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선거의 중심 SNS와 AI
[심층분석] 선거의 중심 SNS와 AI
  •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 승인 2022.02.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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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의힘 당대표는 30대, 0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준석이다. 중장년 남성이 중심인 대한민국 정치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SNS를 활용한 이준석의 선거전략은 ‘과연 통할까’라는 세상의 의구심을 당대표 당선이라는 결과물로 일축시켰다. 사실 한국 정치사에서 SNS는 그 영향력을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넓혀오고 있었다.

201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SNS선거로 평가받는다. 과거 선거가 정당간의 대결이었지만 당시 무소속인 고 박원순 후보는 트위터를 정당 조직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선거 이후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고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은 하루평균 2377명으로 나경원 후보의 하루평균 1209명을 압도했다.

반면 나 후보에 대해 안티 성향인 트위터리안은 하루 평균 818명으로, 박 후보(411명)의 2배 수준이었다. SNS는 정치에 이용하기 적합한 방식이다. SNS의 특징중 하나는 공유와 네트워킹이다.

1:9:90의 법칙은 1명이 최초로 작성한 글을 9%는 편집하거나 댓글을 달고 나머지 90%는 이를 공유하고 읽어본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최초 작성자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고 박원순 후보는 SNS에서 영향력이 높은 연예인, 작가 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SNS에서 우위를 보였다.

20대 대선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등장한 AI후보들
20대 대선에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등장한 AI후보들

SNS가 정치권에서 사용되어 온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이미 많은 정치인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통해 메시지를 업로드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2012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는 비상대책위 산하 눈높이위원회가 19대 공천 과정에서 ‘SNS 역량지수’를 공천심사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준석 비대위원은 트위터 평가 공식을 ‘X={[log(팔로어 수+팔로잉 수)/1000]/10+1}×{∑[1+트윗 수+리트윗 수/100]}’을 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각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SNS 활용이 조금이나마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정치인들의 SNS 활용도 늘어가고 있다.

물론 배점이 낮은 상황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SNS 활용은 점점 정치인들의 필요에 따라 자발적인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한국의 SNS 이용률과도 관계가 있다. 2021년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89.3%다.

이는 세계 평균(53.6%)의 약 1.7배 수준이다. 언론을 통해 자신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인지도를 쌓는 것이 재선을 위한 기초작업임을 고려하면 그만큼 SNS의 영향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 대선에는 과거와 달리 국민의힘은 SNS를 활용한 다양한 선거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AI 윤석열은 윤석열 후보의 모습을 한 가상 인플루언서이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윤석열 후보의 말투, 얼굴 표정을 재현해내고 있다.

새로운 전략들

후보에게 쏟아지는 다양한 질문들을 실무진이 준비한 대본을 중심으로 재치있는 답변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할 거냐”는 질문에 AI 윤석열은 “저는 멀리서 두 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이라는 유머러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당초 민주당은 AI 윤석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에 의한 AI 후보는 단순한 아바타가 아니라 허위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이고, 조작된 후보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는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I 윤석열이 높은 인기를 끌자 불과 두 달 만에 민주당도 AI 이재명을 등장시켰다. 이재명 후보 공식 유튜브 채널은 지난 5일 ‘AI재밍 커밍쑨’이라는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앞으로 AI 이재명은 대한민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난히 SNS를 활용한 선거전략들이 활발히 보이고 있다. 과거 대선 공약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내용을 긴 텍스트 중심으로 발표되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양당은 모두 단문형, 맞춤형 공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성비 넘치는 공약 전쟁의 시작은 국민의힘이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2022대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2022대선

윤석열 후보는 1월 6일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글을 올리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7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렸다.

효과는 분명, 그러나 부작용도

2030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그동안 관료주의적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매머드 선대위를 이준석 대표가 왜 반대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했다. 낯선 방식이다보니 당시 일부에서는 계정을 해킹당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있었다.

이후에도, “병사월급 월200만원”처럼 짧지만 임팩트 있는 구호 한마디로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이는 단문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 시간이 없는 유권자들에게 마치 CF의 한 장면처럼 지지자들이 관심있어하는 공약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당초 민주당은 단문 메시지 정치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월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하고 화해하고 복귀한 이후에 선거운동을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1월 11일에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들께 정책을 발표할 때는 최소한 ‘왜 필요하고, 그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들은 어떻게 보완하겠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되는 단문 메시지가 호응을 얻자 이재명 후보 역시 입장을 바꿔 단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심상정 후보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SNS를 활용한 단문 메시지 정치는 때아닌 유행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선거를 보다 SNS 중심으로 흘러가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선거를 보다 SNS 중심으로 흘러가게 한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쉬운 단문 메시지 정치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모든 정책, 입법을 세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짧고 선명한 공약들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더 짧아지고 더 굵어진 메시지 정치는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을 가지고 대선 후보 간의 상호 검증을 통해 유권자들이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결국 선명성 경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단문 메시지 자체가 공약이나 정책의 완성이 아닌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향후 다음 논의의 단계로 발전해가는 단계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생활 밀착이란 이름의 공약들이다. 과거 대선 국면에서 보이던 4대강, 탈원전 같은 거대 이슈보다는 마치 구의원 선거를 보는 듯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단위의 공약이 아니라 ‘동’,‘아파트’ 단위의 공약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무장애 통합놀이터 조성’, ‘여주 마을급식소 신설’ 공약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아파트 단지별 공약을 준비중이다. 이는 우리가 보았던 대선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구의원 선거 공약이라고 해야 더 어울린다. 유권자를 세분화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정책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결국 맞춤형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기 위한 공약에 충실하다보니 정작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금개혁, 국가부채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듯 언급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당선만을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모두 미국의 소셜미디어다. 그런 만큼 미국 정치에서 SNS는 중요한 선거전략으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본질적인 한계, 그러나 나아갈 길

영국의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용자들의 개인 데이터를 불법으로 확보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에서 투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2019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고로 50억 달러 벌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부과한 벌금 중 역대 최대치이다.

SNS가 가진 본질적인 한계도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영상을 계속해서 추천하고, 페이스북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관계가 만들어진다. 싫어하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연결되는 현실세계와 달리 SNS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다양한 의견보다는 나와 비슷한 견해만이 반복적으로 보이면서 자신의 견해는 강화되고 증폭된다. 접속시간을 늘리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인 SNS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노출시키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 상대방에 대한 이해라는 과정은 점차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앞으로도 SNS는 선거의 중심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공론장도 이동 중이다. 그동안 주류 공론장이 언론과 방송이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여론의 중심에서 각종 커뮤니티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

2030들은 신문, 방송과 같은 주류 언론이 아닌 자신들이 속한다고 느껴지는 커뮤니티에서 짤이나 밈, 드립과 같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정치를 즐긴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해내는 정치 관련 콘텐츠들은 놀랍도록 열정적이고 선동적이다. 이재명 후보가 에펨코리아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직접 글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은 이들 커뮤니티가 과거 소외된 비주류의 정치적 소도에서 여론을 이끌어가는 곳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2030은 지역이나 이념보다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적극 지지했던 2030이 완전히 반대로 돌아선 것은 이슈 선점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준석 당대표가 2030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을 누구보다 빨리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무관심해지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확대는 앞으로도 불가피하다.

정치인이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가깝다. 동시에 일부의 여론이나, 표를 위한 정치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정치인의 영원한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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