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복지의 딜레마 ‘스웨덴 패러독스’가 의미하는 것
세금과 복지의 딜레마 ‘스웨덴 패러독스’가 의미하는 것
  •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1.11.12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년 대선이 예정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두면서 분배에 관한 관심이 점차적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위기와 포퓰리즘식 정치공약이 연계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 안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흔히 성공적인 복지정책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북유럽 국가의 복지정책이다. 그중에서도 복지수준이 높고 사회보험이 잘 갖춰진 스웨덴의 복지정책이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스웨덴의 복지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맹목적으로 스웨덴의 복지정책을 찬양하며,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스웨덴처럼 복지지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한 번 해봤다면, 아니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 진정으로 바람직한 복지정책이 무엇인지에 관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봤다면 유모토 켄지와 사토 요시히로가 집필한 스웨덴 패러독스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스웨덴이 현재의 복지모델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과 원동력이 무엇인지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웨덴의 복지정책이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줬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지를, 어찌 보면 복지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의 원동력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

스웨덴 패러독스는 스웨덴을 지금까지의 복지국가로 유지시켜 온 원동력은 철저한 시장경제 하에서 끊임없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 온 기업들이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기업 및 국가의 성장이 스웨덴 복지를 지탱해 온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은 기업의 도산도 노동자 해고도 당연히 벌어지는 엄격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이며, 스웨덴에서 충분한 복지서비스를 받으려면 누구나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웨덴의 사회보장은 경쟁한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가 되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고 필자는 언급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GDP 대비 사회보장 지출의 경우 OECD 평균은 20.6%인 반면 스웨덴은 29.4%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6.9%와 일본의 18.6%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사회보장 지출이 많은 만큼 스웨덴 국민의 소득세율은 평균 30%에 이른다.

국세를 추가로 내는 사람의 경우 최고세율은 56.4%까지 올라간다. 스웨덴의 부가가치세는 25%로 덴마크와 함께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2007년 기준으로 18세 이상의 국민에서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는 국민의 비율은 6.6%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저소득층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국민들이 높은 세금을 부담하면서 높은 복지수준을 누리는 것이다.

스웨덴은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법인세율도 지속적으로 낮춰 1980년대 50%였던 세율이 2009년에는 26.3%로 낮아졌다.

법인세는 우리나라 주민세나 재산세 같은 외형표준과세가 아니라 연간이익만을 과세표준으로 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적자일 때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다양한 세액공제까지 제공되어 실효세율은 더 낮아진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스웨덴의 유명기업 상표들. 세계 500대 기업에 스웨덴 회사는 9개가 랭크되어 있다.
스웨덴의 유명기업 상표들. 세계 500대 기업에 스웨덴 회사는 9개가 랭크되어 있다.

스웨덴은 해외 고급인재에 대한 소득세 감세라는 독자적인 세제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금과 사회 보험료를 포함한 스웨덴의 전체 노동비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으며 해고규제도 비교적 용이해서 해고와 이직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해고된 근로자는 공공직업안정소로부터 직업소개와 정보를 제공받으며 고용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른 직종으로의 취업도 용이하다.

스웨덴 정부도 시장에서는 작은 정부를 기조로 하고 있으며 기업의 생사도 철저히 시장에 맡긴다. 1970년대 당시 스웨덴의 기간산업이었던 조선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거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고용을 유지하고 기업을 유지시키려 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었고 결국 스웨덴 조선업은 세계시장에게 퇴출되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은 이를 교훈으로 삼고 사양산업·개별기업은 구제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즉 사양산업이나 도산하려는 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정리퇴출하고 그로 인해 남은 노동력은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현재 스웨덴의 대기업은 높은 효율성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철저히 근로와 연계되어 있다. 과도한 실업보험보장이 일으킬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구직활동과 직업훈련 참여는 실업급여 수급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급부액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며 일자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 급부액이 감면되거나 중단된다.

그 밖의 육아휴직이나 고령연금, 기타 사회보장 급여액 등도 철저히 근로와 연계되어 있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며 충분한 급부액을 받을 수 없다.

저자는 스웨덴이 일하지 않는 자는 풍요로워질 수 없다는 철학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국가라고 언급하며 스웨덴 복지모델은 개인의 인센티브를 높이는 갖가지 제도와 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여러 제도로 인해 유지 가능한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스웨덴의 경우에서도 성장 없이는 복지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에 이은 대불황으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면서 재정적자가 대폭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아동수당을 삭감하고, 실업수당과 질병수당의 급부수준도 낮추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국가의 지속적 성장 없이는, 충분한 재원 마련 없이는, 복지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성장 없는 복지확대는 국가 재정을 파탄내고 망국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원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우선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장과 경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며 이에 기반을 둔 기업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조건 없이 스웨덴의 높은 복지지출만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기업의 발전을 위한 시장과 경쟁시스템을 정비하고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복지의 첫걸음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하면서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고령화 진행속도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2011~2020년간 65세 이상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4%로 OECD 평균(2.6%)의 약 1.7배로서 OECD 가운데에서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급증하는 인구를 걱정하며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슬로건으로 가족계획운동을 독려했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형 복지의 조건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자연인구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면서 1인 가구도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높은 수준의 고령층 빈곤율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에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성장 둔화를 가져오고 저성장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 국가중에 한국은 최저의 출산율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OECD 국가중에 한국은 최저의 출산율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향후 실제적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동력 투입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 노동력의 활용이 중요하다. 특히 여성 노동력의 경우 기혼여성의 노동력 활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5~64세 기준 기혼여성의 고용률(57.6%)은 미혼여성(71.6%)보다 낮아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기혼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혼여성의 취업유지율은 약 29.8%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육시설의 정비 등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육아 부담이 경제활동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다 다양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에서 탈퇴하더라도 다시 노동시장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경직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청년층에서의 노동력 활용을 기대할 수 있지만, 청년층에서는 니트족(취업도 하지 않고, 정규교육기관에도 속해 있지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은 그룹)이 증가하고 있어 청년 노동력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요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청년의 고용률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9년 기준으로 15~29세 청년 고용률은 우리나라가 43.5%에 그쳐 OECD 평균은 53.9%보다 약 10% 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청년 실업률은 낮추고 청년 고용률은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청년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으나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일자리는 단기적이고 소비적인 일자리가 많아 일자리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힘들고 주로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가 많으며, 실제적인 소득보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고용보호를 완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금체계를 개편해 기업이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측면에서는 현금 위주의 청년 지원정책보다는 소득 하위계층을 중심으로 취업경험이나 직업훈련, 인턴 등의 서비스 지원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미래에는 노동력 부족으로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풍족해질 것이라는 속단도 금물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여전히 지속될 것이고 경제성장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다.

그래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는 급속도로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향후 인터넷, 통신, IT를 활용한 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디지털 기술 등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게 되면서 사람이 하는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디지털경제의 일자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기회가 있어도 취업하기 어려운 디지털 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고 특히 저소득층·취약계층의 디지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도 꾸준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