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Insight]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미래 Insight] 중국 공산당, 기업 장악을 위해 미국 돈도 버리다!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8.3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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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 사태를 보는 시각  

오늘은 중국과 미국의 월스트리트 이야기이다. 디디추싱이라는 중국 기업이 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택시 비슷한 택시 호출 플랫폼 기업인데 연간 이용자가 무려 4.9억 명에 달한다.

이 기업이 6월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을 했는데 중국의 국가인터넷판공실(CAC)이 재를 뿌리고 나섰다. 중국의 인터넷 앱스토어들에서 디디추싱을 모두 내려 버린 것이다. 더 이상 새 손님은 받지 말라는 말이다.

디디추싱이 미국 정부에 중국의 지리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넘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지난 2020년 11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알리바바 그룹 계열의 앤트금융그룹의 상장이 예정일 직전에 취소되어 버렸다.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청약을 하려고 다들 벼르고 있었는데 황당하게 되었다. 그나마 그때는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의 상장이었다. 이번 디디추싱 사태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당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디디추싱뿐 아니라 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다른 기업들도 모두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기업은 이제 미국 돈 받지 말라는 신호로 보인다.

고립 자초하는 중국 정부

중국 기업은 그동안 미국 월스트리트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 올해만해도 130억 달러를 받았고, 지난 10년을 다 합치면 400개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760억 달러를 조달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덕분에 4000억 달러 미만이던 기업 가치가 1.7조 달러로 커졌다. 미국 증시가 중국 기업에 대박을 안겨줬던 것이다. 이번 디디추싱 사태는 이 모든 것이 사라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사실 공식적으로는 지금도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주식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디추싱, 알리바바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변동지분실체라는 이상한 이름의 편법 투자 방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편법적 투자 방식의 영어 이름은 Variable Interest Entity, 줄여서 VIE라고 하는데요. 주식 보유에 따른 권리를 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으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공식적으로 주주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주와 거의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주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약통제방식이라고 번역을 하기도 한다. VIE 방식이 편법이기는 하지만 공공연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모를 리 없다. 미국 자본을 끌어 쓰라고 모른 척 눈을 감아 줬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금지할 태세로 나오고 있다. 이제 중국 기업들이 외국 자본 덕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쫓아 내려고 했던 것은 트럼프가 먼저였다. 2020년 12월 그는 ‘해외기업 문책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에 서명했는데 3년 이내 미국 증권 당국에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상장 기업이 감독 당국에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중국 기업이 미국 정부에 감사 보고서를 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미국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눈감아 주고 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 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인 셈이다. 그래서 그 3년이 오기 전에 먼저 자국 기업이 미국 증시를 떠나도록 만드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가 아니더라도 홍콩이나 심천, 상해 증시에 상장할 수 있고 외국인도 거기서 투자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신뢰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앤트그룹 사건, 디디추싱 사건을 겪으면서 외국 투자자들의 중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다. 주가 하락이 그 증거이다.

이번 사태로 미국 투자자들도 치명타를 입었다. 당장 중국 IT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디디추싱만 보더라도 7월 1일 16.4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급락을 시작해서 7월 8일에는 11.20달러까지 떨어졌다.

무려 32% 하락이다. 길게 보면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중국은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처였다.

2020년 1년 동안 (정확히는 2020.1.31~2021.1.31) 미국, 중국, 신흥국 주식에 투자했을 때의 투자 수익률을 보겠다. 2021년 1월 31일 시점에서 중국 주식의 수익률은 40%를 넘는다. 신흥국은 20% 수준, 미국은 10% 정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 주식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매우 좋은 투자 대상이다.

그 덕분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많은 투자자들이 덕을 봤다.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각종 연기금들도 수혜자들이다. 이제 그 투자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세계 각처에서 반중국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에서 벌어진 반중국 시위 모습.
세계 각처에서 반중국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에서 벌어진 반중국 시위 모습.

미국을 필두로 서방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을 끊어 내고자 함은 세계인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비용을 치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돈과 정치는 별개라고 봤던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기업과 미국 투자자들 사이의 관계를 브로맨스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오히려 더 세게 나오는 것이다. 미국 돈을 포기하더라도 자국 기업을 온전히 공산당 통제 하에 두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Freedom Is Not Free’라는 경구가 생각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지키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묘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려면 중국 전체주의와의 대결, 그들과의 절연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경제관계가 그렇다. 하지만 그 돈에 연연하다 보면 자유를 잃고 노예가 될 수 있다.

Free 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대가를 치를 각오가 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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