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인은 기후변화가 아니다
코로나 원인은 기후변화가 아니다
  • 최현정 외교안보센터·출판홍보
  • 승인 2021.11.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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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안보 이슈로 떠오른 감염병

올해 초 많은 언론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발생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들을 다루며 COVID-19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위기 속에서 자칫 멀어져 있었던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언론을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와 COVID-19 간의 연관성에 대한 큰 관심은 모두 당시 발표된 실증연구 한 편에 근거하고 있다.

COVID-19의 발생 원인과 기후변화로 인한 바이러스 기생메개체인 박쥐의 서식처 확대를 연계한 이 연구는 지구온난화가 식생에 변화를 가져와 박쥐 종의 증가를 초래했고 이 변화가 박쥐 기원의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을 야기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의 배경인 중국 남부 윈난성(云南省) 지역과 인근 미얀마와 라오스 지역에 식물 식생의 대규모 변화가 있었는데, 즉 기후변화가 기존 열대 관목지대를 열대 초원지대와 낙엽수림으로 변화시켜 박쥐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그 지역의 박쥐의 종과 개체수를 증가시켰다고 본다.

지난 100년간 윈난성 지역에 40종의 박쥐들이 추가로 서식하게 됨으로써 한 종마다 평균 2.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박쥐들의 종류와 개체수 증가로 말미암아 중국 남부 윈난성에서의 박쥐 서식 환경 변화가 COVID-19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Beyer et al. 2021).

유독 이 연구가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만 기후변화가 COVID-19 발생의 원인인 것처럼 해석되어 보도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이 연구에서는 “기후변화는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에 중요한 하나의 요인이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짓고 있다.

무엇보다 이 연구의 대상지역인 윈난성은 이번 COVID-19 감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성의 우한 지역과 2000km나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인 COVID-19의 발생 파악에 가장 중요한 인간과의 접촉이 이뤄진 실질적인 접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 한 채 이 지역에서의 박쥐의 거주 환경인 수목 종류의 변화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아 매개체의 서식지 확장을 감염병 발생 가능성의 확대로 유추해 결론짓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기후변화 이전에 COVID-19 발원지인 우한 지역에서의 인간의 도시화와 거주영역 확장에 따른 야생동물 서식지와의 접점 확대, 중국의 야생동물 섭취 문화, 혹은 그 외의 다른 변수들이 COVID-19의 보다 직접적인 발생 원인일 수도 있다.

여느 실증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이 연구의 발표 직후 생태학자나 병리학자들의 이 연구의 한계에 대한 학문적인 지적들도 있었지만, 이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이 연구가 기후변화가 COVID-19라는 특정 감염병의 발생이나 확산에 절대적인 원인이 된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받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와 감염병 발생의 연계성에 대한 가설에 하나의 실증자료를 제공하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의 의도나 결론과는 다르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연구의 내용이 확대, 전달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이 연구 이전에도 COVID-19 발병률과 지정학적 위치, 기온과 습도 등의 연관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던 몇 개의 연구 결과들에 근거해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감염력이 줄고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유행하는 일반적인 계절성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와 유사한 발병 패턴을 지닐 것이라 보도했던 적도 있다.

전지구적 감염병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전지구적 감염병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감염병 연계성 이해가 중요

지금까지의 미생물 병원체들의 일반적인 특징상, 박테리아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그리고 바이러스는 저온건조한 환경에서 보다 활성화되어 감염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더구나 지난 2003년 발생했던 SARS (SARS-CoV-1) 감염병의 경우에도 고온다습한 여름철을 맞이하면서 진정 국면으로 완화되었던 경험도 있었기에 더운 여름철의 도래를 앞두고 COVID-19 역시 감염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들은 적지 않은 희망을 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는 사실은 COVID-19는 계절이나 기온과 관계없이 짧은 시간에 변이를 거듭하며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바이러스의 진화 패턴과는 매우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신종(新種)’ 감염병이라는 점 뿐이다.

축적된 의학적 지식이나 경험에 따른 예측과 달리 기온, 습도,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게 여전히 대유행 중인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개의 연구 결과에 의존해 COVID-19이라는 신흥감염병(EID: Emerging Infectious Disease)의 성격이나 발병의 인과관계를 단시간 내에 규명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백신이나 치료제 등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신흥감염병(EID)의한 팬데믹은 오래 전부터 이미 비전통적 신안보적 위기로 경고되어 왔다.

단순한 질병과 보건 분야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불안과 피해를 야기하는 신안보 위협으로 감염병 팬데믹을 이해하고 그 ‘창발(創發; emergence)’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여러 변수 요인들 간의 복잡한 상호연계성을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인과적 상호작용은 단선적인 구조를 지니지 않는다.

지난 7월 아덴만에서 작전중이던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장병들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되어 급히 귀국했다./해군
지난 7월 아덴만에서 작전중이던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에서 장병들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되어 급히 귀국했다./해군

감염병과 같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분야에서 위기 발생의 상호인과관계는 더 복잡하고 그 외의 더 많은 변수들과 연계되어 있다.

최근 몇 년 간 지속적으로 가장 큰 범지구적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이어 2021년 COVID-19 영향으로 두 번째 범지구적 위기로 선정된 감염병의 경우 기후변화 요인 외에도 인류에 의한 환경 훼손, 기상이변 등의 환경적인 원인들과 아울러 부정적인 기술의 진보 등의 기술적 원인, 사회보장의 붕괴 등의 사회적 원인들이 복합적인 위기 발생의 동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들 간에 얽혀 있는 연쇄효과나 상호연계성을 고려할 때 현 COVID-19 팬데믹이라는 위기 발생의 원인들 중 기후변화가 여타 요인들에 비해 큰 인과성을 제공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쉽지 않으며 더구나 단 하나의 실증연구가 이를 증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18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스페인 독감(Spanish Flu; H1N1)이 2009년 ‘돼지독감)’이라 불렸던 신종인플루엔자(H1N1)로 또 다시 인류를 팬데믹에 들게 했던 것처럼 한 번 발현되었던 대부분의 감염병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이되어 감염이 다시 확산,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인류의 향상된 의료보건 및 방역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감염병은 발병과 확산이 억제되어 왔지만 감염병의 병원체는 인류와 함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하고 있다.

‘공진화’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둘 이상의 종이 상대 종의 진화에 상호 영향을 주며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 종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는 다른 종의 유전적 변화에 맞대응해 일어나는 유전적 변화이다.

공진화 과정 역시 생물학적인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되어 상호 영향을 받는 유전적 변화는 과거에 비해 더 강한 생존력을 제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박테리아에 대항하는 항생제로 인류는 페니실린을 발명했고 기존의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게 된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하게 된 것은 인간과 병원체의 끊임없는 공진화를 상징한다.

질병에 대응하는 인류의 의학과 보건학의 발전은 기존의 감염병에 대응하는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에 이어, 국가와 사회 단위의 집단면역 체제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속적인 진보를 가져왔지만, 감염병 역시 기존의 항체(antibody)를 무력화시키며 신종이나 변이종으로 동시에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백신 등장 후 주춤했던 COVID-19 감염병 역시 변이종으로 인해 여전히 그 확산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인류와 감염병의 공진화 과정은 COVID-19 팬데믹 이후에도 또 다른 변이종이나 신종 감염병으로 재유행할 수도 있으며 그 감염력과 치사율에서 지금까지의 감염병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진화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현 시대의 메가트렌드로서 사실상 모든 인류 활동 및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대로 대기 중 평균 CO2 농도가 350ppm을 넘으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1990년대보다 훨씬 앞서 인류의 등장과 함께 각종 신종 감염병들의 발생과 확산은 지속되어 왔다.

즉, 비록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신흥감염병(EIDs)의 발생과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인류와 감염병의 공진화 관계는 기후변화와 감염병의 연계성에 대한 이해에 있어 감염병이 기후변화의 종속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국제협력과 공조 강화해야

중국으로부터 COVID-19 감염병이 전파된 지 1년 반이 지나고 있지만 국내외적으로 성공적인 집단면역의 형성 사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21년 8월 현재 감염력이 큰 델타에 이은 람다 변종의 출현 등으로 오히려 감염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집단면역의 1차적 과제라 할 수 있는 70% 이상의 백신접종완료율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결국은 COVID-19 역시 집단면역 형성으로 우리와 공존하되 발병과 확산은 억제될 시점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COVID-19 대응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난 후의 감염병 대응 기조에는 이번 COVID-19 팬데믹 대응에서 얻어진 경험과 지식이 반드시 반영될 수 있어야만 한다.

COVID-19 팬데믹에 대한 위기 의식으로 말미암아 기후변화의 위협과 대응 필요성에 대해 대중적 관심이 고양되는 것은 바람직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신흥안보 위협으로서 기후변화나 감염병 팬데믹 등이 지니는 복잡계나 상호연계성을 단순화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COVID-19라는 특정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에 보다 직접적이고 높은 인과관계를 지닌 근원들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으며 기후변화로부터 파생되는 많은 피해와 손실들에 대한 이해와 대응에 있어 보다 심각할 수 있는 지역적 혹은 국가적 문제들을 뒤로 한 채 질병 확산이나 감염병 대응만이 부각되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한정된 국가 자원과 정책적 노력이 비효율적으로 집중되도록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감염병 측면에 있어서도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에 연계되어 있는 외부 원인들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감염병 자체를 병원체와 숙주인 인류가 공진화함에 따라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신흥안보의 위기로 인식해 보다 개선된 보건의료체제와 국제공조체제를 마련해 인류가 끊임없이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전세계 인류나 모든 개인이 위기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전통적인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가적 특성이 무시될 수 있는 초국가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위기의 본질이 비가시적이고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으며, 위기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 대한 지금까지 축적된 인류의 관련 지식과 경험도 부족하다는 점 등은 기후변화나 감염병과 같은 신흥안보 위협에 대한 이해와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국외에서 발생되어 우리나라와 전세계로 전파된 COVID-19 감염병의 확산 방지와 종식이라는 급박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이후 신흥안보 위기들 간의 상호연계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위기의 성격이나 원인을 외부요인에 돌리거나 위기들 간의 복합성을 단순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위기의 본질을 보다 넓게 이해하고 개선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관심과 연구가 되었을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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