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종전선언’이라는 新북풍
[심층분석] ‘종전선언’이라는 新북풍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1.12.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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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3개월을 앞두고 종전선언이 여야에 이슈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전선의 설계자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12월 14일 호주를 방문한 가운데 호주 제1야당인 노동당 대표와 만나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은 70년간 지속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바꿔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며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에서는 통일부가 종전선언에 대한 이슈화를 전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평화로 가는 길,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한 대토론회’ 축사에서 “그동안 한미는 종전선언에 대해 긴밀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왔고 최근에는 중국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지난 68년의 휴전 역사를 통틀어서도 한반도 종전에 대해 이처럼 관련국들의 지지와 의지가 모이고 논의가 구체화했던 국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종전선언은 비핵화 대화의 촉진제이자 평화체제로 진입하는 입구”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여기에 적극 호응하며 ‘종전선언 반대는 친일’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찾아 참배한 뒤 즉석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인이 종전을 위해서 노력하진 못할망정 종전협정, 정전의 종결을 반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친일파 해도 좋으나 그 친일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국익을 해친다면 친일을 넘어선 반역행위”라고 주장했던 것.

당연히 국민의힘은 이러한 흐름에 반발하고 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후보는 일본 정부가 무조건적인 종전선언에 반대하니 그 주장에 동조하면 친일이라고 한다”며 “그럼 종전선언을 반대한 영킴, 마이클 맥콜 의원을 비롯한 33명의 미 연방하원도 친일 의원이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서 판문점회담을 했어도 대중이 대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지금도 (종전선언이) 큰 의미를 갖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야 중간선거를 의식해 싱가포르회담을 추진했겠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식으로 움직일 리 없다”고 주장했다.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4일 호주 제1야당 노동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연합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12월 14일 호주 제1야당 노동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연합

종전선언을 두고 형성되는 대선 전선

윤석열 후보는 종전선언을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적 없고 둘째,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셋째, 평화협정에서 종전선언을 떼어내 별도로 추진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여야 간에 종전선언은 반대 방향으로 달려오는 열차가 충돌하는 국면이다.

이러한 충돌적 이슈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간 정상이 만나 모종의 평화적 아젠다에 합의함으로써 대선에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는 예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북한에 대해 2022년까지 자격정지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청와대의 해석은 다르다. IOC의 결정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은 별개라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IOC의 결정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석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급하게 중국으로 달려갔다.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의 의미와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목적이었다. 그 결과 서훈 실장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과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하는 데 성공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고 중국이 김정은 위원장을 어떤 루트와 명분으로 초대하느냐는 것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점은 중국이 종전선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으로서는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일정한 이익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그 이익은 무엇일까.

이 문제에 정통한 데니 로이(Denny Roy)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전문 연구기관인 ‘East-West Center’의 선임연구원은 미 의회에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3446)에 대한 중국의 목적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주장한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고 싶어 한다.

중국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에 따른 이득을 종종 봤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을 맺고 주한미군을 주둔하게 하는 국가가 동아시아에 있다는 것은 중국이 생각한 역내의 그림이 아니다. 중국은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중국 인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종전선언과 한반도리스크:한반도평화법안(H.R.3446)의 후폭풍 中>

데니 로이 연구원은 중국이 가진 한반도 목표에 대해 ‘한반도의 통일을 자국의 이해관계에 종속시키는 것’으로 규정한다.

중국은 이런 입장을 공개적으로는 밝히지 않고 있는데 만약 그렇게 주장할 경우 남북한 국민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 것이고 중국과 대만은 무조건 통일을 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은 미군기지가 있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약한 완충지대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로이 연구원이 지적하는 포인트다.

마오쩌둥이 중국 군대로 하여금 한국전쟁에 개입하도록 지시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군의 중국 국경 진입으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국방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남수 전 예비역 육군 중장은 중국과 북한의 종전선언 의도는 결국 남한에서 유엔군사령부를 철수시키는 논거를 만들기 위한 것임을 주장한다.

박남수 센터장은 ‘유엔사가 자유민주주의 문명을 지켜내기 위한 다자군사연합체’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유엔사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 근본적인 불만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엔사의 해체를 주장할 수 있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유엔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통해 남한에 군사적 위협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2022 베이징 올림픽에 정치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2022 베이징 올림픽에 정치적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남북정상 만남 기획하는 중국

이러한 분석은 지난 14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미중 종전선언과 관련해 평론을 요구받고 “한반도 휴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며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라고 말한 배경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왕원빈 대변인은 특히 “중국은 6·25전쟁 정전협정의 서명국으로 관련국과 소통과 협의를 이어나가겠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종전선언을 적극 지지하며 이 문제를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의제로 설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협상에서 강온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미 의회에 발의된 ‘한반도평화법안(H.R.3446)’이 상원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한반도평화법안은 사실상 중국이 미국의 정계에 심혈을 기울여 로비한 결과로 보는 것이 워싱턴 관측통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로서는 이 법안의 통과를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에 이면적 합의에 따라 ‘한반도평화법안’은 미중 강대국 간에 거래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14일 미 연방의회 내 대표적인 친한파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공식적인 종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우선 과제이며,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회담 재개와 같은 한미 간 핵심 목표 추구에 필요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입법에 대한 지지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함께 일해 현재 33명의 (하원의원) 서명자를 모았다”며 “비록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지만 평화를 위한 지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하원의 발의안은 상원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반도평화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할 경우 중국의 주도로 내년 2월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 간에 만남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고 만일 미국이 이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상 효력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남북 간에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와 향후 고위급 남북회담 개최 등 대선을 앞둔 남북 평화모드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3월 대선은 또다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슈 전선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 경우 현 집권 세력인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유리할 것이라 보는 관측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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