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국민 84.1%, ‘남북관계 부정적, 북한 책임 66.3%’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국민 84.1%, ‘남북관계 부정적, 북한 책임 66.3%’
  •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10.1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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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주민 인권 상황에 94.9%가 ‘심각’ 응답도 

21대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미북간 대화 재개와 남북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대선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지난 9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설문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을 내놨다. <미래한국>이 이를 입수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편집자 주)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 후,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 후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이어지며 평화무드가  형성됐던 때와는 대조를 이룬다. 2020년에는 코로나 위기에 더해 대북전단 논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실종 사건 등으로 경색국면이 이어졌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는  악화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남북접촉 횟수를 보더라도 이 경향은 드러난다.

2018년 정치, 군사, 경제, 인도적 지원, 사회문화 등에서 이뤄진 남북대화는 총 36회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당시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내 남북 간 접촉 횟수는 크게 줄면서 2018년 이전 수준이 됐다. 

한국인의 대북 인식은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바뀌었다. 2011년부터 응답자에게 북한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북한이 ‘우리’, ‘이웃’, ‘남’, ‘적’ 가운데 어느 것에 가장 가까운지 조사했다.

북한을 우리 또는 이웃으로 본 우호 시각은 절반 내외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50% 중후반을 기록하다 2020년 49%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평화·화해무드가 조성됐던 2018년에는 북한을 우호적으로 본 비율이 58.6%였다.

2017년 대비 소폭 상승했던 우호 시각은 2019년 56.1%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5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인의 인식도 나빠진 것이다.

2018년을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탄 한반도 정세는 대북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2011년 이래 북한을 남 또는 적으로 본 적대 시각은 30% 내외였는데 2020년에는 37.2%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11년 북한을 적대적으로 본 비율(36%)보다 높았다.

2010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2020년 결과는 유의할 만하다. 북한에 대한 적대 시각이 임계치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대북  인식은 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보수가 북한을 우리 또는 이웃으로 본 비율은 28.5%에 그친 반면, 진보는 66.6%가 북한을 우호적으로 봤다. 반대로 북한을 남 또는 적으로 본 비율은 보수에서 57.3%로 높았고, 진보에서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25.8%).

이는 북한을 얼마나 실질적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보수는 진보에 비해 북한을 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북한을 적대적으로 본 것이다.

대북 인식과 함께 남북관계 인식을 조사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부터 2020년 문재인 정부까지 매년 응답자에게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표면적으로 남북관계 인식은 2018년을 빼면 부정이 긍정 평가를 크게 앞섰다. 북한의 핵 개발이 고도화된 2017년까지 한국인은 90% 내외가 남북관계가 나쁘다고 답했다. 90% 이상이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본 이명박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 시기 한국인은 일시적이지만 부정 시각이 8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2013년: 83.5%). 

9월 15일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연합
9월 15일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연합

북한에 대한 부정 인식 크게 늘어

지난 10년 사이 남북관계 인식에서 가장 큰 변화는 북미·남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린 2018년에 나타났다.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된 이 시기 한국인의 63.4%는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36.6%로 지난 1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앞서 기술했듯이 한반도 정세가 2019년 북미 비핵화 대화 결렬로 다시 반전되며 남북관계 인식도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2019년,  2020년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본 비율은 각각 73.9%, 84.1%로 다수를 차지했다. 긍정  평가는 차례로 26.1%, 15.9%로 줄면서 다시 소수가 됐다. 

추가로 남북관계 인식이 극적으로 변한 2018년과 2020년 결과를 직접 비교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른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2년 사이 변화를 하위집단별로 분석했다.

남북관계 부정 인식은 36.6%에서 84.1%로 2년 사이 47.5%p나 증가했다. 한반도 정세가 바뀌면서 부정 인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성별, 연령대,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변화폭은 컸다. 먼저 성별은 남성, 여성 모두 2년 사이 부정 인식이 각각 49.8%p, 45.2%p나 상승했다. 

성별에 관계 없이 부정 인식이 크게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에서 변화폭(51.3→86.9%=+35.6%p)이 비교적 적었다. 20~50대에서는 부정 인식이 50%p 내외 늘어 2020년 80% 전후가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봤다.

60세 이상은 변화폭은 적었으나 2018년에도 부정 인식이 51.3%였기 때문에 2020년 86.9%가 됐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20대 85.1%, 50대 84.9%의 순으로 나타났다. 

안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보수, 고령층, 20대의 순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가 나빴다. 2018~2020년 이념 성향에 따른 남북관계 부정 인식의 변화폭은 진보(+59.6%p), 중도(+48%p), 보수(+33.8%p)의 순으로 컸다.

반면, 2020년 부정 인식은 보수(92.2%), 중도(85.8%), 진보(77.1%)의 순으로 높았다. 이는 평소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보수에서 높고, 진보에서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보수는 2018년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됐던 때도 다수인 58.4%가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봤다.(진보- 부정 인식: 17.5%) 다음으로 2020년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은 결과를 살펴봤다. 

다수인 66.3%는 북한을 지목했다. 나머지 즉 미국, 중국, 우리나라를 꼽은 비율을 모두 합해도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한국인은 북한이 남북관계 악화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가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이 있다는 답은 6.3%로 소수였다. 북한 비핵화를 포함해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중국을 꼽은 비율은 각각 14.4%(a), 13.1% (b)로 비슷했다. 두 나라의 영향으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고 한 응답(a+b)은 27.5%였다.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별개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본 시각이 짙었다. 모든 연령대·이념 성향에서 60% 이상이 북한을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경향은 60세 이상(71.7%), 보수(68.8%)에서 두드러졌다. 

다른 연령대·이념 성향에 비해 북한을 지목한 비율이 70% 내외로 높았다. 유의할 대목은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본 응답이 보수 7.9%, 진보 22.1%로 큰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진보가 북한에 포용적이고 반미(反美) 성향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 대북 경제지원은 과거부터 큰 논란거리가 되어 왔다. 이념 성향에 따라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이 크게 나뉘어 남남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실 대북 경제지원 문항은 정부의 정책안을 강경책, 유화책으로 구분해 그에 대한 지지를 묻는 것과 같았다. 본원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이분형(dicho tomous) 응답지를 제공하고, 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답하게 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인은 다수가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대북 경제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소 68.5%(2012년), 최대 78.7% (2020년)가 대북 경제지원이 조건부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2011~2020년 기간 동안 큰 변화 없이 조건부 대북 경제지원에 대한 지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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