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요소수 대란이 남긴 것 심각한 중국 의존증
[심층분석] 요소수 대란이 남긴 것 심각한 중국 의존증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12.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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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부터 시작된 요소수 대란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부처가 힘을 합쳐 요소 확보에 나서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들여 확보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요소수 대란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산에 의존하는 중간재와 원자재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국내 요소수 대란의 원인은 중국의 비료원료 수출통제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0월 11일 요소(암모니아) 수출검사를 의무화한다고 고시했다. 중국 내 비료 부족을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자 ‘수출검사’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수출을 막은 것이다.

요소는 보통 천연가스나 석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만든다. 한국 등에서는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생산할 때 여기서 나오는 수소를 이용한다. 반면 중국은 지금까지 값싸게 확보한 석탄을 사용해 요소를 생산했다.

이렇게 만든 요소는 주로 비료용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2008년 유럽연합이 차량배출가스 제한기준을 강화하면서 신형 디젤 차량에 새로운 매연저감장치 SCR(선택적 환원촉매 장치)를 장착한 뒤부터 요소수는 차량 운행의 필수품이 됐다.

중국은 저가로 생산한 요소를 전 세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디젤 차량 운행이 많은 EU와 한국 등은 자국 내에서 생산한 요소보다 값싼 중국산 요소를 수입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렇게 전 세계 요소 시장을 지배하게 됐지만 올들어 문제가 생겼다. 바로 석탄 부족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게 된 이유다.

지난 9월 말 “중국이 석탄 부족 때문에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의 발전량 가운데 49%가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왔다.

BBC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는 1058곳에 이른다. “중국은 현재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데 2020년 발전에 쓰인 양만 30억 톤에 이른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9월 “중국이 석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어 중국의 전력난이 있고 10월에는 석탄 부족으로 냉난방은 물론 각종 산업생산에서 차질이 생긴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저질의 북한산 석탄을 불법으로 대량 수입하고, 북한으로부터 전력을 사들인다고 했다.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나붙은 주유소/연합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나붙은 주유소/연합

세계에서 석탄 가장 많이 쓰는 중국,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통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비료들 또한 부족 사태를 겪을 조짐이 보였다. 비료 부족은 식량난이라는, 전력난을 초월한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결국 비료 부족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원료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소식통들은 “중국이 석탄 부족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리고 그 전망대로 요소 수출이 막히면서 국내에서는 11월 초부터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대란이 국내에서 더 논란이 된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디젤차 수요가 매우 적다.

승용차는 물론 배기량 6000cc 이상의 대형 승합차나 화물차, 세미트럭이라 부르는 대형 트레일러 차량도 디젤을 사용하는 것보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종류가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군용 트럭도 대부분 휘발유를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비료용 요소 수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산 요소 부족 사태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비료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주장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대응에서 보듯 비료용 요소 부족이 심각해져도 미국 정부와 석유화학기업들이 나서면 요소 부족 문제는 곧 해결된다. 나프타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수소를 이용하면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요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일본은 사회 운영에 필수적인 원료들은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어찌 보면 후진국에 공장을 세워 생산해 들여와도 될 제품까지 국내에서 생산한다.

이런 원칙 덕분인지 일본은 요소수 제조에 필요한 암모니아의 77% 가량을 우베코산·미쓰이화학·쇼와전공·닛산화학 등 대기업이 맡아 생산한다. 부족분은 호주·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일본이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역을 상대국 압박에 악용하는 나라와는 거래하지 않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은 승용차를 비롯한 차량 대부분이 휘발유를 사용한다는 점도 요소수 부족이 크게 문제가 안 되는 이유다.

디젤 차량이 전체 차량의 40% 이상으로 알려진 EU 국가들에서도 요소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암모니아 추출 원료가 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대란’은 아니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지난 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EU 지역의 요소수 가격은 10리터 당 2.5유로하던 것이 최근 5유로 정도로 뛰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과 유럽의 온라인 마켓 플랫폼 아마존이나 이베이, 일본의 가격비교 플랫폼 가가쿠 닷컴 같은 곳에서 요소수를 검색해 보면 가격이 이전의 2~3배 정도로 대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한국처럼 10배 이상 오른다거나 제품을 찾지 못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요소수가 바닥나자 정부는 공군 공중급유기를 호주로 급파해서 겨우 탱크로리 1차량분의 2만7000리터를 공수했다./공군
요소수가 바닥나자 정부는 공군 공중급유기를 호주로 급파해서 겨우 탱크로리 1차량분의 2만7000리터를 공수했다./공군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산 요소 값이 싸다는 이유로 국내산을 외면했다. 그 결과 중국산 요소에 대한 의존도가 97.6%가 됐다. 결국 현재 국내 디젤 차량 소유자들은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 요소수를 직구하고 있다.

해외구매 및 배송대행업체들 또한 요소수를 미국과 일본 등에서 구입해 국내에 판매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유한 차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국산차 소유자들은 요소수를 직접 구해야 한다.

반면 수입차를 구매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경우에는 서비스센터를 통해 요소수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업체들이 현지에서 요소수를 조달해 국내에 보내고 있기 때문에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언론이 일찍이 요소수 품귀로 인한 우려가 제기했음에도 청와대는 지난 11월 5일, 기획재정부는 7일에서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난 16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밝힌 내용을 보면 더 가관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 무역관은 지난 10월 11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해당)가 요소 수출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뒤 중국 내의 요소 부족에 대해 열흘 동안 조사를 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또한 조사 대상이었다. KOTRA는 수출진흥을 맡은 조직인 만큼 중국 시장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와 청와대 등은 국내에 수출하는 요소 문제에 대한 조사를 KOTRA에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OTRA가 작성한 중국 내 요소 부족 상황에 대한 조사 보고서는 10월 22일 본사를 거쳐 산자부로 보고됐다. 산자부는 이 보고서를 보고도 국내 요소수 대란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10월 27일 요소수 대란과 관련한 업계 간담회를 가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산자부나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청와대조차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을 비료 문제로 파악하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보고서가 너무 많아 요소수 같은 핵심 정보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이 해명은 국내 운행 차량의 약 38%(1000만 대)가 디젤 차량인 현실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긴급대응 또한 비난을 사고 있다. 요소수 대란이 시작된 뒤 문재인 정부는 호주에서 요소수 27톤을 실어오기 위해 군 수송기를 급파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판이 일었다. 요소수 27톤은 2만7000리터 분량이다.

반면 군 수송기가 호주를 왕복하는 데 사용한 항공유는 11.6톤(11만6000리터) 가량이다. 이 때문에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큰 쇼”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방부는 지난 8일 “군이 비축한 요소수 20만 리터를 시중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을 밝히면서 정부는 “구급차나 청소차와 같이 필수적인 서비스 유지하기 위해 군의 요소수를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군에서 제공한 요소수는 전국 주유소에서 일반 화물트럭에 팔렸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군을 내세워 벌인 ‘쇼’로 공급한 요소수는 47만 리터. 국토교통부의 2019년 말 통계로 보면 국내 요소수 하루 판매량은 56만1012리터다. 많은 비용을 들여 군을 동원해서 얻은 요소수가 하루 수급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9월까지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가운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인 물품을 추려낸 결과 중국산 의존 품목은 1805개에 달했다. 특히 마그네슘과 리튬 등 자동차와 반도체, 2차 전지 등 국내 핵심 산업에 들어가는 소재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편중된 주요 자원 수입선도 이제는 안보적 차원에서 탈중국이 시급하다.
중국에 편중된 주요 자원 수입선도 이제는 안보적 차원에서 탈중국이 시급하다.

산업연구원 “현재 중국산 수입품 중 의존도 심각한 품목 1088종”

구체적으로는 건물 지붕 자재로 주로 사용하는 아연도강판은 93.8%, 망간 제품 99%, 알루미늄 케이블 97.4%, 마그네슘 잉곳 등은 94.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 텅스텐은 94.7%, 2차 전지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은 83.5%,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자석은 86.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략적 취약성이 있는 중국산 품목은 1088개로 집계됐다. 중간재는 604종, 소비재는 264종이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품목은 653개였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은 중간재 품목을 중국에 의존하는 산업분업 구조 때문에 미국, 일본에 비해 ‘차이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산업계에서는 중국산 원자재 공급난이 일어날 경우 2년 전 일본의 반도체 관련 소재 수출규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산업용 중간재 외에 소비재 중에서도 중국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품목이 적지 않다. 관(棺)을 비롯한 각종 장례용품과 골판지 소재, 제설제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품목들 또한 중국산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에 있지 않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산 의존도가 심각한 현실에서 미중 패권경쟁 이후 원자재 및 중간재 공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한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요소수 대란이 생기지 않았다”며 “전략물자라고 판단해 사전에 대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석탄 부족 사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비와 예방책이 필요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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