/ .연합

2019년 7월 12일자 친북 인터넷 매체는 ‘충북지역 단체들, F-35A 스텔스전투기 추가 도입 반대 본격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이들은 “F-35A 도입은 남북 정상간에 2018년 9·19 평화공동선언과 군사이행합의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항이며, 중국, 러시아, 북한까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조성된 분위기와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들의 여망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기만행위”라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과정에서 제시된 증거도 북한과 연계된 간첩단 사건임이 명확해 보인다. 이른바 충북 청주지역 활동가라 불리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 회원 4명(3명 구속)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동식저장장치(USB)에 피의자들과 북한 공작원이 2017년부터 최근까지 주고 받은 지령문과 보고문 80여 건이 암호화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이 대남공작을 전담하는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225국) 소속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개입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 청주지역 활동가 4명이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받은 지령들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수십 건의 지령문에는 국내 정치 상황과 결부된 ‘반보수 투쟁’ 주문이 포함됐다. 검찰 개혁 법안 통과, 야권 후보들 낙선, 유튜브 활용까지 지령은 다양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서는 “청주지역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들을 적폐 세력으로 몰아 낙선시키고,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을 적폐 정당으로 낙인시켜 지지율을 하락시키기 위한 선전전을 기본으로 전개하라”는 북한 지령도 받은 것으로,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그 내용을 보면 ▲ (21대) 총선 투쟁 계획을 현실성 있게 작성하여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보고해주기 바란다.(북한 대남공작부서 문화교류국의 지령) ▲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간부를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민주당 ○○○ 의원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자주통일 충북동지회’ 대북보고문) 는 등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북한의 지령에는 조국사태도 거론됐다. 북한 문화교류국은 2019년 10월 20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인해 동요하는 중도층 쟁취 사업’을 지령으로 내렸다. 북한은 조 전 장관 사퇴를 “현 사태가 보수의 부활과 정권 찬탈을 노리고 초불(촛불) 민심의 적폐 청산, 검찰 개혁에 도전해 나선 보수 세력의 기획적인 재집권 책동에 의하여 빚어진 정치적 혼란”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내용 모두 소위 자주통일충북동지회가 은밀히 보관하고 있던 USB 저장장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 저장장치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원수’로 표현하며 혈서로 충성 맹세한 사진도 발견됐다. 

북한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 충북도지회’는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지령에 따라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는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시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간첩단 등 한국 대선·총선 개입이 일상화된 북한 

은밀히 암약하던 간첩단을 찾아 내고 구속한 것보다 세간에는 문재인 정권에서 간첩단 사건이 공개된 것에 더 충격을 받는 모양새다. 만약 이들 간첩단 사건이 보수정권 하에서 언론에 드러났다면 진보단체들은 ‘공안정국’이라면서 크게 반발했을 것이 자명해 보였던 것.

그런데 이번 충북동지회 사건은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다름 아닌 박지원 국정원장 체제에서 만천하에 공개됐다. 더욱이 북한과 대화를 간절히 바라던 문재인 정권에게는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사항이다. 게다가 현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24년부터 대공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가게 된다. 그 직전에 국정원이 잡은 간첩단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국정원이 자주통일충북동지회를 추적해온 것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미얀마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것을 포착하고 공작금까지 건네 받은 증거도 구속영장에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 ‘활동가’ 가운데 일부는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캠프 특보로 활동했고 여당 중진과 함께 통일 사업도 추진했다는 등의 의혹도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도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연 간첩단은 충북에만 있었을까? 충북 간첩단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썼다. 유 전 의원은 “간첩활동으로 구속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가 북으로부터 받은 지령들을 보면, 북한이 간첩들을 조종해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와 국내 정치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한 74명의 여권 국회의원들, 그리고 걸핏하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쳐온 민주당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밝힌 간첩단 사건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면서 강한 어조로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 유동열 민주연구원장도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동열의 안보전선’을 통해 청주지역 간첩단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방송했다. 유 원장은 “북한이 한국의 권력재편기 때마다 선거공작을 전개하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북한 정권의 목표인 ‘적화(赤化) 통일’에 유리한 선동의 장(場)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이 한국의 대선이나 총선 등 정치 분야에 개입한 것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다고 언급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유 원장에 따르면 특히 북한은 1990년대 이후부터 진보정당 구축공작과 선거개입공작을 본격 전개했다고 한다.

▲ 1991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서 민중당 창당공작 ▲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 2003년 민노당 고문 강태운 간첩사건 ▲ 2006년 일심회 간첩단 ▲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 2021년 청주지역간첩단 등의 사건이 진보정당 강화공작과 대선과 총선 지원공작, 특히 직접 공작금을 선거에 지원한 사례로 꼽힌다. 

북한의 대남공작은 민족해방이라는 통일전략전술 차원에서 일관성을 유지한다. 한국 내 정권이 진보적이고 심지어 친북적 성향이라도 북한 김씨 정권의 민족해방전략 차원에서는 자본주의에 물든 ‘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통신선 복원과 차단 과정에서도 북한은 문재인 정권을 향해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하에서도 간첩들이 정보기관에 검거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북한의 문화교류국은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공작부서이다. 1974년 5월 노동당 산하 대외연락부와 문화부를 합쳐 만들어진 것이 ‘연락부’다. 그 이후 대남연락부(1975년 9월)→사회문화부(1988년 11월)→대외연락부(1997년 1월)→ 225국(2009년 2월) 등으로 명칭이 변경돼 왔다. 

지금의 문화교류국으로 불리게 된 것은 2015년부터다. 북한의 문화교류국은 과거 굵직한 간첩단 사건에 모두 관여됐다. 1992년 구국전위 사건,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2006년 일심회 사건, 2011년 왕재산 사건 등이 그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민족해방’이라는 통일전략전술은 적화통일이 되는 날까지 대남공작과 정치 개입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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