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미사일·방사포 대응 시급
北 단거리미사일·방사포 대응 시급
  •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 승인 2022.02.08 1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아산정책연구원

북한은 2021년 들어 10월까지 총 8차례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이중 대부분은 제원상 한반도 및 그 인근을 사정거리로 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로 추정되고 있다.

2019년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는 핵 및 미사일 발사 실험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위협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안이면서 동시에 북한이 더 공격적인 핵교리를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즉, 한국 및 한반도 인근 지역을 확실한 핵 표적으로 선택하고 유사시 선제공격을 통해 초전에 다량의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국을 겨냥한 핵위협 능력의 비약적 증강을 통해 미국에 대해 북한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미국이 비핵화보다는 미북 핵군축 회담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려는 포석을 구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의 해석을 택하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전력은 이제 미래의 재앙이 아닌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으며 소형화된 핵탄두와 결합될 경우 우리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반면,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태세는 여전히 지나치게 안이하거나, 위협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늦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층적 미사일 방어망이 조기에 구축되어야 하며 한반도 비핵화 이상으로 북한 핵위협에 대한 대핵(對核)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강되어야 한다.

2021년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한은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HGV, SLBM에 모두 핵을 탑재할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과시했다.

더욱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에도 이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북한 용어로는 ‘신형전술유도무기’, KN-24)로 요격 회피 능력을 증강했으며,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의 혼종이라 할 수 있는 초대형방사포(KN-25),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KN-09 변형)도 개발했다고 공언했다.

사실 북한과 같은 다품종 소량의 백화점식 무기 개발이 현명한 방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외부에 대한 과시를 위해서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다양한 무기체계는 유지 및 보수와 보급을 어렵게 하고, 운용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핵위협을 증가시키기 위해 북한이 이러한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여전히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모라토리엄으로 인해 미 본토를 위협할 능력을 완성했는지는 의문이지만 한국과 그 인근 지역에 관한 한 다양한 공격의 선택지를 확보한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쟁 초반부터 한국과 한반도 인근의 다양한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만큼의 핵탄두를 확보하고 실제로 그럴 의지가 있다면 북한의 다양한 선택지는 선제 대량핵사용을 위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실제로 2020~2021년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RAND 연구소가 실시한 북한 핵위협 대응에 대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보유 핵탄두수가 200개를 상회할 경우(2027년 추정) 북한은 한국과 인근의 미군기지, 그리고 일본을 향해 100개에 가까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유일하다. 한국군 미사일 방어망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유일하다. 한국군 미사일 방어망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수단이 제약된 북한의 고육책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2021년 중 잇단 단거리 미사일 능력을 시위한 것은 결국 한국과 그 인근 지역을 확실한 북한의 핵위협 하에 넣을 것이며, 김정은이 언급한 ‘핵 선제타격’이 단순한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미북회담에서의 ‘노딜’(No Deal) 이후 2020년까지 17차례의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는데 이중 9회가 방사포 계열 시험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북한은 2019~2021년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핵전력을 차근차근 발전시켜왔음을 의미한다.

향후 북한이 이러한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한반도에서의 대량 핵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핵 독트린의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 역시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및 방사포 발사는 좀처럼 구체적인 협상에 나서려 하지 않는 미국에 대해 북한이 행사할 수 있는 나름의 고육책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2019년 하반기 스톡홀름 실무협상마저 결렬된 이후 북한은 ‘성탄절 선물’ 등을 언급하면서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의 재개를 암시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는 모라토리엄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유지하는 이유는 북한 역시 미북 협상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지만 북한이 그동안 즐겨 사용해왔던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고려할 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벼랑끝 전술은 간간이 자신들의 공언을 실행에 옮겨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평양의 모라토리엄 유지는 다양한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은 미국의 강경 군사 대응을 우려했을 경우이다. 북한으로서는 그들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을 경우, 미국이 단순한 경고의 차원을 넘어 한반도 인근에 대규모 전략자산을 전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코피’(bloody nose) 작전과 같은 정밀타격을 수행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모라토리엄의 탈피는 미북 협상 결렬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위험도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이 북한을 옹호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국제적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외형적이지만 오랫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해온 중국의 분노를 삼으로써 북중 관계가 경색되는 경우의 수도 생각해야 했을 것이다.

또 하나,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탈피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위의 모든 부담을 감수하고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려면 그 이전과는 다른 획기적인 전력의 증강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을 것이다.

핵실험의 경우 적은 핵분열 물질을 사용해 더 많은 폭발력을 얻거나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폭발력(진정한 수소폭탄을 통해)을 과시해야 하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면 단순히 추정 사거리가 늘어난 것 이외에 확실한 탄두 재진입 능력이나 다탄두(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 MIRV) 능력 등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운송수단의 측면이라면 다수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하고 안정적으로 장거리를 은밀히 작전할 수 있는 새로운 대형의 잠수함의 획득을 과시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능력 시현이 실패로 끝날 경우, 군사퍼레이드 등을 통해 북한이 보유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정되던 많은 핵무기체계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게 되며, 이는 오히려 모라토리엄을 깨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실험에 드는 경제적 부담을 국제제재와 코로나 방역 상황 하에서 견뎌내야 한다.

한미연합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은 철도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북한중앙통신 연합뉴스
한미연합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은 철도를 이용한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중앙통신 연합뉴스

진정한 ‘억제’ 개념의 실현

이러한 제한 사항을 생각할 때 북한으로서는 여전히 위험부담이 큰 모라토리엄의 탈피보다는 대외적으로 북한이 여전히 결정적인 약속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유지하면서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즉, 오랜 개발과 성능개선을 통해 실패의 확률이 비교적 적고, 자신들이 끊임없이 핵전력을 증강시키고 있다는 상징성을 지니며, 외부의 관측만으로는 실험의 성패가 명확히 판정되기 힘든 분야의 대안을 택한 것이 단거리 핵전력의 집중 시현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HGV의 실험 발사나 그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열차 발사 미사일의 실험은 가능한 북한의 핵능력을 최대치로 보여주자 하는 북한의 전술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거듭된 성과와 증강된 성능을 바라는 김정은의 욕구와 책임 추궁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북한 과학기술자들의 타협의 산물이 단거리 핵전력의 집중 시현으로 나타났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2018년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발표하면서 “힘으로 평화를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를 조기에 건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계획에서는 미래 안보환경을 평가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까지 불확실성 증대”라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대처가 현재와 미래 우리 국방의 과제라고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부합하려면 현재적이고 명백한 위협부터 억제해 나가야 한다.

수도권을 향해 가해질 북한의 방사포 위협과 전 지역을 유린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요격체계 이상으로 우리 자체의 강력한 보복능력도 조기에 갖춰야 한다.

북한의 공격 징후가 탐지되면 지하갱도 등 다양한 위치에서 전개될 북한의 장사정포를 적시에 파괴할 수 있도록 우리의 대포병 전력을 증강해야 하며 북한의 각종 단거리 미사일 발사 플랫폼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타격체계가 완성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과거의 ‘3축체계’를 대체한 개념으로 ‘전략적 타격체계’라는 개념을 통해 킬체인과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 한국형 대량보복) 능력을 동시에 구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체계적 수단을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무력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윤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정적인 억제를 실현하려면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와 ‘응징적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가 동시 실현되어야 하는데, 이는 선제타격을 해도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심어주는 것이 요체이다.

즉, 일단 우리의 방어망을 뚫고 공격을 해도 우리에게 입히는 피해보다 응징으로 인한 자신들의 피해가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줘야 억제가 실현될 수 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및 방사포 위협은 곧 북한으로부터의 핵위협 억제 및 방어와 직결된다. 한국과 미국이 현재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를 지향하고 있지만 비핵화 과정은 향후 남북한 및 미북간 대화와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북한의 핵능력을 완전하게 해체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못지않게 ‘대핵’ 능력(counter-nuclear weapons capability)의 증강이 병행되어야 한다.

북한의 잔존하는 핵위협에 대해 한미가 확실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북한이 혹시라도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이 봉쇄되며, 이는 북한의 성실한 비핵화를 보장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비핵화와 대핵(對核) 능력의 병행 발전

따라서 북한의 핵능력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존속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전제로 우리의 대핵 능력 발전에 대해서도 모든 대안을 놓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핵투발이 가능한 전략자산의 주기적 한반도 순환배치, 한미간 핵공유, 유사시 핵위협 대응과 핵무기 사용 여부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간 협의장치(‘핵기획그룹’ 등) 다양한 수단을 열어둔 상태에서 우리의 최적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핵과 대핵이 마치 전혀 다른 차원의 상반된 길인 것처럼 간주하는 현재의 자세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2019년 이후 지속되어 온 북한의 발사체 실험에 대해 제대로 된 지적이나 대응을 하지 못해왔다.

9월 25일 김여정이 북한의 무기 개발이 방어적인 측면이므로 한국과 미국이 ‘이중잣대’를 철회해야 하며, 북한을 향해 ‘도발’과 같은 “막 돼먹은”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국은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것에 그쳤다.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 위협의 대상과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 이외에 어떠한 대핵 능력의 발전도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현재 우리의 정책 방향은 이를 정당화시켜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대핵 능력 증강은 정당하고도 자연스러운 조치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는 비핵화 노력과 대핵 능력 증강이 같이 진행될 것이라는 명시적인 입장표명을 하는 것에서부터 북한 핵위협의 억제 및 대응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