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전통적 보수 진영의 마음은 ‘이재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이 말 안에는 윤석열 후보가 썩 내키지 않는다는 맥락이 있다.
전통적 보수는 윤석열 후보를 보수 몰락의 주인공으로 여긴다. 그런 이에게 보수의 정치적 대표성을 부여해서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문제는 보수의 일각, 특히 지난 탄핵심판을 부인하고 총선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보수 시민들과 정치 진영 안에는 윤석열 후보를 놓고 앙금과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은 ‘보수의 자업자득’이라는 평가 외에는 달리, 적당한 해석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보수의 몰락과 시대정신
대한민국의 보수는 산업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87 민주화에는 또 다른 보수 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YS를 지지했던 ‘넥타이 부대’가 그들이다. 당시 이들은 2030 청년 세대였다.
YS로 인해 문민정부가 등장하고 비로소 민주화 시대가 열렸지만, 여전히 3당 합당으로 이뤄진 민자당 안에는 5공세력들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회창은 개혁적 인사였으나 결국 권력을 위해 이들 5공 세력과 손잡으면서 노무현이라는 시대정신에 패배했다.
이후 정권은 다시 보수에게 돌아갔지만, 이명박은 과거 전통적 보수와는 다른 결을 갖추고 있었다. 그 갈등과 대결의 양상이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친박과 친이 세력 간에 권력투쟁이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40대들은 박근혜가 아닌 이명박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명박 역시 집권 후, 자신에게 부여됐던 국민들의 정치 개혁, 시대 개혁의 열망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그 실망의 민생적 저항이 광우병 소고기 사태였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수입 소고기는 안전하다’고 발표하면서도 정작 청와대 구내식당에서는 미국산 수입 소고기를 식재료에서 배제했던 것이 알려졌다. 국민의 분노는 폭발하고 말았다.
분노와 저항으로 국민이 민중으로 전화(轉化)되면 상식과 합리는 길을 잃기 마련이다. 보수는 이를 비난했다. ‘광우병 쑈’라고 했던 이 소통 불감증은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사건을 ‘교통사고’라고 일컫는 오류를 반복했다.
이 모든 오류는 YS라는 리베랄적 보수의 유입을 부정하고 민주화 이후 보수 제도권에 관철되어 온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적 흐름의 단절과 반동이 불러 온 것이다. 그 결과가 다름 아닌 3.10 탄핵이었다.
윤석열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가
박근혜 탄핵은 보수에 분열을 가져왔다. 탄핵 이후 대선에서 패하고, 지방선거에서 패했으며, 총선에서 대패하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반성과 개혁은 일어나지 못했다.
옛 질서는 무너지고 새 질서는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는 윤석열 후보로부터 ‘원래 민주당에 입당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한 윤석열 후보에게 입당하라고 요구했던 이들 역시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였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대한민국 대선의 역사에서 이번처럼 대선 후보가 자기 정치 진영의 가치와 이념을 대표하지 못하는 경우도 처음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제 그러한 이념의 정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실사구시, 민생정치가 국민의 요구가 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보수는 윤석열이라는,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경험 없는 이를 대선 후보로 세운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어느 쪽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그 시대의 역사적 소명이 담긴 ‘시대정신’을 좀 더 확실하게 부여잡는 쪽이 승리하리라는 것이다.
그러한 시대정신이 루소가 말한 국민의 ‘일반의지’인 것이며, ‘주권자는 옳다’는 명제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선언은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국민은 개개인이 아니며 분할되지 않고 양도되지 않는 주권의 인격적 담지자다.
그러한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내밀한 원리이자, 민주주의가 그 어떤 도전과 시련에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윤석열 후보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윤석열의 법치와 공정은 어떻게 실현되는 것인가?
국민은 아직 그 답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이 윤석열 후보가 넘어야 할 최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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