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와 자유가 만났다”
“K-컬처와 자유가 만났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12.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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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덕영 리버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다큐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감독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 성공적 개최

자유(Liberty)와 인권(Human Rights)을 주제로 한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Liberty International Movie Festival)가 11월 22~27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덕영 감독(56)은 1950년대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 전쟁고아 5000여 명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로 유명하다.

그는 이 영화로 전 세계 16개 나라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본선에 진출해 로마국제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 상을 3개나 받았다.

김 감독은 22일 개막식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줄 가치인 ‘자유’와 ‘인권’만 보고 달려온 이 영화제가 드디어 막을 열게 됐다”며 “여러분께서 이렇게 이 공간을 가득 메워주시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감격해 했다.

“여기에 모인 여러분 덕분에 이 영화제가 시작됐다”고 공을 돌린 김 감독은 “리버티국제영화제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열릴 것”이라며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이런 영화제가 자기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양심에 기초한 인권 영화들을 더 많이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에 앞서 환영사를 건넨 송종환 리버티국제영화제 발기인 대표(전 파키스탄 대사)는 “자유는 외부로부터 그 어떤 악압과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되며 인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으로 그 어떤 정치 권력도 이를 박탈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자유를 모티브로 한 리버티국제영화제가 김덕영 감독의 각고의 희생과 헌신으로 개막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은 저처럼 김덕영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유를 지우려는 세력에 맞서 자발적으로 후원하고 시간을 내주신 국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유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넓혀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모임과 행사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며 “부디 리버티국제영화제가 해마다 개최돼 해외 유수 영화제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의 축사에 이은 미국의 인권운동가 수잔 숄티는 “북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우리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나라들이 많다. 자유의 힘을 발휘해야 할 곳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수잔 숄티는 자유는 인권을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아름다운 수식어라며 “그런 면에서 자유와 인권을 널리 알리는 리버티국제영화제가 개막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자유가 억압받고 인권이 유린되는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기원했다.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자유와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간의 가치를 회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출범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미얀마 군부독재에 대항하는 젊은 미얀마 ‘Z세대’들의 문화적 저항을 담은 작품에서부터 중국 당국의 압제에 저항하는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을 3년 동안 기록한 영화까지 ‘자유’와 ‘인권’을 소재로 한 50여 개국 3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영화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 없이 순수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개막식에서는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신인감독상, 최우수남·여배우상 등 20여 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미얀마 다큐 ‘천사들의 보랏빛 타나카’(감독 보릿 야닉)를 꼽았다. <미래한국>은 개막식 후 영화제와 관련해 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가 어제(11월 22일) 개막했습니다. 영화제 소개와 함께 소감을 들려주시죠.

말 그대로 자유와 인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선별한 영화제입니다. 작년 9월쯤 아주 소박한 모임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제가 자유와 인권을 알리는 영화제를 만들어보는 게 어떠냐 하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모임 취지에 동감하는 분들이 서너 분밖에 안 계셨어요. 정말 작은 불씨였죠. 그 모임이 계속 발전하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저로서는 감개무량합니다. 전 세계에서 360여 편의 영화가 들어왔습니다.

- 처음 만든 영화제라 홍보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구글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저희 SNS 계정을 이용해 홍보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작년 ‘김일성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영화가 16개 국제영화제 본선 경쟁작에 올라가 여러 상을 받다 보니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번 영화제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되더군요.

세계 여러 감독들이나 제작자들 등 영화 관계자들을 국제적으로 알게 되었고 그런 인맥이 홍보에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제 개인적인 측면이었고요, 진짜 역할을 한 것은 대한민국 그 자체의 명성입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자유와 인권을 위한 영화제를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주변에 좋은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죠. 그 당시가 9~10월 경이니까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노력이 진행이 됐고, 어제 개막식으로 나름 성대한 결과로 끝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느 영화제에도 뒤지지 않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들어온 이유는 전 세계인에 리버티(Liberty : 자유)라는 이름이 어필한 소구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리버티를 강조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더군요.

너무나 당연한 거라 사람들이 생각을 잘 안 한 것 같아요. 영화제 타이틀에 아예 리버티를 집어넣고 그 개념을 명확히 하며 진행된 영화제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 부분이 좀 먹혔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K-팝 등 K-컬처가 많이 알려지면서 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장소가 서울 IN 코리아잖아요. 이것도 굉장히 주효했다고 봅니다.

문화적 역량과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라고 평가받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파리에서 또는 뉴욕에서, 런던에서 영화제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영화제가 열리는 국가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죠.

문화적 역량과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영화제에 자기 작품을 출품하고 인정받는다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한국도 그런 나라로 인정받는 것이죠. 저희도 영화제 홍보할 때 서울, 코리아라는 로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이런 부분이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1월 22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1월 22일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자체 도움 없이 시민과 함께 만든 인권 영화제

- 영화제 기획에서 행사가 끝나기까지 수고도 수고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 텐데요.

저도 20~30년 이런 영화 방송 관련 일을 해봤고 영화제에도 많이 가봤지만 제가 직접 집행위원장이 돼 주최하는 영화제를 만든 것은 처음이에요. 저희 중 영화제 기획이나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했던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완전히 초보 수준이었는데,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세상에 자유와 인권의 가치와 영화제의 가치를 알리려 노력했는데 다행히 반응을 점점 얻어가면서 소문이 났던 것이죠.

사실 국내 지자체 예산을 받는 영화제의 경우 해마다 다르지만 300여 편 정도 영화가 출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저희 영화제에 360여 편의 작품이 들어온 것은 엄청난 거죠.

저희가 돈이 없다보니 몇몇 분들이 지자체에서 예산을 받아보자고 개별적으로 문의도 하고 도와달라는 제스처를 한 경우도 있었지만 제가 작년부터 줄곧 강조한 게 그렇게 해서는 문화적 발전도 없고,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예산 감사하면서 시민단체 지원과 관련해서 ‘도대체 이 단체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시민단체라는 이름으로 나랏돈을 받아 써먹고 있는데 서울시에 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게 현재 우리나라 시민단체나 시민운동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정치적 색깔을 띠고 세금에 의존하는 것 말이죠.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갈등을 빚는 것은 오 시장이 그들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거든요.

박원순 시장 때는 반대로 천국이었겠죠.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이렇게 돌아가는 게 정상일까, 지자체장이 시민단체와 성향이 맞아 편하게 예산 짜고 예산 쓰고 감사도 대충하고, 지자체장이 바뀌면 또 갈등이 벌어지고 하는 모습이 정상일까 의문이 들더군요.

두 번째로 리버티 국제영화제를 어떻게 만들까 하고 자문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지자체 예산을 받은 영화제는 지자체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특정 지역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얼마 전에 끝난 어떤 지역 영화제의 원래 기획은 문학 영화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학 영화제는 고리타분하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문학이 빠졌다는 거예요. 문학 영화제에서 문학이 빠지면 뭐가 됩니까? 원래는 창의적인 기획으로 아이디어가 좋았는데 핵심이 빠지다보니 밋밋한 성격의 영화제로 끝나고 만 것이죠.

지자체의 간섭이나 개입이 영화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대개 그렇지 않죠. 맨땅에 헤딩하다 지자체 돈을 받게 되면 물적으로는 여유가 생기지만 영화나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결론은 다음 영화제 때도 지자체 예산 받는 것은 안 하겠다는 거예요. 물론 그때 가서 아쉬울 수도 있고 영화제가 저 혼자만의 결정으로 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것은 안 하려고 해요.

-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할 텐데요.

디지털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번 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이 디지털 세상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아날로그 시대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거든요. 디지털 시대이다 보니 타인과 교류하거나 네트워킹 하는 데 있어 비용이 안 들고 훨씬 쉽습니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크리스티나 라고 이탈리아 여성이 있잖아요? 영화제에 그분과 남편이 함께 오셨어요. 586세대인 저는 잘 모르지만 20대들에게 꽤 유명한 유튜버들도 왔고요. 미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대사관에서도 행사에 오셨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겠습니까? 바로 디지털의 힘이에요.

예를 들면 크리스티나 씨나 유명 유튜버들 인스타그램에서 DM 발송했더니 이 분들이 답장을 해주더라고요. 저희가 영화제 관련 초청장을 안철수 후보에게도 보내고 이재명 후보에게도 보냈거든요? 연락 안 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답장을 해주더군요. MBC 에브리원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아시죠?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나단이라는 분이 있어요. MIT 공대 출신으로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이 분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예요.

저희가 영화제 시상자로 꼭 참석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직접 전화 연락이 온 겁니다. 한국인 아내를 통해서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도 자신은 꼭 가고 싶었는데 회사의 중요한 일 때문에 스케줄을 도저히 바꿀 수 없다, 못 가서 정말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연결과 소통이 가능한 게 바로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식으로 국경을 넓혀 전 세계인과도 소통이 되는 것이죠.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돈은 없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면 내년에도 또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가 벌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영화제 행사를 개최하는 데 도움 주신 분들이 계신가요? 송종환 전 파키스타 대사님도 역할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이 계셔요. 송 전 대사님은 발기인 대표를 맡아 주셨습니다. 많은 회원 모아주셔서 영화제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죠. 주변 분들에게 홍보도 많이 해주시고 설득도 하시고 송 전 대사님을 통해 기업인들로부터 막판에 행사 치르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영화제 수상작에 주어지는 상금도 있습니까?

상금은 언감생심이죠. 돈 얘기는 하지 마세요. 정말 거짓말 않고 저희가 1만원, 2만원 씩 거둬 만든 행사예요. 솔직히 말해 그 정도 거둬 얼마나 돈이 되겠습니까? 586세대인 저도 어떤 면에서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우리 사회가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만든 게 ‘김일성의 아이들’이에요. 무려 15년 걸려 완성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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