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국의 유권자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포커스] 한국의 유권자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2.01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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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분석하는 백서를 출간했다.백서의 편집과 집필은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맡았고 강신구, 강우창, 김보미, 배진석, 서현진, 이한수, 임성학, 정한울, 한정훈 등 국내 정치학자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변화하는 한국유권자>라는 제하의 시리즈 제6권에서 저자들은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요 정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에 기반을 둔 실증적 연구를 수행한 결과, 보수의 몰락과 재편이라는 한국 정치의 거대한 변화를 추적해 냈다. 연구에 참여했던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의 해석을 빌려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2007-2008년 선거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 이념요인의 약화와 표쏠림

정한울 위원은 먼저 한국의 유권자 변화가 2007년과 2008년 선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음을 지적한다.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로 막을 내린 3년간의 전국단위 선거결과는 한국정치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내영 교수는 구 범여권의 이탈층 분석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으로 새로 유입된 신 지지층에 대한 분석을 통해 2007년 대선에서 영남과 고령층, 저학력층 및 보수이념층을 지지 기반으로 했던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수도권, 젊은세대, 이념적 중도층 및 진보층의 일부까지 흡수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내영교수와 강원택 교수의 연구는 실제 지난 대선에서 호남 대 영남, 젊은 세대 대 고연령층, 진보 대 보수라는 기존의 전통적인 균열과 이념대결의 성격이 약화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강원택 교수는 나아가 작년 대선과 2008년 총선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정치시장에서 실종된 386세대에 날카로운 분석 잣대를 들이댄다.

그에 따르면 2002년/2004년 대선과 총선에서 반미-대북정책, 정치개혁, 지역주의 타파 등 이념대결의 장에서 진보적 입장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2007년/2008년 대선과 총선 국면에서 이념요인의 퇴보와 함께 386세대가 무대 뒤로 퇴장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의 관심사가 불과 4-5년 사이에 정치적 이슈에서 교육, 일자리, 부동산 문제등 ‘실질적인’ 사안으로 급속히 이동했고, 이들 이슈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진보적 입장은 여전히 남아 있어 이후 정치적 쟁점이 재등장할 경우 386세대가 정치무대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이분법적인 정치균열이 약화되면서 유권자들의 인식과 태도를 이해하기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유성진 박사는 유권자들이 특정의 정치대상에 대해 ‘호/불호’, ‘옳음/그름’의 이분법적 흑백논리가 아닌 하나의 대상에 대해 ‘호/불호’나 두 개의 상반된 가치가 개인에게 있어 공존할 수 있다는 ‘상충적 유권자’이론에 주목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보수=친미=반공=한나라당 지지’ 대 ‘진보=반미=용공=민주당 지지’라는 식의 과거의 흑백논리를 벗어나 실질적인 이익에 따라 유연한 태도로 변화해가는 유권자를 이해하는 이론적 도구로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2007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유권자층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7년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 유권자층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기화된 이슈들, 그 속에서 떠오른 부동층

정한울 위원은 정치 이슈의 퇴조가 불러온 현상에서 부동층을 새롭게 이해할 것을 요청한다. 정치 과잉의 한국사회에 경제의 영향력 확대 조짐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는 ‘정치적, 이념적 요인의 영향력이 약화된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 경제 문제’라고 말한다.

권혁용 교수와 정한울 위원은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유례없이 경제 실정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 경제살리기의 대안 찾기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과잉의 한국사회에서 경제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주장한다.

경제 문제는 경제 실정의 책임을 묻고 경제살리기의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에 표를 주는 투표행태로도 나타나지만 강원택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사회에서 ‘국가 대 시장’이라는 이념적 갈등으로 ‘내재화’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정한울 위원은 기존 정치균열에 따른 투표 행태를 뛰어넘는 새로운 변화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정당이나 후보로 지지를 바꾸는 ‘부동층’도 적지 늘어났고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기권한 유권자들이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진영재·김영민의 연구는 부동층을 투표 이전에 자신이 지지했던 정당/후보 지지에서 이탈했다 실제 투표에서는 원래 정당/후보를 지지하는 회귀성 부동층과 다른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로 마음을 바꾼 후 돌아가지 않는 비회귀성 부동층으로 구분한다.

지난 대선/총선을 거치면서 비회귀성 부동층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특히 비회귀성 부동층 중에서도 이념적으로 유사한 정당 내에 지지를 이동하는 내적 변동성과 함께 이념적으로 상이한 정당으로 지지를 이동하는 외적 변동성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의 정당지지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는 강원택, 이내영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결과로도 해석된다.

한편 서현진 교수는 기권자 분석을 통해 진보성향의 고학력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선과 총선에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보수성향의 저학력 층에서 높은 정치참여율을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진보성향이 강한 고학력 유권자들은 정치 관심과 신뢰도가 낮았고 전반적으로 총선에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투표에 불참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이 대안세력으로 신뢰를 주지 못한 것도 이들의 투표율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이는 결국 보수정치세력의 압승을 거두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서교수의 주장이다.

이러한 분석들을 종합해 보면 2022년 대선 역시 한국 유권자들의 변화를 반영하는 국민의 선택이 이뤄질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결정력의 배후에는 ‘정치에 무관심한’ 부동층이 아니라 ‘정치에 불만’인 부동층의 선택이 자리잡고 있음도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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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화 2021-12-13 07:08:38
유권자는 분명 변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좌클릭된 전교조하의 교육과 언론과 문화가 근본적으로 올바르게 변화되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좌편향현상으로 좌파정치는 계속된다고 본다. 또한 권력중독증과 무사안일과 출세밖에 모르는 우파들에게도 우리의 희망은 없다. 좌파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감방도 가고 자신을 희생할줄도 아는데 우파는 그런신념조차 없이 오직 자신들의 이익밖엔 없다. 그러니 질수 밖에 없다. 좌파들이 잘못된 이데올르기에 중독되었다면 우파들은 권력욕에 중독되어있다. 한심하기는 신념조차없는우파가 더 한심하다.

출세가 아닌 조국과 민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정치가 출세의 도구가 아닌 섬김의 자리임을 알고 자신의 생명조차 버릴수 있는 순교자적 정치지도자들이 나올때에만 이 나라 이 민족의 희망이 보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