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미동맹의 보완재를 확보하라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한미동맹의 보완재를 확보하라
  • 아산정책연구원
  • 승인 2021.09.1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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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연구원 '한미동맹 정말 같이 가고 있는가' 제3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미동맹이 갈 방향을 정립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 시대 미국의 대외전략은 동맹과 우방을 엮는 네트워크로 대응하는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상대적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현실 속에서 미국 혼자 힘으로 중국을 상대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 및 쿼드 플러스, 경제번영네트워크 등은 대표적인 네트워크 전략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만일 미국이 동맹과 우방을 엮는 네트워크, 중국에 대한 다자적 관여를 중시할 경우 한국에 가장 시급히 요청되는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그리고 이를 위한 사전 조치로서 한일관계의 개선이 동맹의 비용 청구서로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미중 패권경쟁의 완충지대로 한중일 삼국의 안정적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일관계는 양국 모두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은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럽이 역사의 굴곡을 넘어 통합을 향해 나간 것과는 달리 아시아는 역사가 다시 현재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빈번하다.

역사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는 역사교과서 문제로 표현되는 과거사 정리와 해체의 문제이다.

그 핵심은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가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역사 미청산은 한일은 물론 한중 간에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또한 한국의 소중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찬탈하려는 점에서 한중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과거사 사죄 및 청산이 불충분할 뿐 아니라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언제까지 과거사에 대해 사죄를 해야 하는가 하는 피로증에 사로잡혀 있다. 한

국은 위안부 문제에 충분한 사죄와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데 반해 일본은 이미 충분한 사죄를 했으므로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역사 문제가 여전히 현재의 한일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권리의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에 의하면 국가 간 법적 합의는 그 대상이 명확해야 하는데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 판결의 요지이다. 또한 강제연행, 노동을 포함하는 강제동원 문제도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라고 판단,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이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가 불법적인 강점임을 법적으로 확인,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의 법적 단절을 명확하게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측 논거는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1965) 제2조’에는 “한국의 대일청구요강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동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을 확인하였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대한민국을 향한 수출관리 운영 재검토’ 발표 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 수출허가신청을 통한 수출심사 대상으로 변경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통과시킨 것도 결국은 역사 문제에 근원을 두고 있다. 그 핵심은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인식이다.

아베 주변 측근들은 역사수정주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국제질서에 대한 일본의 협조와 이탈을 기준으로 일본사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현 상황에 대한 정당화이며, 그렇지 못했던 역사적 경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역사수정주의의 주류 인식이다.

역사 문제 다음으로는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 있다. 한일 간에는 독도 문제가 있고, 중일 간에는 센카쿠(댜오위다오) 갈등이 군사 충돌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고 우리의 고유 영토라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은 자신들이 가장 약할 때 독도를 침탈당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센카쿠열도의 경우는 중국이 자신들의 고유한 영토를 중국이 가장 약해졌을 때 일본에 강탈당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외에도 한중일 삼국 간에는 과거사와 영토, 민족주의, 북핵 문제 등이 얽혀 복잡한 갈등이 언제든지 발생할 소지가 상존한다. 북한이 관련된 사안으로 대표적인 것은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들 수 있다.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제재 협조 확보 필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의 추세 속에서 중국과의 협력 여지는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주일미군기지에서 서행한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관 교체식에 직속 상관으로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주일미군사령관은 중장, 유엔군사령관은 대장 계급이다.
2018년 주일미군기지에서 서행한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관 교체식에 직속 상관으로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주일미군사령관은 중장, 유엔군사령관은 대장 계급이다.

동맹과 네트워킹이 동시에 필요한 시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당분간 한국은 입지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안보와 경제의 선택지(portfolio)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 분산이 중요한 것이 한국이 처한 상황이다. 안보는 한미동맹 중심으로 가더라도 동맹 외에 지역 안보협력, 중견국 외교 등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견국으로서 좋은 어젠다와 명분을 선점하는 생각의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주창외교(advocacy diplomacy) 등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 같은 중견국은 뜻을 같이 하는(like-minded)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규범, 인프라, 개발 등 분야 등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요컨대 미중 대립 구도에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동맹과의 네트워킹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한국의 전략적 의도를 좀 더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성 증대하고, 그에 따라 갈수록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는 상황이 빈발할 가능성 있다. 과거와 같은 ‘안미경중’ 태세나 전략적 모호성으로 버티기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하되 한국이 미국과 뜻을 같이 했을 경우 중국발 보복에 대한 안전보장(assurance) 제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선택은 미국 연합 네트워크 대 중국 연합 네트워크 사이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은 미국, 중국 가리지 않고 전 세계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지만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 주도의 네트워크가 우리에게 이익이다. 이는 결국은 가치와 체제의 문제로 귀착된다.

하지만 남는 문제는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선택을 할 경우 중국이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보복해온 선례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가 있던 상황에서 미국의 미온적인 대응에 한국은 상당히 실망했다. 

즉, 미국의 요구대로 사드 배치를 했고, 중국의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이익이 침범당하지 않도록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화웨이, EPN,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쿼드 플러스 참여 등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보호해줄 것인가?

미국은 중국과 EPN에 관한 전략이 있지만 그 외에 자신의 동맹국들을 향한 전략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주둔 미군기지 현황, 한반도 유사시 후방지원 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미일 관계는 사실상 동맹이라고 봐야 한다.
일본 주둔 미군기지 현황, 한반도 유사시 후방지원 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미일 관계는 사실상 동맹이라고 봐야 한다.

평화와 동맹의 이분법 탈피해야

“두 분(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카맬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열어나갈 양국 관계의 미래발전에 기대가 매우 큽니다. 같이 갑시다!” 2020년 11월 8일 바이든 당선인의 46대 미 대통령 선거 당선이 사실상 확인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보낸 축하 메시지의 일부분이다.

분명 지난 수년간의 이상 징후에도 불구하고 동맹의 기초는 여전히 그리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위협인식과 국가이익에 있어 한미 양국이 협력해 나갈 여지는 앞으로 더 확장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초에도 불구하고 현안과 관련된 미숙한 관리가 한미동맹의 미래에 암운(暗雲)을 드리울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미래 동맹의 역할·임무와 관련 한미동맹을 ‘한반도 방위동맹’으로만 국한시키려는 집착 역시 동맹의 생명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중관계로 인해 중국의 반발을 촉발할 수 있기에 한미동맹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결과적으로 동맹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강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동맹이 꼭 영원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한미동맹이 지난 70여 년을 성공적으로 유지·발전되어 왔기에 앞으로도 관성적으로 동맹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협력이나 안보공약의 실현 차원을 넘어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되어 왔고, 과거 및 현재의 신뢰성과 효용성이 검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가장 유망한 우리의 생존·번영 대안이라면 이를 ‘자주’ 강박관념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은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동맹의 현주소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동맹이 정말 ‘같이’ 갈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평화와 동맹의 이분법으로부터 탈피할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내에서는 한반도 평화의 실현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동맹은 이를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보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능력이나 안전보장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평화는 굴종의 동의어로 인식될 수 있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북한이 가져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맹은 북한의 위협을 대처하는 것 이상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변함없는 주도권을 보장하는 자산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과도한 ‘자주’ 집착으로부터도 탈피할 필요가 있다. 동맹은 어떠한 측면에서 분명히 행동의 자율성을 제약한다. 그러나 동맹의 구성 자체가 안전의 보장을 위해 자율성의 일부를 희생하면서 출발한 것이다.

완전한 ‘자주’가 실현된 국가는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전작권 전환을 비롯, ‘자주’ 의제가 개입되는 현안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셋째, 동맹의 미래와 관련해서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특히 미래 한미동맹의 목표와 역할과 관련하여 중요성을 지닌다. 우리는 그동안 ‘쿼드 플러스’ 등 한미의 지역 차원의 협력과 한미동맹의 역할 확장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의 가치를 미국과 공유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는 우리의 국가 및 체제 정체성을 고려하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동맹이 미래에도 필요하다고 하면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지향한다고 표방하면서 한미동맹을 ‘한반도 방위동맹’에만 묶어두는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한 논리적 모순이다.

동맹의 역할 및 기능 확대와 관련해서는 보편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동맹이 기여해 나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면 된다. 중국 등 일부 주변국들의 경계심에 대해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그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는가에 대한 방법론이다.

즉, 동맹을 활용하여 분쟁하기보다는 평화로운 협의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길을 지향한다면 일부 주변국 역시 이를 위협적으로 볼 논리가 빈약해진다.

넷째, 미국 사회의 동맹 회의론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지지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식의 일방통행형 방위비 분담 요구가 가능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국내 일부 목소리만이 워싱턴에 전달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자주’를 강조하고 북한과의 화해만을 중요시 여기며,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편견은 한국 내 여론이 어떤가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정보가 전달되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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