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코로나가 심화시킨 학력 격차
[데이터로 보는 세상] 코로나가 심화시킨 학력 격차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10.0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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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에 무수한 변화와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의 모든 분야가 영향을 받는데 특히 교육 분야는 매우 심각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초중고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태블릿 PC 화면을 바라보며 수업을 받아왔고 9월부터 시작되는 이번 2학기에도 대면수업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대학도 유사하게 원격교육으로 학기를 채우고 있고 작년과 올해는 우리 교육 역사상 소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긴 기간’이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원격교육이 주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작년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 내 초중고 800개 학교의 학생·학부모·교사(총 5만5966명)가 참여한 큰 규모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코로나로 인해 생활습관에 큰 변화(‘줄었다’ 혹은 ‘늘었다’로 답함)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생활시간에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이후에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답한 문항으로 ‘학습목적’ 미디어(TV, PC, 스마트폰 등) 사용, ‘학습 외 목적’ 미디어 사용(오락, 게임 등), ‘사교육 시간’, ‘그냥 있는 시간’ 등이다.

이와 반면에 상대적으로 생활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문항은 ‘운동.산책 시간’,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 ‘문화놀이 공간 방문시간’ 등이다. 원격교육이 실시되었으므로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는 것은 당연하나 학습 외 목적으로 놀기 위해서도 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46.7%로 거의 절반에 달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인터넷강의 등 비대면 수업은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 시대에 인터넷강의 등 비대면 수업은 새로운 교육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원격교육’의 영향

사교육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도 27.1%를 차지해 높은 비율이다. 특히 놀라운 변화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31.2%로 거의 3명 중 1명이 낭비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생활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문항에서 운동.산책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35.6%로 높고, 밖에서 친구 만나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학생이 59.8%로 매우 높았다. 또한 문화 놀이 공간 방문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학생은 71.8%로 문화생활을 거의 못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의 삶의 질이 떨어졌고, 학업 부담은 늘고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 기회도 차단됐다고 볼 수 있다.     

공교육의 하향 평준화와 맞물려 가정의 재정 형편상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교육 불평등은 이미 심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원격교육은 교육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주요 이유로는 가정 경제에 따라 원격수업 환경이나 기기 상태에도 차이가 난다.

온라인 수업에 사용되는 기기에 문제(노후 되거나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등)가 생긴 비율을 보면 ‘가정경제 하’가 가장 높아 29.3%이고, ‘가정경제 중’과 ‘상’은 각각 13.7%와 11.5%이다. 즉, 가정경제가 어려우면 기기 사용 환경도 나빠 제대로 원격교육 받기에 애로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집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적어도 공교육 수업만은 같은 교실 안에서, 비교적 동일한 환경 속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로는 각자의 ‘가정 환경’이 곧 ‘수업 환경’이 되었다.

가난한 집 학생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는 기기가 낡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리거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하기 때문에 학습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사교육이 증가하면서 원하는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층과의 차이가 커지고, ‘수업 환경’의 차이가 남으로 인해 결국 코로나는 가정경제 차이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작년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온라인 설문을 통해 전국 초중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상(응답자수 85만7389명)으로 ‘COVID-19에 따른 초중등학교 원격교육 경험 및 인식 분석’ 조사를 실시했다.

원격수업 만족도에 대해서는 초등학생은 54.13%가 만족한다(매우 만족과 대체로 만족 합계)고 말했고, 불만족이 45.87%(대체로 불만족, 매우 불만족 합계)이었다. 중·고등학생은 만족 47.58%, 불만족 52.42%로 나타나 <그림 1>과 같이 거의 반 정도가 원격교육에 불만이 있음을 보였다.    

원격수업을 통해 자신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답한 비율은 <그림 2>와 같이 58.26%(매우 그렇다, 그렇다 합계)이고, 향상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은 41.74%(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합계)로, 상당히 많은 비율이 학습능력 향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원격수업 외에 추가적인 학습 여부에 대해서는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학원수강과 개인교습(과외)를 합치면 초등학생은 47.8%이고, 중·고등학생은 61.96%이다. 상당히 높은 비율로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격수업에 만족하지 않고, 원격수업으로 인한 자기주도 학습능력 향상도 안 된다고 답하는 학생들은 학력 저하를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더해 가정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사교육을 시키지 못하는 가정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코로나는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학력 격차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특별히 심화되어 가는 평준화·획일화 교육 정책이 학력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육정책은 1973년 발표된 혁명적인 ‘교육평준화’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 정책을 발표할 당시 내세운 이유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감축, 학력격차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그 후 48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은 평가해 보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비 급증, 학력격차 심화, 공교육의 하향 평준화 등을 초래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2021년 6월 2일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11월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77만1563명 중에서 약 3%인 2만1179명(424개교)을 대상으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행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 평가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고, 초기에는 표집(標集) 평가로 실시하다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전국 모든 중3과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로 치러졌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2017년)부터 학생성적 줄 세우기를 피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부 학생만 뽑아 평가를 실시하는 표집 평가로 다시 바뀌었다. 과목의 평가 결과는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의 절대 평가로 네 가지로 분류한다.

지난 9년간(2012∼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종합해 보면 <표 1>과 같다. 2012년과 2016년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큰 폭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역대 최대’의 미달 비율을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 추세에 있는 상황에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 간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이런 추측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자 급증 
   
특히 염려되는 것은 2019년에 비해 2020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은 13%를 넘어갔고, 영어는 1년 사이에 미달자가 두 배 이상, 국어는 50% 이상 급증했다.

내년에 실시되는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심히 염려된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급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로 인한 심각한 학력 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이 문제를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나, 필자의 견해로는 우선적으로 사교육의 급증과 소득격차로 인한 사교육 수혜 차이가 학생들 간에 지적 능력의 차이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원격수업이 보편화되고, 교육 장비, 교육 환경 등에서 오는 차이로 인해 기초학력 미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등학교)·외고(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국제고등학교) 등의 교육제도의 다양성을 없애가면서 무리하게 교육 평준화·획일화하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원인으로 판단된다.

이 문제는 현재보다는 앞으로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교육부는 2019년 11월 7일 현재의 고등학교 체제를 개편해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보도 자료로 내면서, 2025년부터 79개교인 자사고(42개), 외고(30개)와 국제고(7개)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해 교육의 평준화를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 전환의 이유로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의 고교 서열화를 만들었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사고는 2010년 50개교이던 것이 현재 42개교로 정부에 자사고 폐지 의지에 따라 이미 줄어들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21세기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해, 교육제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축소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이들 학교에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도 적고, 기초학력 미달자가 거의 없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줄여나가는 것은 결국 기초학력 미달자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사립학교들에게 더 많은 자사고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사고들이 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증진시키도록 장려하고, 정부는 혁신학교를 폐지하고 일반 중고등학교들을 과감하게 지원해 전체적으로 교육 상향 평준화를 시키면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증진되고 기초학력 미달자의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혁신학교는 좌파 성향의 교육감들이 2009년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학교로, ‘전인 교육’을 표방하며 만든 자율학교의 형태를 가지며, 학급 인원을 25명 이하로 제한해 소규모 학급으로 토론·체험식 수업을 강조하고,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체계에서 탈피해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새로운 학교 형태다.

혁신학교의 설립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 운영을 주도하는 좌파 성향의 교육감과 교사들이 좌편향 이념 주입식 교육을 시도하고, 본연의 수업을 게을리 한 결과 학부모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또한 기초학력 미달자를 양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보면 혁신학교 고교생 중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 고교 평균 4.5%보다 높은 11.9%로 나타나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있다. 2021년 혁신학교의 비중은 전체 초중고의 약 18%에 달할 정도로 많다.

따라서 기초학력 미달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혁신학교 제도를 폐지하든가 아니면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교육 수혜 차이와 원격수업이 학력격차 요인

네 번째로, 지난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사립학교들의 자율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법으로 볼 수 있다. 이 개정안은 2022년부터 사립학교가 신규 교사를 뽑을 때 1차 필기시험을 시도교육청에 반드시 위탁하고, 교직원 징계권도 교육청이 관할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법적 성격을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학교운영위원회가 기존에 학교장이나 이사장이 갖고 있던 교과서 선정이나 예산 편성 등의 권한을 넘겨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기존에 사립학교가 갖고 있던 교육의 자율권, 특수성 등을 없애는 것으로, 사립학교의 특성을 없애 정부에서 원하는 획일화 사립학교 운영을 하겠다는 취지이다.

결국 사립학교의 교육과정 편성권, 예산 편성권, 인사권 등이 박탈될 것으로 보이며, 사립학교의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사립학교가 스스로 설립 취지에 맞고 질 좋은 교육을 하려는 노력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갈 것이다.

학교 스스로가 노력하겠다는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교육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이러한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표집평가는 다시 모든 중3과 고2의 전수평가로 바뀌어야 한다.

전수평가를 실시해야만 어떤 학생의 어떤 과목에서 기초학력이 미달되는지, 어느 학교에서 미달자가 많은지, 어느 교사가 미달자를 많이 양산하는지, 어느 지역에서 미달자가 많은지 등에 대한 기초통계자료를 얻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어떤 노력을 하면 미달자를 줄일 수 있는지의 개선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줄 세우기’가 겁나서 표집평가를 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하여 ‘나 몰라라’하는 교육 정책은 교육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인의 창의력, 자율성, 독창성 등을 함양해 유능한 인재들이 모든 분야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필요한 능력 배양을 저해하는 교육의 평준화, 획일화 정책은 구태의연하고 물 건너간 사회주의식 옛날 방식이다.

교육부와 국민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평준화·획일화 교육 정책을 타파하고, 공교육을 살리며, 교육의 자율성·다양성·독립성 등을 지원해 창의적인 우수 인재를 육성하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런 방법이 결국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며, 배출된 우수 인재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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