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방부 감사에서 드러난 안보 허점
[심층분석] 국방부 감사에서 드러난 안보 허점
  • 고성혁 미래한국 군사전문 기자
  • 승인 2021.11.0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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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투장비 노후화 심각, 병력자원 감소 심화

2021 국정감사가 지난 10월 1부터 10월 21일까지 3주간 실시됐다. 이번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이재명 감사’였다. 거의 모든 언론이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 바람에 여타 부분 국정감사는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 꼴이 되었다.

그 와중에 12일 방위사업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 도입 사업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 화제의 중심에 섰다.

3만t급 경항모는 국방부가 2019년 8월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개념설계 계획을 반영하면서 공식화했고 작년 8월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이 반영됐다.

신 의원은 “200조 원이 들어도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장차 주변국 외침에서 억제능력을 갖춘다면 해야 하지만 이 전력(경항모)은 쓸모가 거의 없다”며 “경항모를 가졌다고 국제적으로 자랑하는 것 외에 실익은 없다”고 매우 높은 수준의 비판을 가했다.

신 의원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해군 경항모, 감히 이야기하는, ‘과대망상’에 대해서 20년간 끊임없는 정치권 로비를 봐왔다. 그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말하겠다”면서 신 의원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정치권 로비를 해서 포장하면 모를 수 있지만 해군이 오래 정치권에 로비해서 정치권을 속이고,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방위사업청이 지난 5월 용역 등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고 내년 경항모 예산 72억 원을 제출했다면서 “감사원 감사나 특검 한 번 받아보겠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신 의원은 특히 경항모 도입 관련 해군과 업체간의 유착관계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과대망상과 잘못된 판단도 문제지만 여기에 업체의 로비와 업체에 취업한 예비역과 앞으로 취업할 현역과 해군과 조선업체의 불법 네트워킹 걸려 있을 개연성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미리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방사청이 대형수송함을 경항모로 둔갑시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편법, 졸속 사업 진행에 따른 감사원 감사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할 때 경항모 사업의 선행연구는 ‘경항모’가 아닌 ‘대형수송함-Ⅱ’에 대한 것으로 예산편성 등 사업추진 과정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형수송함은 물자와 병력 수송이 주임무이고 항공기 운용은 부가적인 반면에 경항모는 항공기 운용이 주된 임무의 함정으로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1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신원식 의원(좌)과 답변하는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연합
2021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는 신원식 의원(좌)과 답변하는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연합

신원식 의원, 해군 경항모 도입에 직격탄 날려

신 의원은 “운용목적과 성능이 상이함에도 대형수송함-Ⅱ 선행연구를 경항모의 그것으로 둔갑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형수송함과 경항모의 대략적인 제원과 비용을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경항모 건조만 한정한다면 예산이 2조6000억 원 정도 소요되지만 20여 대의 함재기와 관련 장비, 그리고 호위함 건조까지 포함하면 경항모 건조에 필요한 총 예산은 16조8000억 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신원식 의원의 주장에 해군 예비역단체와 해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대한민국 해군예비역단체 일동(역대 해군참모총장단, 대한민국 해군발전협회, 해사총동창회, OCS 장교중앙회, 대한민국 잠수함연맹, 해군동지회, UDT/SEAL 전우회, NROTC 연합회, 해군2사관학교 총동창회, SSU 전우회)은 “신원식 의원은 해군과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 일동은 성명을 통해 “신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2일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경항모 사업을 과대망상증이 걸린 해군이 추진했다는 망언을 한 데 대해 통렬한 심정으로 엄중하게 항의하며 해군 예비역 단체장 명의로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면서 신 의원의 국감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해군 단체 일동은 경항모 사업은 6개의 정부를 거치면서 25년이 걸려 지금에 이르고 있는 국가전략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해군의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추진한 것이 아니라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이 보고한 해군력 개선계획에 ‘수직이착륙기 탑재 가능한 소형 항공모함 확보’ 목표가 설정돼 추진된 장기 사업이라면서 “이런 역사를 모르지 않을 군 출신 국방위원이 어떻게 이런 모멸감을 군에 안겨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신 의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해군 단체가 말하는 1996년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의 해군력 개선계획이라는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한 것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깊다.

당시 일본의 발언에 분개한 김영삼 대통령은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을 불러 독도해역에 해군함정으로 위력시위할 것을 명했다. 이 말을 들은 안병태 총장은 난감했다. 당시 한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함정이라고 해봐야 미 해군이 2차 세계대전 때 쓰다가 한국 해군에 공여한 구축함이 전부였다. 엔진도 스팀보일러 방식이었다.

반면 일본 해상자위대는 그 당시 이미 최첨단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각종 함정도 한국 해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첨단 장비였다. 따라서 한국 해군이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구축함을 이끌고 독도해역을 나가 본들 오히려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한국 해군의 상대는 일본이 아니라 북한 간첩선이었고 해군의 작전개념 역시 간첩선을 잡는 연안해군에 머물러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병태 해군참모총장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소상히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에도 맞설 수 있는 해군력을 건설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힘을 얻은 해군은 이지스함 6척 건조 등 해군 종합발전계획을 보고했다.

이른바 대한민국해군의 ‘대양해군계획’은 이때 수립됐다. 이러한 내용을 해군 단체들이 언급하면서 신원식 의원의 발언을 강력히 성토한 것이다.

해군도 신 의원의 지적과는 상관없이 경함모 건조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일 방침이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14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항모(경항공모함)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해군 전 장병이 똘똘 뭉쳐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신 의원은 해군에 대한 감사에 앞서 12일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신 의원은 “지난 12일 방위사업청 국감 질의에서 경항모보다 다른 해군 전력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과대망상’, ‘비리 우려’ 등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해군 전 장병과 예비역, 관계된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사과하면서 ‘경항모 과대망상’론은 겉으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여전히 경항모 도입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있다.

경항모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한 신원식 의원실 배포 자료
경항모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한 신원식 의원실 배포 자료

제한된 국방예산이 경항모 건조로 인해 해군에 쏠림 현상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연 한반도의 작전개념상 경항모가 비용만큼 효용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해군에서는 여러 가능성과 경항모 도입에 따른 전략의 우위를 강조하지만 한반도 밖에서 경항모를 사용하는 군사작전이 과연 가능하느냐 하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도 이번 국감에서 지적되었다. 그것은 병력자원의 감소 문제다.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총 10만9000명에 육박하던 군 간부 지원자는 지난해 약 26% 하락한 8만 명 수준을 기록했다.

각 군은 이러한 지원자 감소세의 원인으로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절대적 지원자 감소 ▲급여 인상 등 병사 처우 개선에 따른 간부 지원 메리트 감소 등을 꼽았다.

이 중 해병대는 2016년 1306명 모집에 6990명이 지원해 경쟁률 5.4:1를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1385명 모집에 단 2615명만 지원 경쟁률이 1.9:1를 기록해 지원자 감소율이 무려 6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육군, 해군, 공군의 간부 지원자가 각각 22%와 10%, 36%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2021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국방 안보의 허점

해군의 주요 자산인 잠수함부대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지난해 양성한 해군 잠수함 승조원 124명 중 67명이 무더기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14일 해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잠수함 승조원 유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승조원 이탈 현상이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잠수함 승조원 유출률이 평균 51.6%에 육박했다.

조명희 의원은 잠수함 승조원의 경우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에 장기간 교육을 받은 장교와 부사관만 탑승 가능하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해마다 50%에 가까운 인원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잠수함내 승조원의 거주공간은 약 1.1평으로 교도소 독방보다 좁다. 잠수함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의 경우 최고 4258ppm까지 치솟아 실내 권장 농도 1000ppm보다 4배 이상 높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을 넘어가면 두통 및 현기증이 나타나고 장시간 노출되면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다.

승조원들은 연평균 약 140일을 항해하며 한 번 임무를 나가면 3~4주가량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채 살아야 한다.

병력자원 부족뿐만 아니라 노후된 군핵심 장비의 도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의 전력화 계획을 반영해도 공군의 전투기 보유는 올해 410여 대 수준에서 오는 2024년이면 노후기종 도태로 360여 대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이 구상중인 한국형 경항모 랜더링(해군)
해군이 구상중인 한국형 경항모 랜더링(해군)

1970년대 도입한 팬텀과 1980년대 생산한 F-5 제공 전투기가 여전히 공군 전투기로 편제되어 있는 실정이다. 육군 항공의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공격헬기 280여 대 중 약 80%에 해당하는 230여 대가 이미 수명을 10년 이상 초과했다.

해군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해역함대의 경우 노후함정 도태, 신규함정 전력화를 모두 고려했을 때 2035년이면 중·대형함은 현재의 30%, 고속함정은 50% 가까이 줄어든다. 공군과는 달리 해역함대가 보유해야 할 적정 수준의 함정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조차 없다는 것이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항모 도입 반대론자들은 경항모 도입보다 노후장비 개선과 기존 전투함정의 장비 업그레이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국감에서는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충격적인 내용도 있다. 그것은 최근 5년간 군에서 암호모듈, 비화 휴대폰 등 암호장비 분실이 23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군에서 암호모듈 12개, 비화 휴대폰 3대, 비화 스마트폰 3대, 비화 스마트폰용 장비 5개가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암호모듈은 비밀 네트워크 접속 시 사용자 인증에 사용되는 장비다. 비화 휴대폰은 II급 비밀까지 통화가 가능하고 비화 스마트폰은 암호기술이 적용돼 군사자료 유통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분실 사고는 부주의와 관리 소홀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장비를 분실한 이들은 책상 서랍이나 옷장 등에 암호모듈을 방치하다 분실하거나 민간 식당에서 음주 후 부주의로 비화 휴대폰을 분실하기도 했다.

간부가 관리해야 할 암호모듈을 병사들에게 관리하도록 하다가 분실한 사례도 있다. 김민기 의원은 “군의 암호장비 분실은 자칫 큰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주의와 관리소홀로 인한 분실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은 하나하나가 충격적이다. 경항모 건조에 따른 찬반론이 그나마 언론에서 조명되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이 수면 밑에 가라앉은 상태다. 군 암호 관련 모듈이 분실되었다는 것은 이만저만 심각한 사항이 아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군이 발칵 뒤집어져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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