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코로나, 교육의 위기인가 혁신의 기회인가
[심층분석] 코로나, 교육의 위기인가 혁신의 기회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09.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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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주대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폴킴(Paul Kim)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교육 혁신’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폴킴 부원장은 팬데믹에 대한 스탠퍼드대의 대응 방안을 소개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과 이를 위한 전략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미래 교육의 방향은 티칭(Teaching)이 아닌 코칭(Coaching)이 될 것”이라며 “학생 개개인마다 다른 관심과 역량을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방식의 교육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적 교육으로 ‘SMILE 학습법(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 Environment)’을 소개했다. SMILE 학습법이란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직접 답을 찾아가는 학습 방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태양에 갈 수 있을까?” 라는 가정적 질문을 던졌을 때, 학생들 스스로 태양을 방문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실제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이 학습법의 핵심이다.

폴킴 부원장은 교수자들은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정적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코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폴킴 부원장은 “과감한 질문을 던지면서 함께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진정한 탐구이자 공부”라며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들은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공감”임을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 수업을 교육의 패턴으로 만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온라인 수업을 교육의 패턴으로 만들었다.

재정지원이 능사가 아니다

코로나가 2년을 넘어 장기화 되면서 교육 현장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가 공개한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모두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을 의미하는 ‘1수준’ 비율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 전후 중학생 학교성취 등급 분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2 중위권 비율은 코로나 전인 2018년에 비해 2020년 국영수 모두 10%p 가까이 급감했다.

가장 심각한 과목은 수학으로 44,4%에서 34.2%로 10.2%p나 감소했으며 국어와 영어는 각각 58.2%에서 49.4%, 44.1%에서 35.1%로 줄었다. 결국 하위권 비중이 늘고 중위권 비중이 감소하는 현상은 다름아닌 수학 능력의 ‘양극화’를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도 발생했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함께 실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전년 32만2000원에 비해 10.1% 줄었지만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지출은 43만4000원으로 오히려 0.3% 가량 늘었다. 고소득층일수록 사교육에 더 많은 지출을 늘렸다.

지난해 월소득수준이 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000원에 불과했지만 800만 원 이상 가구는 50만4000원에 달했다. 사교육에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이야기다. 

교육격차 문제가 이슈가 되자 정부도 대안을 내놨다. 코로나로 인한 학습·정서 결손을 메우기 위해 올 하반기 5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 7월 내놓은 ‘교육회복 종합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일단 돈으로 떼워보자는 정책이다. 하지만 교육 일선에서는 자율권이 없는 이러한 예산 투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로 인한 학력격차는 명문 대학 진학에 부유층의 자녀들이 더 많이 입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 교육세대’라는 또 다른 계층이 등장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단층적 분열과 갈등이 심화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기회로 우리 교육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코로나 이후에 전개될 4차 융복합산업 혁명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준화 교육을 문재인 정부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듯이 내세운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모두 폐지하고 일반고로 일제히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이름은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는 일반고로 전환된 이후 학생의 선발과 배정이 일반고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고교 교육에서 평준화를 이룬다는 이러한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자사고·특목고 수요를 흡수할 만한 구체적인 일반고 강화 방안 제시나 실험 기간 없이 이들 학교만 폐지할 경우, 강남 8학군 등 교육특구나 지역 명문고가 부활해 학생 쏠림현상이 빚어지고, 우수 학생의 해외유학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교육 행정의 배경에는 ‘교육 평등’이라는 포푤리즘이 자리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한 진보 진영의 반론에는 ‘고교 평준화 교육은 박정희도 했던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조희연, 김상곤 교육감 모두 이 주장을 편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시행한 고교평준화의 본질은 산업화를 위한 ‘교육차별화’의 정책이었다. 같은 시기에 박정희는 기능공을 양성하기 위해 일반 공고뿐 아니라 기계공고, 시범공고, 특성화 공고를 설립하고 지원했다. 1974년 2월 21일 문교부는 전국 시·도교육감 회의에서 1978년까지 공고의 특성화계획을 추진하기로 하고, 1차 연도인 1974년에는 서울성동공고 등 6개교를 특성화 공고로 지정했다.

문교부는 실업계 학교시설 확충 및 개선을 위해 1974년 한 해에만 50억 원을 투입했다. 중화학공업을 성공시키고 산업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특성화 교육으로 설립된 명문 공고들과 상업고교들이 없었다면 1970~1980년대의 놀라운 한국의 경제성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이들 특수 공고에서 배출된 기술 인력의 수준은 당시에 매우 높았다.

국제적인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해외로부터 수주되는 일감을 처리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특수고로부터 배출된 약 5만 명의 기능공 인력들이 산업역군의 역할을 하면서 이로부터 파생된 기술 인력들이 우리 사회의 중산층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포스트코로나 대학교육 혁신 포럼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는 PAUL KIM 스탠포드 대학 교육대학원 부원장
포스트코로나 대학교육 혁신 포럼에서 기조강연하고 있는 PAUL KIM 스탠포드 대학 교육대학원 부원장/아주대 제공

경쟁하지 않는 대학들이 인적자본 망쳐

1776년 출간된 <국부론>에는 저자 아담 스미스가 자신의 고향 에딘버러를 잠시 떠나 런던의 옥스퍼드대에서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담 스미스는 영국의 국립대학들의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자신의 고향 에딘버러 대학들만큼 열성적이지 않다는 점에 의아해한다.

그렇다고 옥스퍼드대 교수들이 연구에 시간을 빼앗겨서도 아니었다. 스미스는 그 원인이 ‘교수 월급’ 체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미스가 강의했던 에딘버러의 대학들은 사립이었는데 교수의 월급은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로부터 지불됐다. 당연히 에딘버러 대학의 교수들은 더 많은 학생들을 자신의 강의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해야 했다.

오늘날로 치면 한국의 학원 시스템과 유사하다. 반면, 국립 옥스퍼드대에서 교수는 평생직과 연봉이 결정된 상태였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는 유럽의 아테네라 불릴 정도로 근대 문명의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18세기 초반 에딘버러에서 문맹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스코틀랜드의 장로 교회들이 직접 아동들의 교육을 담당해왔던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1707년 스코틀랜드는 왕이 잉글랜드에 주권을 넘겼지만 그렇다고 잉글랜드가 특별히 스코틀랜드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스코틀랜드 사회를 지탱한 주체는 바로 교회들이었던 것. 그러한 교회들이 성경학교를 통해 글을 가르치고 대학을 후원했다.

당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는 1667년 대유행한 흑사병의 국지적 유행이 종종 발생했지만 스코틀랜드의 교회 학교들은 영국과는 달리 문을 닫지 않았다. 오늘날 western이라는 서구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는 바로 이러한 에딘버러에서 나왔다. 

고교 평준화에 이어 학벌의 문제 역시 우리 교육이 해결해야 할 이슈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의 학벌 문제를 비판하는 진보적 관점은 ‘대학의 서열화’다. 이러한 관점의 극단이 ‘서울대 폐지’와 ‘국공립대학 통합’ 등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단견이다.

한국의 학벌 사회는 고시제도를 통해 충원된 엘리트 관료 주도 정책 행정에 대기업들이 정경 유착, 내지는 정경 협력의 차원에서 관료들과 동문 조건을 갖춘 학벌 수요가 부응해 온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렇듯 한국 사회의 학벌은 관치주의 ‘관료학벌’에 동문 연고주의로 정경유착의 ‘민간학벌’이 서로 조응하면서 엘리트형 민관협력 체제를 이뤄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지 한국 사회라고 해서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도 그렇고 미국도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그 경로 과정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국들에는 여전히 명문학교들이 엘리트를 양성하는 체제로 남아 있게 된다. 차이가 있다면 산업화로 사회가 분업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서구 사회에서는 정부 영역의 많은 부분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시장 영역이 확대되면서 관-민 엘리트 연고 결합이 약해져 왔다는 것이다. 

한광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인적자본을 위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한 위원에 의하면 교육은 인적자본이라는 중요한 생산요소를 생산하는 부문이다.

한국의 고도성장에 대한 경제학계의 평가나 최근의 국가경쟁력 향상에 일등공신인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적자본의 경제적 역할은 매우 크다. 따라서 교육을 공공재로만 인식하는 우리의 사고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독점적이고 획일적인 교육공급 및 관리체제를 포기하고 교육부문에도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최소요건만 충족시키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자립형 사립학교, 특수목적학교, 대학교 등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의무교육의 형태도 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즉 정부는 교육비를 지원하되 학생에게는 제도권 교육 거부 및 대안학교나 재택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교육시장 개방은 경쟁 압력을 의미하며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경쟁력 향상을 꾀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때 교사자격제도도 개방형 자격제로 바꿔 교육시장 개방의 한 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즉 현재의 교사자격 규제를 완화해 고등교육을 받은 자라면 누구든지 교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개방형 교사자격제도는 석·박사 등의 고급인력을 중등교육의 장으로 흡수시켜 교육의 질적 상승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하는 등의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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