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규제 푸니 일자리 ‘확’ 늘었다
[포커스] 규제 푸니 일자리 ‘확’ 늘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0.2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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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돌이켜 보면 우리는 과거에 황당했던 규제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사례로 2014년 해제된 전통시장의 온라인 판매 금지 규제를 들 수 있다. 2014년 이전까지 전통시장은 판매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배송 판매할 수 없었다. 전통시장은 매대 전시 판매만이 허용됐다.

그러한 전통시장에는 명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상품들도 많았다. 떡이나 족발, 순대, 참기름 같은 것들이 많았다. 식품위생법상의 배송 판매 규제가 해제되자 7만7000여 개의 업체에 기회가 주어졌다. 소비자 편의도 증대됐다.

이 규제 해제 조치 이후 전통시장에는 방문 고객 수가 줄었으나 전체 매출은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전통시장들은 온라인 매출 플랫폼과 앱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해제는 판매자의 매출 만이 아니라 일자리도 늘린다. 지난 4월 30일 캐나다 정부는 일자리가 30만3000개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일자리 증가의 원인은 경제 규제조치 완화에 있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6월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일자리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많은 85만 개가 늘었다.

규제를 풀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론으로는 상식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오히려 규제를 풀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해고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에서 고용이 창출된 사례는 많다. 이런 민간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소상공인을 가장 옥죄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 거리제한 등의 각종 규제다.
소상공인을 가장 옥죄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 거리제한 등의 각종 규제다.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까지 규제 혁신을 통해 일자리 10만2000개를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선택적 사전 신고제 도입과 함께 경미한 변경 내용에 대한 신고의무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시장 참여자를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여기에 게임 콘텐츠 수출을 본격화하면 10만 개 이상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와 게임 같은 언택트 규제만 풀어도 일자리 47만 개가 새로 생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가 일자리를 창출했던 사례가 우리 경제에 있을까?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지난 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997년 IMF 위기를 전후로 진입규제, 영업규제 등이 완화된 후 전에 비해 약 2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한 영역은 화물차운송업, 화장품제조업, 항공운송업, 맥주제조업, 피부·네일 미용업 등에서 일어났다.

진입규제만 완화해도 일자리 약 2배 증가

일반화물차운송업의 경우 진입규제 완화로 일자리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1998년 면허제를 등록제로 완화한 결과 9만6000명이던 종사자는 불과 5년 만에 17만9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환위기로 인한 일자리 감소 충격을 완화하는 데 진입규제 완화가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2004년 공급과잉 우려로 다시 허가제로 전환하며 규제가 강화되자 일반화물차운송업의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된 바 있다. 등록제 기간 중 연평균 13.2%이던 종사자수 증가율이 허가제로 강화된 후에는 0.7%로 대폭 떨어져 2016년 종사자는 2003년보다 1만6000명 증가한 수준에 그쳤다.

화장품제조업은 선제적인 규제완화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들었다. 화장품 제조를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던 것을 1999년 신고하면 되는 것으로 기준을 낮췄지만 2000년 1만 명 규모이던 화장품제조업 일자리는 2012년까지 약 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며 화장품 산업이 급성장하자 일자리는 2016년 2만3000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한경연은 진입장벽 규제를 미리 완화해둔 덕에 시장수요의 급작스러운 확대에도 탄력적인 고용 확대가 가능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항공운송업의 경우 영업규제 완화가 일자리 창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선 항공시장을 다시 살리고 항공사간 국내·국제선 분업과 경쟁 촉진을 통해 항공운송시장 자체의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저비용항공시장이 급성장한 계기는 2009년 시행된 국제선 면허기준과 취항기준의 대폭적인 완화다.

이로 인해 6개 저비용항공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8000명)과 항공운송시장 확대에 따른 기존 항공사 고용 증가(5000명)로 2005년 대비 1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한경연은 1990년대 말 진입규제가 일부 완화되었음에도 국제선 취항 등 영업 제한으로 일자리가 정체되다가 영업규제가 완화되자 새로운 일자리 창출시장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수제맥주도 영업규제를 완화하면서 급성장했다. 수제맥주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2002년이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제조한 맥주는 오직 제조한 사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제한으로 인해 2014년까지 수제맥주를 판매하던 ‘브루펍(Brewpub)’은 전국적으로 45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4년 제조 사업장 밖으로의 유통이 허용되자 수제맥주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가 새롭게 등장했고 이들의 가맹점이 2017년에만 100여 개가 증가했다. 일자리도 늘었다. 2000년에서 2014년까지 거의 증가하지 않던 전체 맥주업계 종사자 수는 이후 2년 만에 19.3%나 증가했다.

미용산업은 새로운 시장수요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2007년 이전까지는 머리 깎는 기술과 관련 없는 피부미용, 네일아트 개업을 위해서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2007년 피부미용사 자격증이 별도로 마련되어 분리됐고 2014년은 네일 미용사 자격증이 신설됐다. 머리 손질 등 기술 습득 없이도 피부, 네일 미용에 필요한 기술만으로도 자격 취득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격증 획득이 용이해짐에 따라 2006년 이후 두발미용업 종사자가 11만7000명에서 15만 명(2016)으로 1.3배 증가하는 동안 피부미용업에서는 1만3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1.9배, 네일미용업에서는 약 4000명에서 1만8000명 수준으로 종사자 수가 4.4배 증가했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늘리는 길에 민간에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큼 효과 있는 것도 없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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