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코로나 봉쇄로 붕괴되는 北 장마당
[포커스] 코로나 봉쇄로 붕괴되는 北 장마당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8.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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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북한의 장마당이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장마당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평가했다. 이노스 연구원의 평가는 다름아닌 위성사진을 통한 분석이었다.

그녀는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장마당의 좌판들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는 북중 국경의 밀봉이었고 그 결과, 중국과 비공식 교역에 의존하는 북한의 장마당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노스 연구원의 이러한 분석은 북한 주민들이 의존하는 장마당에서의 식량난과 급등하는 생필품 물가가 뒷받침한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은 최근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중국의 한 소식통의 인터뷰 증언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보도했다. 

그는 “현재 북조선 시장에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물가가 너무 올라 일반 주민들은 아예 시장을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실례로 콩기름 5킬로그램짜리 한통에 중국에서는 30위안에 거래되는데, 북조선에서는 500위안까지 올랐다고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다. 

이 소식통에 의하면 8월 현재 북한에서는 사탕 가루(설탕) 10킬로그램짜리 한 포대는 400위안, 맛내기 300그램짜리는 200위안에 거래되고 있으며 중국보다 10배 가까이 오른 가격임에도 물건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가 아니라면 북조선 밀수꾼들이 중국에서 물건을 날라다가 폭리를 취했겠지만, 밀수 통로가 완전히 막혀 중국 물건이 전혀 들어가지 못해 물건 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와 보위성이 장마당 틀어 막아

북한 장마당은 북한 GDP의 약 30-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의 2015년 연구에 의하면 북한 주민 10명중 2명만이 배급을 받으며 나머지는 장마당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병연 교수는 2015년 당시 국내의 약 3만 명에 달하는 탈북자들과 신규로 들어온 탈북자들, 그리고 유엔기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통해 북한의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의 소득에 70-90% 정도 기여하고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이러한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북한을 오가며 밀무역을 하는 중국 사람들의 증언과 국내 탈북자들의 북한 친인척들과의 소식 교환의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코로나로 인해 북한 장마당의 사실상 붕괴는 북한 경제 시스템의 실질적인 붕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김정은이 이토록 예민하고 중요한 문제에 북중 교역 봉쇄라는 결단을 내렸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내 코로나로 인한 대형 참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미국의소리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 등에 의하면 현재 북한은 김정은 지시로 국경연선지역을 한국과 대치하는 군사분계선 수준으로 완전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정은은 지난 6월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며 고위 간부 여러 명을 해임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국가비상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경제사업, 인민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주었다”는 비판이 나온 점에 주목해 북한 군부와 일부 단위에서 김정은의 특별명령서를 집행하는 과정에 코로나 비상방역지침을 어긴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북한은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밀수 통로를 완전 막았다. 현재 이러한 국경 봉쇄는 북한군과 국가보위성이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체제가 비포용적, 권위주의적 엘리트 지배 체제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북한은 수령 김정은과 그를 결사 보위하는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 간에 이익을 공유하는 지배체제라는 것이고 이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직접 해가 될 수 있는 코로나 위협이 북한 주민들의 생계나 안전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비포용적 이해관계 모형이 궁극적으로 경제 실패와 체제 실패를 가져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도주의 경제학자인 애스모글리 MIT 교수가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자세히 논증한 바 있다. 같은 권위주의 체제라도 경제 참여의 이익을 국민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재산권과 소유권에 포용적인 체제는 경제가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고 지배층 간에 경제 참여와 이익을 분점하는 비포용적 체제는 실패해 왔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북한 장마당 경제 붕괴를 초래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북한 장마당 경제 붕괴를 초래한다.

애스모글리 교수는 그러한 예로 남한과 북한의 경제발전 차이를 분석해 제시했다. 북한은 모든 경제적 사업이 당과 군부 간에 분점되어 있다. 이 질서에 위협이 시작된 것은 바로 고난의 행군 실패로 등장한 시장경제형 장마당이었던 것이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은 ‘수령 결사보위’라는 주체사상을 통해 북한 지배그룹의 이익을 관철해 왔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옛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북한의 경제 네트워크가 붕괴되자 김정일은 개방과 개혁 대신 ‘우리식 사회주의’를 내세워 내핍과 착취의 동원 경제체제를 만들었고 그 결과 300만이 아사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당시 김정일과 그 지배 세력이 1940년대 스탈린과 1960년대 모택동의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집단 계획으로 엄청난 인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고난의 행군을 주창했던 김정일은 ‘소련과 동구의 몰락은 이들 사회에 자본주의가 침투했기 때문’이었으며 대안은 ‘김일성 수령님의 주체사상으로 무장하여 우리식 사회주의를 끝까지 관철해 낸다’는 것이었다. 

김정일은 이를 위해 선군정치를 내세웠다.

개방과 개혁에 반대하는 군부를 받들어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 모든 고난과 시련이 다름아닌 ‘美제국주의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증오론으로 자신들의 통치 정당성의 위기를 가려왔다. 이러한 경로의존적인 체제 유지 전략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코로나로 인한 장마당 붕괴라는 새로운 위기가 체제 위기로 진전되지 않기 위해 결단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또 다시 북한 주민들의 대량 희생을 각오하더라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실리추구를 통해 위기를 넘기려 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그 해결이 무엇이든, 인민보다는 비포용적인 통치 그룹, 즉 군부와 당의 이익이 보호되는 방향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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