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자영업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 코로나일까?
[포커스] 자영업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 코로나일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0.15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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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 영업과 매출 불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의 비보(悲報)는 수면위로 나온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직원을 두고 일하는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가 평균 3억  원을 넘었다. 코로나로 자영업 어려움이 커지면서 빚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지난 27일 대법원 ‘2021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사건은 5만379건이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4만5642건)보다 4737건 증가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법원은 이중 4만4417건을 인용했다. 반면에 일정 기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잔여 채무를 면제받는 개인회생 신청은 크게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은 계속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으로 자영업자의 폐업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개인회생은 8만6553건이 접수돼 2019년(9만2587건)과 비교해 6034건 감소했다. 회생 신청의 감소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영업 도산의 이유로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말하고 지원책을 내놓지만 정작 자영업 붕괴의 원인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만든 의도치 않은 결과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원장은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자영업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미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자영업에 결정타를 날렸을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순우 원장이 진단하는 자영업의 붕괴 위기 원인은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양극화’에 있다.

이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여기에서 밀린 사람들이 자영업에 대거 몰려들며 자영업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이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 권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모델을 제시했지만 노동·기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자영업 피해 규모에 비춰 부족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권순우 원장의 진단과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일까.

文정부의 ‘소주성’이 자영업 위기의 진짜 원인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인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을 내세우고는 자영업의 인건비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세금으로 인건비를 보전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자영업계에서 추산한 인건비는 연간 16조 원에 달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의 ‘2018년 2분기 중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의 대출이 2분기 동안 6조 원 늘어나며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자영업 신설법인 수는 이전 해 같은 분기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당연히 자영업의 추세는 문재인 정부가 책정한 인건비 지원금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은행 조사에 의하면 자영업은 10개가 창업해 7개가 폐업하는 상황이었다. 

2018년 8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면서 “고용 악화를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이를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 발언이 있은 4개월 후, 자영업 폐업과 청년 실업률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통령경제보좌관이 나섰다.

2019년 1월 김현철 당시 대통령경제보좌관은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세계 7대 경제대국(한국)에 있는 식당들이 왜 국내에서만 경쟁하려 하냐”고 책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임금 인상→소비 증가→자영업자 소득 증대→일자리 증가’라는 순환 구조를 상정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2020년 노동사회연구소는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해 크게 높아졌지만 월 급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주(자영업자 등)들이 고용시간을 줄인 데 따른 결과다. 

원룸을 빼서 직원 월급 주고 극단 선택을 한 23년차 자영업자의 죽음 앞에 시민들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연합
원룸을 빼서 직원 월급 주고 극단 선택을 한 23년차 자영업자의 죽음 앞에 시민들의 추모가 끊이지 않고 있다./연합

그러자 소주성특위는 이를 반박하고자 ‘1분위 근로소득 감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역시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를 분석했다.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1분위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가 사업소득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1분위 내 비중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해당 자료는 악화되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나타냈다. 자영업자는 가장 소득이 높은 5분위에서 5만700가구, 4분위는 9만5800가구, 3분위에선 3만5000가구 줄었다. 

하지만 2분위는 6만1500가구, 1분위는 6만6400가구나 늘었다. 자영업자들이 말 그대로 저소득층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결국 소주성으로 인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고, 소비 증가의 혜택을 볼 것이라던 자영업자는 저소득층으로 내려앉았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청와대와 진보진영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왔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자영업 비중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4.6%(2019년 기준)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여기에 주 16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줘야 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15시간 이하로 나누는 ‘알바 쪼개기’가 편의점과 식당을 가리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 

똑같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라도 과거와 같은 시간을 일하려면 세 곳 이상 옮겨 다녀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들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저녁 준비를 이유로 문을 닫아 두는 곳들이 늘어났다. 식당은 매출이 줄고 손님은 불편해졌다. 24시 편의점도 야간과 새벽에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났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인건비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 실패를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으로 환자의 상태를 결정적으로 악화시켜 놓고는 환자가 걸린 감기가 문제라는 의사를 우리는 ‘돌팔이’라고 부른다. 

자영업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로 흡수될 수 있는 성장의 전략이 없다면 자영업을 생계로 영위하며 고통 받는 600만 사업자와 그 가족 1천만의 생계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계속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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