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영남대 교육혁신 부총장·전 교육부 차관·한국교육개발원장 “교육복지와 교육투자 구별해야”
김재춘  영남대 교육혁신 부총장·전 교육부 차관·한국교육개발원장 “교육복지와 교육투자 구별해야”
  • 인터뷰 한정석 미래한국
  • 승인 2021.10.0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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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사진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코로나로 교육 현장에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학력격차와 수학능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다. 4차 융복합 시대에 대학들의 경쟁력 없는 상황은 더 심각한 청년실업을 예고한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한국의 교육,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은 2013년 짧은 임기 중에도 ‘자유학기제’라는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혁신 행정으로 교육 일선에 감탄과 비전을 보여줬던 주인공이다.

‘의미 있는 경쟁’과 ‘지속가능한 교육’을 화두로 삼았던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영남대 교육혁신 부총장)을 <미래한국>이 만나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코로나가 교육 부문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비대면교육이 일상화 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코로나로 교육이 어려워졌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코로나 초기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가운데 셧다운 한 것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죠. 문제는 벌써 2년째라는 겁니다.

지금까지도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준비되지 못한 가운데 우왕좌왕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실 셧다운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 닫는 것인데 이것이 정책이라 할 수는 없지요.

또 셧다운도 한 학기 정도, 더 나아가 1년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벌써 4학기째로 넘어가는데 여전히 똑 같은 방법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죠. 

그 결과 교육에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가정이 부유하거나 똑똑한 학생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지만 그렇지 않은 조건의 학생들은 사실 잘 안 됩니다.

그렇다보니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구시교육청 같은 경우에는 2021학년도 1학기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면 등교를 결정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을 1년 정도 경험하면서 학교를 문 닫았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학기부터 학생들을 전면 등교시키면서 철저히 관리하고 예방 조치한 결과, 학생들이 코로나에 전염되는 사태라든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큰 모험을 했던 것입니다.

학교 문을 계속 닫을 수 없다고 해서 문을 열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교육감이 과감하게 시도를 했거든요. 그런데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1학기 때 유일하게 대구에서만 모든 학생들이 전면 등교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가 안 생겼어요. 그리고 교육은 정상적으로 된 거죠. 

- 코로나 이전인데, 아마 2015년 경이었을 겁니다. 우연히 사진을 보니까 연세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는 것을 보고 크게 감명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어떤 의미였습니까?

메르스가 유행할 때였죠. 학교가 세종시에 있었어요. 메르스 때도 이번에 코로나처럼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교육부)차관이었는데, 메르스 상황반 설치해서 정말 밤늦게까지 상황 보고를 받으면서 학교도 많이 방문했죠. 철저하게 전염병 예방 교육을 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당부도 하고 메르스 예방 조치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 학교를 방문했었어요.

위에서 내린 정책이 현장에서 잘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실행의 문제가 있다면 그게 뭔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현장 의견을 직접 듣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제 앞으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올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아요. 코로나 이전에는 사스와 메르스가 있었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스와 메르스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이번에 코로나도 상당히 잘 대응을 했었던 것이죠.

사실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했던 전염병 경험들 때문에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 코로나 대응을 잘 할 수 있었던 건데, 이번 정부에 와서 자기들이 잘 했던 것처럼만 얘기하잖아요? 참 역사적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메르스 경험으로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그리고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춰 우리나라가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봐야죠. 그래서 이번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대처를 잘한 겁니다.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이번 정부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인데 제가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할게요. 아마 판단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경쟁과 인간의 본성 

-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큰 화두입니다. 특히 우리 교육에서는 입시와 경쟁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십니까?

인간의 본성상 경쟁 없이 세상이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쟁 없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야말로 공산주의인데 공산주의는 소련에서 보듯이 실패했고 불가능합니다.

삶의 경험칙 상 경쟁은 필요합니다. 다만 모든 것을 경쟁에 완전히 맡겨놓고 태어나면서부터 어린아이들조차도 경쟁에 들어가게 되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것이죠. 아이들의 배경과 집안과 부모의 영향력이 다르고 재력이 다르다 보니, 의미 있는 경쟁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됩니다. 문제는 학교입니다. 학교라는 곳은 어찌 보면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사회에 나가기 전에 거치게 되는 과도기적인 단계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사회 진출의 과도기적인 공간이자 준비 공간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공간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학교는 교육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서 모두가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기의 능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회에서의 경쟁을 현실로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그 경쟁 체제에 들어가기 전에 공정하게 그리고 의미 있는 경쟁을 할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하는 것이죠. 

- 교육 쪽에서 나오는 딜레마적인 이슈가 자율과 통제입니다. 결국 교육의 차별화와 평준화 문제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 수 있을까요?

교육을 이야기할 때 초중등교육과 대학을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육은 복지적인 성격과 투자적인 성격이 있거든요. 프랑스의 사례를 보죠.

프랑스는 초창기에 초등학교만이 복지적인 성격이었고 중학교부터는 잘하는 아이들에게만 교육을 제공해주는 체제였죠. 그런데 사회가 점점 발달하면서 현재는 초중등학교까지 모두 복지적인 성격이에요.

그리고 복지를 강조하는 프랑스의 대학교육에서조차 대학교육의 투자적인 성격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고등학교까지는 어느 사회에서나 모든 아이들이 시민으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국가나 사회가 돌봐주면서 잘 교육시켜줘야 하지만 대학은 상황이 다릅니다.

심지어 대학교육의 복지적 성격이 강한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점점 경쟁에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우리는 잘못 알고 있는데, 프랑스의 고등교육은 대학만이 아니라 여러 층으로 구분되는 기관에서 이뤄집니다.

최상위에 그랑제꼴이 있고, 그 밑에 대학이 있고, 그 밑에 전문에콜이 있고, 또 밑에 가면 기술학교 등이 있습니다. 모두 고등교육기관입니다만 상당히 위계적입니다.

그중에 한 종류의 기관인 대학에서는 큰 차등이 없이, 어떻게 보면 약간 평등하게 교육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대학이 아닌 그 위에 있는 그랑제꼴이라든가 그 아래에 있는 전문에콜 교육 등 고등교육 전체로 보면 어떤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심각할 정도로 엘리트적인 교육, 차별화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대학은 어떻습니까. 모두가 대학이라는 하나의 범주를 가진 교육기관이죠. 우리나라 대학과 프랑스의 대학은 그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쉽게 말해 서울대부터 200여 개에 이르는 모든 대학을 평준화시키자는 것은 프랑스 고등교육 체제와는 전혀 다른 아이디어라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국가도 그렇게 안 하잖아요. 중국 보세요. 지금 중국 베이징대라든가 칭화대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 알 겁니다.

엄청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고등학교까지는 정부의 1차적인 관심은 복지적인 측면에 있어야 돼요. 문제는 모든 학교와 학생들을 묶어 똑같이 규제하면 그게 하향 평준화잖아요.

그것은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잘하는 애들에 대해서는 좀 풀어줘 자율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국가가 관심 둬야 하는 곳은 평균 이하의 학생들이죠.

문제는 정부가 교육 전체를 계속 강하게 통제하려고 하는데 이건 분명히 잘못된 정책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학생들의 전체 학력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1980년대 초반 레이건 대통령 때, 우리는 88올림픽 이전의 어려울 때였는데 백악관에서 교육 관련 보고서가 나왔어요.

지금 미국이 교육 때문에 국가적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였습니다. 그 보고서 첫 페이지에 한국과 일본 얘기가 나와요. 일본의 도요타, 한국의 포항제철산업이 일어나면서 미국의 자국 산업이 망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영재들과 상위권 학생들은 여전히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 안 되게 잘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학생들의 수준 즉 평균적 수준이 한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이 위기에 처했다고 호들갑 떨면서도 잘하는 아이들은 미국이 여전히 잘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내용이 있어요. 그 후 미국은 20년 이상을 그런 기조로 교육을 바꾸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는 거죠. 반대로 영재 분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구요. OECD 평가 결과를 보면 국제적으로 볼 때 우리는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편차가 크지 않아요.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점점 편차가 커지고 있어요. 최근 신문에 보도도 됐지만 내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예산이 8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6년 전 제가 차관할 때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지 늘어난 액수입니다. 학생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요.

그런데 그 많은 돈을 가지고 교육이 얼마나 만족스럽게 효과 있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 많은 돈을 쓰는데도 기초학력을 갖추지 못한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의 고등학교급 이하에서 정말로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교육 효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국가는 중간이하 학생들의 교육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잘하는 학생이나 학교에 대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9월 1일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재춘 교육부 차관.
2015년 9월 1일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재춘 교육부 차관.

교육에 깃든 복지와 투자라는 개념

- 결국 대학의 경우 투자적 성격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학 반값 등록금 같은 여러 가지 정책이 있지만 여전히 대학은 투자적인 성격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진보적인 학자들은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국가가 대학 공부를 책임져주고 등록금 없이 잘한다고 항상 칭찬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과거 대학 진학률이 25% 정도밖에 안 됐었죠. 그러니까 국가가 조금만 돈을 써도 공짜 대학교육을 시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대학 진학률이 50%를 넘어 60%에 가깝습니다.

독일도 프랑스도 학생이 늘어나니까 기존 예산 가지고는 공짜 대학교육을 못 시키는 겁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예산을 배로 늘릴 수는 없잖아요. 국가의 경제적 여력이 안 되니까 한정된 예산으로 지원해야 될 학생이 많아진 거죠.

결국 교육의 질을 낮추거나 차별화된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독일도 몇몇 잘하는 대학에 교육재정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도 쓰게 됩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예요. 경쟁력을 기준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외국인 유학생들부터 비싼 등록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영미식의 학생 경쟁선발 제도도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 유학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항인데, 교육계 일부에서 우리도 9월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3월 학기제입니다. 국제적으로 호환 가능한 9월 학기제를 하면 좋죠. 효율성도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연구가 꽤 있었습니다. 연구만 한 게 아니라 적용을 검토하기도 했었는데 매번 좌절됐어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죠. 9월 학기제로 바꾸려면 초중고 12년에 대학 4년까지 16년 동안 바꿔 가야 합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학년별로 차례차례 바꾸려면 16년이 걸립니다. 대통령이 네 번 바뀌는 기간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한 번에 바꾸려면 거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동시에 두 개 학년이 졸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상급학교 진학이나 취업에 문제가 생깁니다.

갑자기 두 개 학년을 동시에 졸업시키면 상급학교와 직장에서 두 배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공무원이든 기업체에서든 말이죠. 그러니까 쉽지 않다는 거죠.

제가 보기에 가장 쉬운 제3의 방법은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해서 대학생들을 3년 반 만에 졸업장 주고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2년 반 공부하면 졸업장을 주면 실행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시행하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비상사태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실효성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들어갈 돈이나 감당해야 될 사회적 비용에 비해서 생겨날 이익이라고 하는 것은 유학을 가는 소수의 학생들이나 국제적으로 소통하는 데 좀 편하다는 것뿐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이렇게 큰 사회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되느냐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서너 차례인가 검토했다가 그래서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 서울대를 비롯해 명문대에 강남 출신 학생의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더군요. 

대학 진학률이라는 것은 고등학교 졸업생에 대한 대학 진학자 비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대략 70%선인데 강남 고교의 진학률은 강북보다 낮습니다. 강남은 진학률이 50% 정도가 나옵니다.

이유는 재수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죠. 그런데 재수하려면 돈이 엄청 듭니다. 강북에서는 재수를 안하고 그냥 대학에 가지만 강남은 재수를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낮은 것이고 반대로 명문대 재학생 중에 강남 출신이 높은 겁니다.

물론 상류층 학생들로만 이뤄진 대학은 아무래도 다양성이 좀 줄어듭니다. 바람직하지 않지요. 예를 들어 서울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좀 가난한 학생들하고도 같이 섞이면서 다양성이 많아지면 훨씬 더 좋잖아요.

사회 공정성,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렇고. 그 때문에 서울대도 지역균형선발을 하잖아요. 그런 것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노력이라고 봐요. 그런데 미국에 보면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거의 한 3분의 1 정도가 이른바 명문 사립고 출신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등에서 서울대에 보내는 입학생의 비율이 아마 그 정도 될 거예요. 그렇다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크게 차이가 없고 영국도 비슷할 것 같고 어느 사회나 그렇게 돼 있어요.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대학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속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스크 쓰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마스크 쓰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대학교육, 평준화가 아니라 경쟁력으로 차별화해야 

- 기업에서는 대학 졸업생 중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고, 문과 출신은 사실 갈 곳도 없고, 산업계에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줄고 이런 문제에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첫 번째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우리 대학이 획일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모든 대학이 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식으로 돼 있잖아요. 지방의 작은 대학도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어요.

미국은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연구중심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우린 모두 박사과정까지 운영하는 대학이지만요. 아이비리그 대학과 주요 주립대학들이 주로 연구중심대학이죠.

미국 주립대학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대학교육을 살펴보죠.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연구중심대학(UC: University of California)이 10개가 있습니다.

석사까지만 운영하는 교육중심대학(CSU: California Sate University)이 23개 있습니다. 그 아래에 누구나 원하면 갈 수 있는 커뮤니티 칼리지가 116개 있습니다. 대학이 기능별로 차별화 되어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기한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줍니다. 물론 대학에는 학생 선발권을 주고요. 우리도 이렇게 가야 합니다. 모든 대학에서 직업교육만을 받게 해도 곤란하구요.

그렇다고 모두에게 연구능력만을 길러줘도 곤란합니다. 각각에 맞게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톱 랭킹에 있는 연구중심대학에서는 깊이 있는 인문학도 가르치고 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할 수 있는 인력을 길러낼 필요가 있죠.

교육중심대학 같으면 기업체에서 바로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실습과 훈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커뮤니티대학은 숙련 또는 실무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요.

우리나라는 이런 비슷한 시스템이 없어요. 없다 보니까 모든 대학이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연구중심대학처럼 교육합니다. 사실 교육 낭비죠. 

- 마지막 질문입니다. 내년에는 대선과 함께 교육감 선거도 있습니다. 선출직 교육감 문제에 여러 말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교육감 선거는 근본적으로 좀 문제가 있습니다. 현직 교육감이 재출마할 경우 낙선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수도권을 빼면 모든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은 거의 예외 없이 3선까지 갑니다.

본인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국회의원만 보더라도 맨날 바뀌잖아요? 그런데 교육감은 한 번 하면 3선까지 거의 그대로 간다는 거죠. 이것은 뭔가 선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이미 교육감 된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제가 보기에는 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워낙 낮고 유권자들은 후보들조차 잘 모르고 투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은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뭔가 좀 많은 논의를 통해 바꿔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철저히 기존 교육감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요구되는 선거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교육감 선거가 이뤄지지 않다는 하나의 예증이라고 볼 수 있죠.

안타까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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