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중국의 통일전선전술 공자학원
[논단] 중국의 통일전선전술 공자학원
  •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
  • 승인 2021.12.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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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공자학원을 설치하고자 하는 대학 측에 초기 비용으로 15만 내지 25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교사 인건비, 교재비 등 실질 운영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강의실과 사무실만 제공하면 된다.

그 대신 중국 정부가 교사 선발과 교육과정 일체를 통제한다. 2018년 154개 국가에 총 548개 공자학원과 1193개 공자학당이 운영되고 있었다. 중국은 2010년 104개 국가 353개 공자학원에 총 1.67억 달러를 투입했다. 2020년 현재 적어도 2억 달러(한화 2200억 원)를 투입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의 격언이 있다. 국가가, 특히나 중국 공산당이 70년 간 1당독재를 하고 있는 중국이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선의로 그 돈을 투입할 리가 없다. 공자학원을 운영하는 중국 공산당의 정체와 의도를 직시해야 공자학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당(黨)국가체제, 즉 중국 공산당이 국가와 국민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체제이다. 공산당이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국가기구 위에 군림한다. 검찰과 법원이 모두 공산당의 지배를 받는다. 기본적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공산당의 지배에 복종하는 ‘공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 중국 공산당의 부패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서 고위층들은 모두 미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 가족과 재산을 두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 “반미는 직업, 친미는 생활!(反美是工作, 親美是生活)”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의 목표는 안으로는 “이대로 영원히!”다. 지금의 공산당 1당독재 체제를 영속화하는 것이다. 민주화를 허용하면 재산과 생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국민을 탄압할 수밖에 없다. 공산당이 무너지면 중국은 해체된다.

1989년 천안문사태, 2020년 홍콩사태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무자비한 진압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은 독재, 부패, 억압, 비효율이 겹겹이 쌓여 있는 매우 불안정한 나라다. 미국이 과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국제분업체제에 편입시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시켰지만 중국은 강력한 감시와 통제가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나라다.

겉으로는 순응하는 듯 보여도 국민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 2017년 텐센트의 인공지능 베이비Q가 밝힌 “나의 꿈은 미국으로 이민가는 것”이 중국인들의 본심이다. 번영하는 자유민주국가가 지구촌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공산당에는 체제에 대한 위협이다.

게다가 공산당은 자본주의 타도를 존립의 근거로 삼는 조직이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를 타도하는 게 대외적인 목표다. ‘미국 타도’가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들의 진지한 목표라고 하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 각국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과 마오쩌둥 이념을 선전하는 도구다.
세계 각국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과 마오쩌둥 이념을 선전하는 도구다.

초한전(超限戰)과 통일전선전술, 그리고 공자학원

중국 인민대 교수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와 통일전선공작부 고문으로서 중국의 ‘국사(國師)’로 알려진 진칸롱이 2016년 7월 광저우의 비밀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의 진심을 토로했다. 2021년 3월 The Epoch Times가 뒤늦게 그의 발언을 취재 보도했는데 한마디로 중국이 미국을 약화시키고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밝힌 것이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중국 공산당 고위층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세기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저 유명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저들도 잘 알고 있다.

19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이후 100년이 흘렀다. 그동안 대륙을 평정했고, 6·25전쟁에서 미국과 대등한 싸움 끝에 휴전을 이끌어냈고, 소련과의 알력을 견뎌냈고, 공산주의의 유일한 종주국으로 등극했고, 미국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성장했다.

소위 중화민족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공공연히 전랑(戰狼)외교를 하면서 서방 각국에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폭주에 관성이 붙은 것이다. 인류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위구르족 인종 말살 정책, 홍콩 민주화운동과 티베트 독립운동 탄압, 대만과 남중국해에 대한 영토적 야심, 기독교와 파룬궁에 대한 가혹한 박해 등 어느 하나도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 결론은 “내정간섭을 불허하며, 전쟁을 불사하겠다”이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2500여 년 전 이미 <손자병법>을 비롯한 병법서들을 탄생시킨 나라다. 거기에 더해 자국과 소련을 비롯한 각국의 혁명운동사를 통해 온갖 ‘지혜’를 터득했다. 그것을 집대성한 게 <초한전(超限戰)>이란 책이다.

1999년 인민해방군 장성 차오량, 왕샹수이가 쓴 것을 해방군문예출판사가 출판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입장이란 뜻이다.

초한전은 ‘모든 경계와 한계를 초월하는 극한의 전쟁’을 의미한다. 무력과 비무력, 살상과 비살상, 합법과 불법의 구분 없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과 싸우자는 얘기다.

삶의 모든 영역이 전쟁터이고, 모두가 전투요원이고, 지금 이 순간을 포함해 언제나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는 전의(戰意)가 충만하다. 중국 공산당은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초한전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게 저 유명한 통일전선전술이다. 주적(主敵)을 제외한 나머지 제(諸) 세력을 규합해 주적을 타격하자는 전술로서, 모택동이 일찍이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함께 3대 법보(法寶)로 꼽았을 정도로 중요하다.

통일전선은 가끔 필요할 때 쓰는 특정 형태의 전술이 아니다. 공산당이 평소에 행하는 모든 사업이 통일전선공작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각종 교류, 회유, 뇌물, 미인계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자매도시 결연사업이 대표적이다. 공자학원도 그 일환임은 물론이다.

공자학원은 정확하게 말하면 통일전선전술을 펼치기 위한 매개체요 거점이다. 공자학원을 통해 상대국의 교수, 학자, 학생, 주민 등을 광범위하게 친중 인맥으로 포섭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훔치고 정보를 빼돌리기도 한다.

그 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이상의 최고위층이 해외 순방을 할 때면 가능한 한 시간을 쪼개서 그 나라 공자학원을 방문,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공자학원을 관리하는 실질적인 책임자가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인 정치국원이자 통일전선공작부장이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2012년 캐나다 맥매스터대학의 공자학원 강사 쏘냐 자오가 그 실체를 폭로하며 망명을 요청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3년 그 대학의 공자학원이 폐쇄되었다. 세계 최초였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2014년 미국대학교수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가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많았을 때 119개에 달했던 미국의 공자학원은 2021년 8월 현재 40여 개로 줄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자학원을 유치한 스웨덴은 작년에 이를 모두 추방했다.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독일에서도 공자학원을 추방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2021년 3월 4일 만장일치로 공자학원을 추방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각 주에서도 똑같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공자학원에 관한 한,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그것과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양원, 양당이 동의하는 법안이 통과될 정도로 미국의 입장은 더 단호한 모습이다.

공자학원실체알리기 운동본부는 지난 9월 15일 포천 대진대에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시위를 했다./한민호 페이스북
공자학원실체알리기 운동본부는 지난 9월 15일 포천 대진대에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하는 문서를 전달하고 시위를 했다./한민호 페이스북

‘전 세계적 위협’을 주제로 2021년 4월 14일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에 대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레이 국장은 “우리의 혁신과 경제 안보, 민주적 신념에 (중국보다) 더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는 없다”면서 “모든 면에서 우리 기업과 학술기관, 정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중국이) 갖고 있는 수단은 깊고 광범위하며 지속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중국이 갖고 있는 수단은 공자학원을 비롯해서 깊고 광범위하며 지속적이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FBI 국장이었던 그는 2018년 2월 14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중국이 교수, 과학자, 학생 등을 가리지 않고 미국 대학에 공격적으로 정보요원으로 보내고 있다. 미국 학계가 그 침투 수준에 대해 순진할 정도로 무지하다. 공자학원을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학계는 이 문제를 외면, 방관, 방치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시민사회에서 공자학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고민하던 여러 갈래의 흐름이 하나로 모여 2020년 10월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Citizens for Unveiling Confucius Institutes, 이하 CUCI’가 탄생했다.

이후 CUCI가 외로이 공자학원의 실체를 폭로하면서 대책을 세우라고 외쳐 왔다. CUCI는 2020년 11월 24일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공자학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2020년 12월 5일에는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내 공자학원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이하 ‘연구’)‘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공자학원의 실체’를 정확하게 꿰뚫어본 보고서이다.

기왕에도 공자학원에 대한 보고서가 몇 개 나오기는 했지만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수행을 위한 거점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피상적인 관찰이 전부였다. 심지어 한글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세종학당도 공자학원에서 배우자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CUCI는 2021년 3월 25일에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공자학원 추방을 위한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후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단 한 사람만 관심과 지지를 보였을 뿐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1년 4월 15일에는 공자학원이 있는 22개 대학 총장들에게 공자학원 폐쇄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고 연세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4월 29일 제주대, 제주한라대, 충북대까지 14개 대학을 찾아다니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한에는 4월 30일까지 공자학원 폐쇄에 대한 대학 측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공자학원의 실태

2020년 12월 발표한 <연구>는 국내 공자학원의 현황, 계약서 및 교재와 각종 행사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살펴본 후 다음과 같이 대책과 제언을 담았다.

첫째, 공자학원 운영 실태에 대해 국회 또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관련법을 정비하여 중국의 공산주의사상 전파, 자유민주주의체제 파괴, 과학기술 밀반출을 차단해야 한다.

셋째,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공자학원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넷째, 공자학원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학의 자체적 노력도 중요하다. 다섯째, 공자학원의 위험성과 폐해를 알리는 시민운동과 홍보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안타깝게도 보고서 발표 이후 정부와 국회 등 책임 있는 기관들이 공자학원의 폐해를 고치기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CUCI가 전국으로 조직을 확대해 가면서 홍보와 교육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이 CUCI의 취지에 공감해 적극적으로 공자학원 추방운동에 참여하고 있고, 자유민주통일교육연합과 그 가맹단체들이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자학원 추방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자학원에 대한 배경 지식, 즉 중국 공산당의 본질과 초한전, 그리고 통일전선공작에 대한 이해가 없이 공자학원의 활동을 바라보면 분노 대신에 자칫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정체를 알 수 없도록 교묘하게 숨겨진 공산주의 선전, 수강생과 관계자들에 대한 다양한 혜택, 외견상 잘 갖춰진 형식과 의전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공자학원을 통해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촉수를 뻗치고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교사, 교수까지, 학생부터 공무원, 경찰, 기업인, 국회의원까지 저들의 통일전선공작은 집요하고 치밀하다. 2004년 서울 강남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이 문을 연 이래 전국 23개의 공자학원을 거쳐간 학생들이 1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공자학원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지는 해, 중국은 뜨는 해’라는 생각이 마치 상식인 양 한동안 통용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중국 고위층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게 유행이었고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으로 진출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인들과 소위 ‘관시(關係)’를 맺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막연하게 중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들, 적극적으로 반미친중을 외치는 사람들,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 뒤섞여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정말 우리 안으로 깊숙이 침투해 있다. 문제는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학계, 나아가 국방 등 각 방면에서 저들의 공작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우리 국민은 중국 공산당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2021년 4월 6일자 CCGA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가 중국을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친중 의혹이 있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를 조기에 종영시키고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립 저지 운동에 나섰다. 우리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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