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형님 오십니까잉~ 어이 동상 자넨가잉
아이고 형님 오십니까잉~ 어이 동상 자넨가잉
  • 주동식 전 제3의길 발행인
  • 승인 2021.12.2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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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고향 광주에 와서 1년 넘게 살아보니까, 세상에 참 광주처럼 살기 좋은 지상천국 낙원도 없다. 무엇보다 여기에서는 잘한놈, 못한놈 따지지 않는다. 실력 있고 없고는 하나도 중요치 않다. 그냥 형님 동생이면 사해가 동포요 형제다.

아이고 형님 오십니까잉~ 어이 동상 자넨가잉~~ 어쩌구 하면 조폭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다 호남 혐오이고,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이니 그런 몰지각한 사람들은 조만간 공론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곳은 약자 위주다. 그러니까 공부 못한 놈도, 게으른 놈도,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놈들도 약자에 속하니까 보호 대상이고 선(善)이다. 이 약자를 나무라고 비판하고 변하라고 다그치는 놈들이 강자요 천하에 인간미 없는 나쁜 놈들이다.

무엇보다 광주에서 가장 해피한 분들은 지식인들이다. 고향을 40년 떠나 살아온 내 눈에는 지식인은 커녕 기본적인 개념 정립조차 안 된 사람들인데, 적어도 내 고향 광주에서는 이분들이 지식인이라며 엄청나게 떠받들어진다.

광주시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 당시 시내버스를 영구 보존하고 추모 공간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연합
광주시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 당시 시내버스를 영구 보존하고 추모 공간을 설립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연합

모순적 삶, 그러나 편리한 삶

지식인 되는 방법? 간단하다. 일단 기본적인 가방끈은 있어야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아무 기준도 원칙도 없이 개똥철학 헛소리 찌질대는 인간들에게는 가방끈 없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창의적이고, 창조적이라는 아우라를 부여해주는 증거가 된다.

다만 호남에서는 지식인이 되는 데 중요한 기준이 있다. 양심적이고, 행동하는 지식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심적이고 행동하는 지식인이려면 저항(?)해야 한다. 야~ 기똥차게 멋있다.

저항하려면 저항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누구에게 저항해야 하나? 기득권이다. 기득권이란? 돈 많고 권력 있고 많이 배운 자들이다. 이걸 한마디로 치환하면 ‘우파’들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이승만이고 박정희고 전두환이고 박근혜다. 그리고 재벌들이고, 조중동이다.

다른 말로는 토착왜구들이다. 이것들만 때려잡으면 이 나라가 정말정말 해피해지고, 광주는 그 지상락원 천국의 중심이 될 텐데… 유일한 걱정이라면 저 적폐 토착왜구들이 자꾸자꾸 죽어 없어지고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 쫌~~ 느그들 기운 좀 못 차리냐 잉?

저것들이 다 사라지면 우리 지상락원 천국도 존재 근거가 사라지니까 전국에서 저것들의 희생물을 끌어모은다. 세월호가 대표적이지만 전국에서 무슨 불행한 사고가 터지면 가급적 ‘열사’ 칭호 붙여 광주 5·18묘역에 모신다.

얼마 전에는 학동 건물 붕괴사고로 박살난 버스 차량조차 ‘추억의 공간’을 만들어 보존하기로 했다. 감수성 우주 최강인 광주의 이 어마어마한 공감 능력을 보라~

무엇보다 광주의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가장 해피한 것은 지식인이 되는 그 기준이 상상초월하게 인권 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즉, 골치 아프게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우선이랑께~~ 이것이면 ‘만사 오케이’다.

몇십년째 고장난 녹음기처럼, 학습능력이 없어진 앵무새처럼 천편일률적인 선동 문구 몇 개만 외우면 된다. 경쟁은 악마, 기업과 시장은 지옥, 공공은 천국, 북한과 중공은 동정의 대상, 미국 일본은 증오와 타도의 대상 등등이다.

이것조차 다 외울 필요 없이 그냥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생기지 말았어야 할 나라’ 하나만 머릿속에 각인시키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줄줄 이어지는 논리이니 골치 아플 이유가 1도 없다.

아~~ 나는 도대체 무슨 미친 노릇을 한답시고 그 오랜 세월 동안 머나먼 타향을 굶주린 개처럼 떠돌았단 말인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파랑새>가 떠오른다. 치루치루 미치루였던가? 진정한 행복은 우리집 처마에 걸려 있었던 것을...ㅉㅉㅉㅉ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영감탱이가 보니 내가 떠난 고향 광주야말로 정녕 경쟁도 없고, 선과 악도 없고, 구분도 없고, 아무튼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져야 할 것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죄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의 가슴 같은 땅이로구나.

나는 이제 늙어서 회개하고 말 건덕지도 없지만, 전국의 젊은이들이여 광주로 오라. 민주화의 성지 광주는 토론도 비판도 노력도 필요없다. 그냥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세상(大同世上)에 녹아들면 된다.

다만, 그 대동세상에서는 내(我)가 없고, 우리뿐이라는 것만 알고 각오하면 된다. 뭐 어때? 거대한 눈물 콧물 울컥 뭉클 훌쩍의 도가니 속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판단만 포기하면 되는데 그딴 게 뭔 대수랴? 앙 그렁가 잉?

각설하고, 호남에 대한 혐오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더군요. 게다가 어느 사회나 하층민에 대해서는 혐오와 차별의식이 싹트기 마련입니다.

원래부터 별로 인식이 좋지 않았던 호남 출신들이 대거 고향을 떠나 영남 공업벨트 노동자나 수도권의 빈민층으로 전락했을 때 그들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이 어땠을지는 불문가지입니다. 호남 출신 조폭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현상일 것입니다.

호남 출신에게는 방도 빌려주지 않더라는 경험담이 퍼지게 된 것도 이 시대에 본격화된 호남 혐오의 일환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수도권 그리고 전국의 호남 출신 출향민들에게 뿌리 깊게 각인됐습니다.

이런 경험과 거기에서 연유한 피해의식은 호남 출향민 2세, 3세에게까지 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에 결정타로 작용한 것이 5·18의 경험이었습니다.

지금 전국의 호남 출신들이 사실상 하나의 유권자 집단으로 결집된 것이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집단 경험과 정서가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성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대단지 사건의 기억이 응축되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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