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최우선 국가 과제돼야
[데이터로 보는 세상]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 최우선 국가 과제돼야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10.2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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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1995년 4월 김영삼 정부 당시 중국 베이징 기자간담회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언급했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틀린 말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도 후진국형을 면치 못하고 있고, 관료는 영혼이 없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 같고, 그나마 기업들이 분투하며 나라의 경제를 견인해 가고 있다. 이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 돌입해 있다.

미래 지도자는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현재 어느 수준인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할 때 많이 사용되는 지표는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6월 발표하는 세계경쟁력연감이다. IMD에서 발표한 ‘2021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국 64개국 중에서 작년과 동일하게 23위를 기록했다.

이 평가는 4대 분야 20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 결과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4대 분야에서 경제성과 18위, 정부 효율성 34위, 기업 효율성 27위, 그리고 인프라 17위를 기록했다. 가장 낙후한 정부 효율성 분야의 5개 부문에서는 재정(26위), 조세정책(25위), 제도여건(30위), 기업여건(49위), 사회여건(33위) 등으로 정부 효율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나마 가장 평가가 좋은 인프라(17위)는 5개 부문별로 기본 인프라(18위), 기술 인프라(17위), 과학 인프라(2위), 보건환경(30위), 교육(30위) 등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와 부문이 국정에서 다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며 이는 ‘기업 효율성’과 ‘경제성과’를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효율성을 높이면서 인프라를 튼튼하게 한다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인프라에는 과학기술 관련 부문들이 대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는 과학기술 분야이며 국가의 과학기술 전략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 글은 차기 정부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몇 가지 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산업 전반 스마트화 전략 추구해야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첫 번째 길은 <그림 1>에 표현된 국가혁신체계(National Innovation System)의 새로운 개념의 원활한 작동이다. 이 체계는 우리나라가 70-80년대 산업화에 성공할 때 사용된 시스템으로, 산업화 당시에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대학,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와 기업(기업연구소 포함)이 상호 협력체계를 갖추고 협업함으로써, 국가 경제 성장을 가져온 소위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그러나 지금은 산업화 시대와는 좀 다른 개념으로 이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가혁신체계의 주체는 대학, 출연연, 기업의 3자가 되어야 하고, 정부는 협업자의 입장에서 지원해야 한다. 정부의 R&D 정책에서도 정부 주도의 푸시형(top-down) 방식이 아니고, 혁신 주체가 주도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이 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혁신 주체들이 과학기술의 본질과 현장의 현실과 발전 방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고위험(high risk) 기술 개발에는 정부의 주도적인 R&D 투자나 정책 금융 지원이 필요하나 이도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도 깊게 경청한 후에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개념의 국가혁신체계의 효율적인 작동은 국가 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초래할 것이며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두 번째, 과학기술 업무.행정의 전문성과 자율성 추구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많은 주요 조직들(과기정통부, 출연연, 기술 관련 공기업 등)의 장 자리에 과학기술의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식 코드인사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국정과제의 하나로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혁신 생태계 조성‘을 내세웠으나 이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과학기술 조직들을 가장 전문성이 깊은 리더가 운영하게 하고,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줘, 스스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제를 수행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 될 것이다.

세 번째, 국가의 중요한 과학기술 전략을 세울 때 정치인들은 겸허한 자세로 과학기술 전문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되어온 탈원전 정책은 과학기술 지식의 무지에서 나온 무모한 정책으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한 원전기술과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원전은 세계적인 요구사항인 ’2050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지난 10월 8일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방안을 발표했다. 종전 감축 목표인 26.3%와 비교하면 대폭 높인 수치이다.

이 목표대로 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4.17%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우리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산업의 현실을 보면 무리한 목표임이 확실하다. 우리보다 앞서 NDC를 발표한 유럽연합(1.98%), 영국(2.81%), 미국(2.81%) 등의 연평균 감축량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온실가스 관련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산업계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 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과학기술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우리나라의 대외 신뢰도도 떨어뜨릴 것이다. 정치가 전문성을 무시하고 모든 분야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려는 길목에서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네 번째, 우리나라의 경제를 견인하는 것은 산업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만큼 이 시대에 맞게 산업 스마트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는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위해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의 질적, 양적 확대를 추구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건설도 정부주도의 푸시형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경쟁에 의해 자율적으로 스마트공장을 운영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상향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므로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등)을 접목해 첨단 제조업 강국으로 나아간다면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산업(빅데이터, 클라우드 산업, 데이터 활용 산업 등)의 스마트화도 절실하다. 개인 정보는 데이터산업의 필수적인 원동력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와 공공 정보 등을 담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데이터 댐’ 건설이 지지부진하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사업에도 데이터 댐 건설이 들어 있는데 이 디지털 뉴딜은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개정(2020.1.9.)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에 가명정보(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를 통계 작성, 공익적 기록 보존, 과학적 연구 등에 정보 소유자의 동의 없이 사용 가능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 활성화가 안 되어 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빅데이터 시장조사’에 의하면 국내 전체 기업의 빅데이터 도입률이 2020년 13.4%에 불과하고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기업에서도 35.0%에 불과하다. 빅데이터 도입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연구되어야 한다. 데이터산업의 활성화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중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조성할 것이다.

다섯 번째, 다양한 데이터 플랫폼 간 연계 가능하도록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별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플랫폼 간 메타데이터(meta data; 원데이터를 사용하기 편하게 구조화한 데이터 정보)의 공유, 활용이 가능하도록 표준화 및 연계 규격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플랫폼들에 축적된 데이터를 찾고 활용 가능하도록 통합 데이터 지도를 만들어 반영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생성되는 모든 종류의 데이터에 대한 수집, 저장, 활용 등에 대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행정조직으로 소위 ‘데이터 컨트롤 타워’의 지정이나 설립이 필요하다.

여섯 번째, 과학기술 강국을 이끌어갈 유능한 인재 양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 명의 유능한 창의적 인재가 ‘10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초·중·고·대학 교육에서 데이터·AI 경제시대에 적합한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수학·과학, 코딩, 소프트웨어, 데이터과학 등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즉, 이 시대에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암기식 지식전달 교육은 별로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선다형 수능 시험도 창의적 인재 양성에 적합하지 않다. 획기적인 교육 정책의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과학기술 정책이 국가의 중점 과제로 되는 것이 중요

또한 공교육의 부실화로 인한 교육의 하향평준화는 미래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자사고·국제고·외고의 폐지 정책, 사립학교의 자율적인 노력을 막는 사립학교법 개정 등은 잘못된 교육정책이다.

소위 ’3무 교육정책(무시험, 무경쟁, 무서열화)‘을 내세우는 혁신학교와 같은 교육정책으로는 기초학력 미달자 양산(예로, 2020년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중3은 13.4%, 고2는 13.5%)을 막을 수 없다. 교육은 시험을 통한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고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다. 공교육 강화로 사교육을 줄이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경쟁은 장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군사동맹을 과학기술동맹으로 승화 발전시켜야 한다. 아직까지 한미 군사동맹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고 대한민국의 번영을 담보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가려면, 과학기술 선진국들(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과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수적이며, 한미 군사동맹을 과학기술동맹으로 승화시키면 서방 선진국들과의 협조가 용이할 것이다.

올해 한미정상회담(2021.5.21.)에서 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미래 첨단기술 파트너십에 이미 합의한 바 있으며 이런 파트너십의 구체적 실행은 한미 간에 과학기술 동맹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무역 파트너이지 동맹의 파트너는 아니다. 동맹 파트너십과 유사한 관계를 중국과 유지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조선 말기 고종 시대에 서방 문물을 받아들이자는 개화파의 주장을 멀리하고 중국에 모든 것을 의지하자는 친중 위정척사파(衛正斥邪派)의 주장을 들어준 것이 치명적인 정치 실패로, 결국 조선은 망하게 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실패한 전철을 다시는 밝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 과학기술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산업 스마트화 추진, 한미 과학기술동맹 등 일곱 가지의 과학기술 정책을 제안했다. 현 정부에 기대하기는 어렵고, 차기 정부에서 여기서 제안한 일곱 가지의 과학기술 정책(산업 스마트화, 한미과학기술 동맹 등)을 올바르게 실시한다면, <그림 2>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2030년에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이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우리나라가 통일되고, 통일된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해나간다면, 우리나라는 2040년에 동북아 리더 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의 리더 국가로 부상하고,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AI 경제시대의 리더 역할을 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2050년에는 세계 4강 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그림이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 청사진이다. 이러한 대한민국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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