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중 기술 패권경쟁, 한국의 자율권은 어디로?
[이슈] 미중 기술 패권경쟁, 한국의 자율권은 어디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1.2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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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국회에서는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이 한국군사학회와 공동주최로 ‘미중패권경쟁과 한미동맹의 미래’ 주제의 웹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던 것.

세미나는 미중 간 치열한 글로벌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무역갈등, 첨단 기술경쟁, 인도태평양 시대 개막 등 미중 양국의 외교안보 정책방향을 분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경쟁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경쟁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가장 치열하다.

세미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미중 간의 기술 경쟁이었다. 이 부분이 결국 경제와 안보를 묶는 중심축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 분석> 제하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이미 2014년, 인공지능(AI)와 5G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문제는 이러한 분야의 과학기술이 군사 안보와 결합되어 운용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 분야에서 한 치 양보없는 경쟁과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보고서의 분석결과는 한편으로는 충격적이면서도 우리 나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다소 희망적인 기대도 갖게 한다.

보고서는 2014년 후반 이후 중국의 기술혁신 생산성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며, 최근에는 일본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한국의 기술혁신 생산성이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일본, 중국 미국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적은 수의 연구원과 지출에 비해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더 많은 PCT 특허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이 가장 많은 PCT 출원을 하고 있지만, 한국이 PCT 국제 특허를 생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었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 반도체에 대한 기술 통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 반도체에 대한 기술 통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中 AI, G5 2014년 이미 美에 앞서

우선 5G 분야에서 중국은 2013년 ‘IMT 2020 프로젝트’ 착수를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5G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5G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지식재산권 조사업체인 IPlytics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5G 표준필수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중국(약 34% 점유)으로 세계 1위에 등극했으며 한국이 24%로 2위, 미국과 핀란드가 각각 14%로 3위를 차지했다.

표준필수특허(SEP)는 기술 발전 과정에서 대체될 수 없는 핵심기술의 특허를 뜻하며 그동안 주요국은 국가경쟁력의 시금석 역할을 하는 중요 지표인 5G SEP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과 2강 체제를 이루고 있으며, 2019년 1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TOP 500 슈퍼컴퓨터’는 총 228(45.6%)대로, 이전 순위 발표 시점인 2019년 6월보다 8대 증가했다.

중국은 2013년 티엔허-2호(Tianhe-2A)가 미국의 타이탄(Titan)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2018년 6월 미국 에너지부 소속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Summit’이 2019년 ‘TOP 500 슈퍼컴퓨터’에서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즈광)이 3위, 티엔허-2호가 4위를 차지하면서 여전히 중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에는 양국의 엑사스케일(exascale) 컴퓨팅 역량 확보 여부에 따라 슈퍼컴퓨터 분야 선도국의 자리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이미 2016년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슈광(2020년)의 구축계획을 공표했으며 2018년에는 티엔허-3호(2020년)와 선웨이(2021년)의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역시 2019년 3월 첫 번째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 Aurora(2021년)의 구축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Frontier(2021년), EI Capitan(2022년)의 구축계획을 차례로 공표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인공지능 AI 분야에서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거대한 시장, 다양한 방언(음성인식), 한자의 복잡성(이미지 인식),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정보 보호의식 등의 요인으로 인공지능 발전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AI 기술별 특허를 살펴보면 주요 6대 기술 분야 중 머신러닝과 기초 알고리즘과 관련해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중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공지능 관련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Baidu(5712건)였으며, 그 다음으로 Tencent(4115 건), Microsoft(3978건), Inspur(浪潮, 3755건), Huawei(3656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은 시각인식, 음성인식 관련 AI 기술의 발달 수준이 높은 편이며 관련 분야는 대표 유니콘기업들의 주도하에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중국 내 AI 시각인식 분야에는 SenseTime과 Megvii, AI 음성인식 분야에는 iFLYTEK이 대표적인 유니콘기업이다.

美中 사이에서 자율권 확보가 관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2025년까지 10조 위안(1727조 원)을 6년 동안 투자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이후 전방위적인 정책 지원과 주요 IC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실현했다.

최근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경제 회복을 위해 2020년 5월 개최된 양회에서 5G,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터, 전기차 충전소 등 미래 신산업의 기반이 되는 신형 인프라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향후 첨단 ICT 산업(기술)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 창출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2025년까지 5G, AI 등 첨단산업 분야에 약 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진다. 이러한 계획 하에 중국은 과학기술 혁신강국 건설 3단계 목표 아래 2020년까지 혁신형 국가대열에 진입하고, 2030년까지 혁신형 국가 선두에 서며, 2050년까지 글로벌 과학기술 혁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육성정책이 중국 정부 주도로 불공정하게 이루어짐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훼손한다는 데 상당한 우려를 표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수출통제개혁법’, ‘2019 국방수권법 889조’,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 등을 제정하고 중국에 대한 무역규제와 투자규제조치를 실시해 왔다.

미국의 제재에 중국은 팃포탯(tit-for-tat) 전략이 아닌 ‘새로운 대장정’ 전략으로 대응하며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제도 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 개발 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우리나라는 양국으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의 중일 관계가 보여주듯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도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국익 실현을 위한 자율적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기술혁신 역량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야만 타국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고 타국과의 협력 기회도 존재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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