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리포트] ‘남북대화’라는 북한의 희망고문
[헤리티지 리포트] ‘남북대화’라는 북한의 희망고문
  •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 승인 2021.12.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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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과의 소통을 회복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남북관계 해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이제 북한 정권의 겉보기식의 화해적인 제스처가 서울로서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김정은의 친동생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냐 아니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이냐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2018년 11월 서울을 방문한 김여정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연합
2018년 11월 서울을 방문한 김여정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연합

지난 7월 27일 서울과 평양은 13개월 만에 중단된 통신 핫라인 재개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희망에 들떴었다. 북한 언론은 이번 조치를 “상호신뢰 회복과 화해 증진에 큰 진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남북 간에 고위급 연결 고리들과 군사적으로 긴장된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군 핫라인 등 모든 연결망을 끊은 것이 북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본적인 수준의 통신 재개에 대해 평양을 칭송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평양은 문재인 정부가 비용을 지불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통신 단절을 가중시켰다. 당시 김여정 등 고위 관리들은 추가 군사행동을 경고했다.

남북의 정상이 올해 여러 차례 서한을 교환했다는 공개와 함께 7월에 나온 발표는 남북관계 개선에 좋은 것으로 보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관리들은 한국과 북한이 가상의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제 인도적 지원, 경제 및 COVID-19 의료 지원을 받고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김여정은 낙관적인 해석을 “섣부른 판단”이라고 조롱했다. 그녀는 또한 한국에 다가오는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 군사훈련을 허용하면 남북 신뢰 회복의 잠재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김여정은 북한 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으며 문재인 정부에 위협적인 욕설을 퍼붓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북한 민주화 단체가 북한이라는 폐쇄된 체제에 정보를 보내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막도록 요구했다.

서울은 미 의회,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국제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는 이러한 북한 민주화 노력을 범죄화하는 법안을 도입함으로써 재빨리 북에 항복했다.

키리졸브‧독수리훈련‧UFG 등 3대 한미 연합훈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에 사실상 모두 폐지됐다./육군
키리졸브‧독수리훈련‧UFG 등 3대 한미 연합훈련은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에 사실상 모두 폐지됐다./육군

북한의 대화 놀음에 빠진 한미 양국

북한은 지나치게 열성적인 남한에 주기적으로 당근을 제공하지만 요구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당근을 빼겠다고 위협할 수 있도록 남한을 엮었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간섭 없이 한반도 문제를 양자적으로 해결하도록 호소함으로써 한국과 미국 사이에 쐐기를 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미 양국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코로나 제한으로 인해 수많은 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그 결과 동맹국의 억제 및 방어 능력이 어느 정도 저하되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되찾는 일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그런 관점에서 한미 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지난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훈련은 이미 현장에 병력이 없는 단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준으로 격하됐다. 그러나 김여정은 앞서 가상 군사훈련도 ‘레드라인’을 넘으면 정권의 분노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번에는 연합군 훈련을 희생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문 대통령의 열의를 다시 시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1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행정부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주장되는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하라는 경고에 저항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은 이뤄져야 하며 코로나 상황이 허락하는 한 동맹국은 이전과 동일한 빈도와 범위로 군사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지만 위협에 굴복하는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는 이미 남북간 통신 재개에 대한 조건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단순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기 위한 북한의 양보 요구를 묵인해서는 안 된다.

한편 미국과 한국은 일본과 함께 향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정책을 조정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잠재적 대응을 계획해야 한다.

평양의 가혹한 코로나 격리 조치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대면 회의는 불가능하다. 그러는 동안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다시 전화를 걸어오기를 바라는, 그것도 시기나 내용이 불확실한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번역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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