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정치가 탈선시키는 언론과 미디어
[전문가진단] 정치가 탈선시키는 언론과 미디어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1.12.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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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미디어법 개정 논의의 과거, 현재, 미래

12월 국회에서 언론 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의 법안 논의가 진행중이다. 올해 여름 징벌적 손배배상제 도입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 이후 여야는 언론중재법을 포함해 언론과 미디어 제도 개선을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별위원회는 12월 31일까지 언론중재법, 신문법, 방송법, 정보통신망법 등 4대 법안을 중심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언론과 미디어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여론이 대립되어 있는 상황에서 언론과 미디어 제도의 근간을 다루는 법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성립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2년간 발의되었던 언론과 미디어에 관한 162개 법안에 전반적인 논의는 언론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돌아보면서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따른 입법적 대응 내용을 검토하고 향후 지향해야 할 언론과 미디어 제도를 가늠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논의 대상인 언론중재법은 언론사건에 대해 고의 중과실 추정을 중심으로 하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도입, 정정보도 방식 규정, 신문법은 포털의 기사배열의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편집위원회 규정,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이사진과 사장 선출 방법의 개정, 편성위원회 규정,

정보통신망법은 가짜뉴스 규제를 위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과 유통 규제 방안 마련 등이 주된 쟁점이다. 쟁점 논의 주제들은 논의의 발생 배경과 현 제도의 상황 및 미래를 위한 정책적 선택의 당부라는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가짜뉴스 규제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의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킨 2009년 방송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언론과 미디어법 제도의 큰 변화는 없었다. 2016년 20대 국회 이후 국회에서 미디어법 관련 논의의 주제는 첫째 가짜뉴스 규제 논의이고, 둘째는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 논의로서 공영방송사의 이사진과 사장 선임 절차의 개정 논의 및 편성위원회 설치 논의다.

가짜뉴스 논의는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에서의 가짜뉴스 논란에서 출발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의한 뉴스 서비스의 출현에서 시작되었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의한 뉴스 서비스가 기성 언론을 대체하는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팩트 체크와 게이트 키핑 논란과 관련한 정보 무질서의 상황의 대응 방안으로서 뉴미디어 규제 문제가 제기되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해 공영방송사의 이사진과 구성에 여야 추천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출발했고 대표 법안은 박홍근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이었다.

주지하다시피 2017년 정권교체 이후에 공영방송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해 신뢰를 상실했고 여당이 된 민주당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의 개정 논의를 중단했다. 21대 국회에 들어 공영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공수가 바뀌어 야당이 개정 법안을 제안하고 집권 여당이 방어하는 형국이 되어 집권 여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소극적이 되었다.

그후 미디어법 개정 논의는 가짜뉴스 규제에 집중된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정권 비판 뉴스의 범람과 무관치 않음은, 2018년 10월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가 구글코리아를 방문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는 유튜브 영상 삭제를 요구한 해프닝과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 문건이 공개되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초래한 사건에서 확인된다.

가짜뉴스 대응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두 가지 주제는 21대 국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었다. 현재 언론 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 다루는 4대 법안의 개정 논의도 이 두 가지 주제로 요약된다.

1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임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의 참고 자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1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임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의 참고 자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언론중재법개정안의 징벌적 배상제, 기사열람 차단 제도, 정보통신망법개정안의 징벌적 배상제, 허위조작정보 유통 규제 방안 마련 등은 모두 허위조작정보라고 명명된 가짜뉴스 규제를 대상으로 하지만 주제를 언론 피해구제 방안이라고 바꿨을 뿐이다.

방송법의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선출 방법 개정과 방송법과 신문법상의 언론종사자에 대한 편성권 또는 편집권 부여는 종래 방송 등의 지배구조 논의의 연장이다. 20대 국회 이후 언론 미디어법에 대한 논의의 주제는 변화가 없었다.

가짜뉴스 논란은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가 대안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의 품질 문제다. 기존 미디어 제도의 틀에 있지 않은 유튜브 뉴스에 대해 뉴스 콘텐츠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가짜뉴스는 허위 내용의 유해한 정보이므로 이로 인한 피해자 구제 방안 강구라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피해 구제를 위해 처벌의 가중이나 배상의 가중을 논하고 사전적 차단 조치를 생각하는 것이다. 2016년 이래 이러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각종 가짜뉴스 입법안은 기존의 제도로도 피해구제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개념 정의를 하기 어려운 가짜뉴스 개념을 상정해 뉴스라는 형식의 콘텐츠 자체에 대한 규제 근거를 만들게 되어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는 비판에 놓여 있다.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논의는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선출 제도 개선이라는 지배구조 변경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동일한 법안에 대해 여야가 정권의 취득 여부에 따라 공수의 입장을 바꾼 것은 공영방송의 정파적 운영이라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공영방송의 정파적 운영이 시청자 신뢰를 상실한 상황 외에도 광고시장 변화라는 지상파방송의 현실과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 상실과 맞물려 공영방송 제도는 재구조화가 요구된다.

공적인 재원을 투입해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생산해야 하는 공적인 콘텐츠가 무엇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누가 공영방송을 운영하는가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공익성의 개념과 공적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다시 만들어져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재 진행되는 방식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논의에 우선되는 과제다.

언론재갈법이라 불리기도 하는 미디어3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
언론재갈법이라 불리기도 하는 미디어3법의 주요 내용과 쟁점.

개정 논의 법안에는 언론의 내부 거버넌스 논의로 불리는 방송의 편성권과 신문의 편집권에 관한 것이 있다. 개정안은 신문과 방송 공히 편집권과 편성권을 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언론의 내용과 방향을 정하는 신문의 경우는 편집권, 방송의 경우 편성권은 발행인인 언론사 사주에게 있는데 이를 언론사 내부 종사자에게도 부여하자는 주장은 언론노조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신문의 경우 임의규정으로서의 편집위원회 규정만이 있고 편집권 행사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방송의 경우는 현재 집권 여당이 야당 시절 방송법 개정안에 편성권은 노사 양측이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가 행사한다는 개정안을 제시해 입법 시도가 있었다.

지난 방송사 재허가시에 편성위원회 설치가 재허가조건으로 부과되고 노사협약에 의해 방송사별로 편성위원회를 둬 현실화 되었으나 법제화에는 이르지 않았다.

방송법과 신문법의 각 개정안은 편성위원회와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편성권 내지 편집권 논의는 언론의 내적 자유라는 이론에 근거해 언론사내에 노조가 사측에 대항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주장되어 왔는데, 현실화된 방송사의 편성위원회에서 인사권까지 관여하는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있어 상법상 노동이사제의 도입 논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당의 지지나 반대를 명시하는 정치적 지향을 내세워 정치활동을 하는 언론노조가 미디어를 정치화할 것이 우려된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는 언론의 정치화에 의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 언론의 공적인 성격은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으로부터도 언론의 독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언론의 공정성 확보는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의 견제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정파적으로 운용되는 공영방송의 경우를 보면 언론 종사자 참여만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기는 어렵고 시청자와 외부 시민단체 등 국민적 참여가 요구된다. 대립의 장을 만들어 정치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제도로서의 미디어 시스템의 설계는 정치화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정치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공정성의 요청은 미디어의 정파적 운영의 한 축이 된 권력화된 내부자의 비정치적 재구성을 오히려 요구한다. 언론의 정치화에 힘을 실어주는 장치가 되는 편성권, 편집권에 대한 논의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언론 미디어법 개정 논의에서는 언론과 미디어 제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제도의 하나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정보 무질서 상황에 대해서 피해자 구제 측면에서의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규제의 가중 논의나 기존 방송법 체제에서의 외적 내적 거버넌스 논의를 통한 힘의 배분에 치중하는 논의는 언론과 미디어 제도의 국가 제도적 성격을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새로운 미디어 출현과 언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이 민주사회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언론의 자유라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디어 환경이 다원주의를 증대시키고 민주정을 진전시킬 것이라는 희망을 줬지만 현실은 소통의 혼란으로 인한 정치적 극단으로 분열된 양극화 사회를 초래하고 있다.

미디어가 사회적 소통기구로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이 미디어 제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미디어 4대 법안 개정 논의는 미디어 전체 변화 상황을 살피지 않고 미디어를 제도로서 바라보지 않고 신문, 방송, 뉴미디어 등 각 미디어의 제도적 차이에 따른 기본 원리를 간과하고 기존 법체계 안에서 개별법의 개정을 시도하는 것으로서 미디어 제도의 정합성을 훼손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근간을 허물 우려가 있다. 미디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사회 제도의 변경으로서 숙고해 진행할 과제다.

미디어 가치의 재정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과제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제도를 토대로 한 규제 가중 논의를 전개하거나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있는 공영방송의 외적, 내적인 지배구조 논의만이 지속되는 것은 문제다.

변화된 미디어 지형에서 현실에 대응하는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고 제도의 재구성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개정 논의가 과거의 질서의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제도로서 미디어 제도 변경의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언론과 미디어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제도라는 측면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새로운 제도 설계를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서두를 것이 아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이라는 상황을 반영한 언론과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 수용자, 관심의 시장을 포괄하는 미디어 제도라는 큰 틀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언론과 미디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기초로 하고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미디어 제도의 토대를 세워가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미디어 지형의 변화와 정보 과잉 생산의 정보 무질서의 현실은 언론과 미디어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저널리즘의 경우 진실 가치, 방송의 경우 다양성의 가치와 함께 수년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공정이라는 가치 등을 아우르는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파적 주장을 내세우는 수단으로 공정성 주장이 남용되는가 하면 탈진실의 시대를 반영해 공정을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옹호저널리즘을 제기해 진실 가치를 외면하는 저널리즘 상황이 오늘날 가짜뉴스 논란으로 드러나는 가치 혼란의 현실이다.

언론과 미디어 및 사회에서의 쟁점 가치인 다양성 내지는 다원주의와 공정성에 대해 깊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과 공정성의 본래적 의미가 퇴색된 채 정파적 정당성을 주창하는 투쟁 수단으로 이용되고, 정쟁의 수단으로 되어버린 언론이 정치적 대립을 증대시켜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추동하고 있다,

현재의 우선적인 과제는 미디어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한 논의의 전개와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언론 미디어 제도 개선을 위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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