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위드 코로나’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전문가진단] ‘위드 코로나’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1.11.0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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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월 하순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병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그리고 특히 우한폐렴의 원인이 메르스(MERS)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메르스가 그랬듯이 우리 곁을 떠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년 만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자체를 금지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된 강력한 록다운(lock down)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변이를 거듭하며 확산을 멈추지 않자 각국 정부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위드 코로나)’를 모색하게 되었다.

일부 국가는 수개월 전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고 우리 정부는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완전 제거를 포기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일상적 범주로 간주하며 살아가는 정책을 의미한다. 영국은 약 3개월 전인 지난 7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실내외 집합 인원수 제한을 전부 해제했고 유흥시설을 포함한 모든 영업을 재개했다.

사람 간 1미터 이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폐지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완벽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운동경기장과 식당 등이 사람들로 가득찼고 야외에서는 밤늦게까지 파티를 즐겼다.

3개월이 지난 후 영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하루 4만명대로 위드 코로나 이전보다 약 2배 늘었다.

사망자수는 하루 130명꼴로 위드 코로나 이전보다 역시 2배 가량 늘었다. 그러나 영국은 현재 상황이 “정부가 만든 과학적 팬데믹 인플루엔자 모델의 예측 범주 안에 있다”면서 기존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7월 19일부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은 축구 경기장에 운집한 영국 관중들의 모습.
영국은 7월 19일부로 마스크를 벗었다. 사진은 축구 경기장에 운집한 영국 관중들의 모습.

진정한 위드 코로나를 위한 조건

영국의 위드 코로나 실험은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실패한 것일까? 그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함으로써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된 것은 사실이다. 생명은 하나하나가 온 우주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어 가격을 매길 수 없다.

그러나 그 생명이 희생되는 동안 다른 생명들은 ‘자유’를 얻었다. 과연 자유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자유의 가격 역시 생명의 가격만큼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값진 것이다.

사실 영국 정부가 7월에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고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그 이전부터 위드 코로나를 실천하고 있었다.

민족성 때문인지 유난히 속박과 구속을 싫어하는 영국민들 중에는 한·중·일 등 아시안들과 달리 일찌감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거리두기와 인원제한 정책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축구경기장만 해도 위드 코로나 선언 이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 위드 코로나의 이전과 이후의 환경적 요소가 극명하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역시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위드 코로나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위드 코로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드 코로나라기보다 코로나 통제의 완화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이 늘어난 것일 뿐 여전히 개인정보를 적어내야 하고 늘어난 인원수에 맞춰야 하며 엄격하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진정한 위드 코로나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첫째, 전파 위험이 최소화 되어야 한다. 10월 25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1%다. 1차 접종자까지 포함하면 80%로 전 세계 29위권으로 급상승한 상태다.

급속히 상승한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접종 완료율 87%의 포르투갈이나 86%의 UAE, 그리고 80%의 싱가포르에는 못미치지만 이 정도 수치면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둘째, 코로나 환자들이 현재의 의료시스템 내에서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서 아직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진정한 위드 코로나 단계로 진입하려면 코로나19를 독감처럼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독감(influenza)은 전염력을 갖고 있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지만 독감에 감염된 환자를 여타 환자와 분리해 별도로 지정된 의료기관에 수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는 취급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한다.

며칠 전 코로나에 감염되어 재택치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평소 지병 없이 건강한 68세 남성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어 재택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날 아침 상태가 나빠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연락을 받은 119 구급차가 급히 현장에 도착했지만 환자가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들어가지 못하고 코로나 전담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 전담 구급차는 감염방지 목적으로 구급차 내부를 특수필름으로 감싸야 하는데 미리 조치가 안 되어 있어 즉시 출동을 못하고 늦어졌다.

코로나 전담 구급차가 뒤늦게 도착할 즈음 환자의 심장이 멎어 심폐소생술이 시행됐고 환자는 사망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출동 이후에 환자가 재택치료자라는 사실을 알고 병원 선정에도 25분이 걸렸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 재택치료자는 급증하게 될 것인데 지금처럼 전담 구급차와 전담 병원을 고집하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코로나19 신규감염환자 치료와 증상 악화를 보이는 재택치료자의 치료 과정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 자료: 질병관리청

‘위드 아웃’ 코로나로 착각해서 안 돼

위드 코로나의 세 번째 조건은 투명한 정보 공개다. 현재 정부는 1일 신규확진자수 등 단순 데이터만 발표하고 있을 뿐 기간별 코로나 양성률(검사 대비 양성 비율)과 치명률(감염자 대비 사망률)의 변화, 그리고 중증환자비율의 변화 등 감염병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상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의 마지막 조건은 실내 마스크 착용의 지속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독감과 동일한 수준으로 취급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독성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백신을 제외하고 코로나19 전파를 가장 크게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실내에서 마스크 쓰기다. 비말이 희석되고 사멸하는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지 않다. 그러나 환기되지 않는 실내에서는 비말로 인한 감염이 빈번히 발생하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공기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독감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이 자유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면서도 동시에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완전한 일상회복은 아니지만 위드 코로나 정책을 통해 우리는 일상으로 한걸음 더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위드아웃 코로나(Without Corona)가 아닌 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늘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위드아웃 코로나로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이전의 구속과 통제의 시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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