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호남을 비하 말고 비판하라 
[심층분석] 호남을 비하 말고 비판하라 
  •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광역시 서구갑 당협위원장
  • 승인 2021.09.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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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 호남의 선택은? 下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에게 호남은 뜨거운 감자다. 영남의 표심은 여야로 갈려 있는 반면 호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남이 진보 일색의 선택만을 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호남의 정치적 선택에 미치는 근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미래한국>이 2회 연속 기획으로 이 뜨거운 이슈를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지난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당) 지도부가 5·18단체 관계자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었다. 5·18단체 관계자들의 요구는 5·18왜곡 처벌법, 여순사건 특별법, 아시아문화전당 특별법 등의 국회 통과에 협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우리 호남 사람들은 은혜를 받으면 반드시 갚는다”며 “호남의 숙원인 이런 법안 통과도 도와주지 않으면 호남 문제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우리 호남은 표를 집중해서 사용할 줄 안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우파정당이 그런 요구를 거부하게 되면 익숙한 공격이 나온다.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호남의 정치적 상징성 앞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거부할 명분이 약하기도 하다. 하지만 호남의 저 요구들이 과연 정당한가? 우파정당이 무릎을 꿇어야 할 사안일까?

필자는 5·18왜곡 처벌법이 통과된 후 그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5·18왜곡 처벌법은 호남의 가장 중요한 상징자산인 5·18의 정당성과 명분마저 무너뜨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호남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호남 구애 작전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치는 명분과 정당성의 싸움이다. “우리가 죄인이요”라며 무릎을 꿇는 정치세력을 호남 유권자들이 왜 지지해야 하나? 그런 정치세력은 무시와 망각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지지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정현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호남 퍼주기를 주도한 정치인이었다면, 21대 국회에서 그런 스탠스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정운천 의원이다. 국민의힘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인 정운천 의원은 비례대표 당선권의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추천하는 내용을 당헌·당규에 명문화했다. 일종의 할당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 5·18 민주묘역 전경.
광주 5·18 민주묘역 전경.

변화하는 호남의 20대

이런 할당제는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결국 일종의 매표 행위이다. 그리고 호남 현지에서 열악한 조건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보수정당 정치인들을 비례대표 자리를 노리고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는 인물들로 싸잡아 폄훼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

나아가 이런 식의 혜택은 그 배분권을 쥔 인물을 중심으로 필연적으로 부패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미 호남 현지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국민통합특위 활동을 명분으로 호남의 맹주처럼 처신하며, 호남 정치를 자신의 쌈짓돈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등일보가 7월 14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3.5%로 나온다. 주목할 것은 20대 지지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은 23.2%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40대는 9.2%, 50대는 9.6%이다.

이런 여론은 전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같은 시기에 전남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무등일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9.7%이다. 이 조사에서도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6.2%로 평균보다 훨씬 높다. 50대는 6.5%, 40대는 7.1%였다.

20대는 5·18 등 광주와 호남의 과거 상징자산에 대한 애착이 약한 편이다. 이는 지역에서도 거의 공인된 사실이다. 김종인의 5·18 묘역 무릎 꿇기 등 과거사 사죄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과거사 사죄가 호남의 유권자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 40~5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높아졌을 것이다. 이념적인 성향이 강하고, 호남의 과거 상징자산에 대한 애착도 강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지표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20대는 시대적 조류에 민감하다. 호남에서 20대의 보수정당 지지율이 높다면, 이는 문재인과 좌파의 무능력과 국정 난맥상에 실망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의 호남 구애 작전의 결과가 아니다. 호남 구애의 결과라면 그것은 호남만의 현상에 그쳐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의 우파 지지 확산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 등이 주도했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의힘 주류의 입장인 과거사 사과를 통한 호남 접근은 호남 유권자들의 심리에 별로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지난해 총선에서 ‘광주는 5.18 제사의 도시’라는 발언 때문에 이른바 막말 후보라며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하지만 득표율은 4.2%로 광주와 전남지역 미래통합당 후보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높았다.

선거 이후 만난 20대 청년들에게 “위원장의 유세 발언을 듣고 평소 우리 생각과 너무 비슷해서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꽤 많이 들었다. 호남은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수렴되지 못한 지역이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것이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 따지는 것은 이미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호남의 특성이 대한민국 근대화의 완성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파는 이런 호남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호남이 정치적인 승자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호남 권익 옹호는 이미 유효성을 상실한 접근이다.

호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호남을 근대화의 질서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천은 호남 내부에서 강고하게 자리잡은 반기업 반시장 반미반일 친북종중 반대한민국 정서를 정면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주력하고 있는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운동도 그런 접근의 일환이다. 호남의 평범한 시민들이 직관적으로 우파의 가치를 인식하게 해야 한다는 고민의 결과이다. 또 반근대적 가치를 정당화하는 5·18 상징자산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5·18왜곡 처벌법 폐지 운동은 이런 관점에서 시도하는 운동이다. 

주제 발표하는 주동식 제3의길 대표(가운데). 주 대표는 '5·18왜곡 처벌법'이 통과된 후 그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주동식 페이스북
주제 발표하는 주동식 제3의길 대표(가운데). 주 대표는 '5·18왜곡 처벌법'이 통과된 후 그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주동식 페이스북

우파, 호남 혐오하지 말고 비판하라

현재 우파의 호남 전략은 호남에 아부하는 것이다. 호남의 표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그 적대감을 누그러뜨려 최소한 우파 집권을 방해하는 일은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접근 방식이다.

문제는 그 떡이 상한 식품, 불량식품이라는 점이다. 먹고 배탈이 나거나 말거나 그건 너희 문제라는 사고방식이다. 나중 결과는 알 바 아니라는 보따리 장사식 마인드이다. 이것은 호남 혐오의 또 다른 표현이다. 귀찮으니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사고방식의 연장이다.

우파는 호남을 혐오하지 말고 정면에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호남을 향한 진정성이다. 혐오하는 자는 결코 비판할 수 없고, 비판하는 자는 혐오하지 못한다. 혐오는 호남더러 변화하지 말라는 메시지이고, 비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변화의 메시지이다.

호남은 20대 총선 국민의당 선택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을 다변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거의 남은 게 없다. 그렇다면 구관이 명관이라며 다시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옳은가?

지금 당장은 그것이 최종 결론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 호남의 선택은 언젠가 그 값을 치르게 된다. 아직은 그 값이 얼마인지, 언제 결산해야 할지가 분명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반기업 반시장 반근대문명의 성향이 역사에서 진보적 가치를 담보해낼 수는 없다. 호남의 과거 정치적 선택이 호남의 불행한 미래를 예고한다고 전망할 수 밖에 없는 근거이다.

호남은 진정한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공학적인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정치 이념과 철학, 사상의 변화여야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만든 건국과 산업화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긍정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 우파 정당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역할도 하지 못할 거면 정치는 왜 하고 정당은 왜 존재하나?

호남 유권자들도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갖는 분노와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호남 현지에서 자주 듣는 얘기이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분노와 불만의 해소는 끝내 우파 정당의 선택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즉, 우파만은 안 된다는 것이 호남 변화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이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것에 우파와 호남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필자는 내년 대선에서도 호남의 표심이 별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이고 자신들이 민주당 일색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알리바이 성격이라고 본다.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의 하나가 ‘광주의 대구화’ 현상이다. 즉 현재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대구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0년 12월 9일 382회 국회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31인, 찬성 198인, 반대 6인, 기권 27인으로 통과됐다./국회방송 캡쳐
2020년 12월 9일 382회 국회 본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31인, 찬성 198인, 반대 6인, 기권 27인으로 통과됐다./국회방송 캡쳐

대구광역시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경제지표가 전국 최하수준이다. 하지만 그렇게 표면적인 지표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대구의 진짜 경제 수준이 있다고 한다.

그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대구 수성구 등 고급 아파트 가격 △고급 외제차의 등록 상황 △고액권인 5만 원권의 퇴장(退藏) 속도 등 3가지 기준이다. 이들 지표에서 대구가 전국적으로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구 출신 고위직이 많은 데 따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군사정권이 위세를 떨치던 당시에는 대구에서 서너 집 가운데 한 집은 청와대와 직통 라인을 갖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대구나 경북 지역에 연고가 있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고위직이 많을 경우 일종의 낙수효과가 생긴다. 중앙집권적인 정부 형태를 유지하고 청와대의 위력이 막강한 한국에서는 이런 낙수효과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 광주가 과거의 대구와 비슷한 모습이 되고 있다. 

광주와 호남 출신들이 이런저런 형태로 청와대와 정부, 공공부문의 고위직으로 등용되는 사례가 문재인 정권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호남이 이미 거대한 기득권이 된 것이다.

이런 호남에 보수 야당이 뭘 얼마나 해줄 수 있을까? 비유하면 아이돌의 사생팬이 아이돌의 끼니 걱정하느라 돼지저금통 깨는 격이다. 보수의 정치적 가치, 콘텐츠, 메시지로 정면 승부하는 길 밖에 없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그 길 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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