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오미크론으로 보는 코로나19의 미래
[전문가진단] 오미크론으로 보는 코로나19의 미래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22.03.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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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2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19는 발생 초기 한때 20% 가까운 높은 사망률(프랑스, 벨기에 등)을 기록하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경계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끝없이 이어진 서울시청앞 광장 코로나바이러스 선별 검사소. 2월 10일 현재 1일 확진자수는 5만명을 넘었다./연합
끝없이 이어진 서울시청앞 광장 코로나바이러스 선별 검사소. 2월 10일 현재 1일 확진자수는 5만명을 넘었다./연합

현재 주종을 이루고 있는 오미크론의 사망률이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경계심은 더 낮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의 1일 확진자수는 지난 1월 9일부터 급증하여 연일 하루 3만 명을 넘어서더니 2월 10일 현재 5만 명을 넘어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 말이면 하루 확진자가 17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김성주 민주당 국회의원은 질병관리청장에게 “여당 대선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코로나 확진자를 잘 관리해 달라”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앞으로 코로나19는 어떻게 될까.

지난 해 말 높은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자 의학계는 크게 긴장했다. 그러나 곧이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력은 높지만 증상이 미약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론’이 등장했다.

오미크론은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바이러스는 하나의 종이 주종이 되면 다른 바이러스의 전파가 억제된다.

크리스마스 선물론은 2021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등장한 오미크론이 전파력이 높은 대신 독성이 낮아 코로나 감염의 주종으로 자리잡게 된다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가 계절독감으로 바뀌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사실 독성(사망률)이 높으면서 전파력까지 높은 바이러스는 없다.

바이러스는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없고 숙주(인간)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데, 독성이 지나치게 높으면 전파를 시켜야 할 숙주가 일찍 사망함으로써 미처 전파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높은 독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등장하더라도 변이를 거듭하면서 전파력은 높아지고 독성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성격을 바꾸는 것이 바이러스의 일반적인 진화의 방향이다”라고 말한다. 1918년 전 세계에서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스페인독감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국가들의 방역 완화 결정

지난 2월 2일 스위스는 오미크론 확산세에 있는 중에도 밀접접촉자의 격리와 재택근무 의무를 해제 조치했다. 당시 스위스의 1일 확진자수를 우리나라 인구로 환산하면 하루 약 20만 명의 신규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위스 정부는 “신규 확진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중환자실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고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이전 다른 변이보다 적다”며 방역 완화 조치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은 스위스보다 더 앞서 방역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했다. 영국도 최근 방역규제를 전면 해제하였으며 이탈리아도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등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국가들이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우리나라의 5~15배에 이르는 상황인데도 서구유럽국가들이 속속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하는 배경은 오미크론의 낮은 사망률과 낮은 중증이환율이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델타의 1/5로 알려져 있고 초기 코로나19와 비교하면 치명률은 더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무증상 감염자도 크게 늘었다.

한편 서구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확진자수와 사망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도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독성은 낮지만 전파력이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이 주종을 이루면서 하루 3만 명 이상의 확진자들이 대거 발생하자 이에 대한 새로운 대응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유럽국가들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2월 7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한 검사·치료체계 개편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의 주요 골자는 밀접접촉자의 격리대상을 축소하고, 역학조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기기입식 조사서를 도입하며, GPS 위치 추적을 폐지하고, 재택치료 대상자를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으로 나눠 일반관리군은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고 상대적 위험성이 높은 집중관리군(60대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에 대해서만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것 등이다.

2월 7일 정부가 발표한 ‘오미크론 대응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위험군에게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또다르게 표현하면 “통제는 놓지 않고 정부 책임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책이다.

대한민국의 오미크론

1) 오미크론 유행, 사망자는 감소 추세 : 우리나라에서는 오미크론이 한 달 전부터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은 감염 시점으로부터 적게는 수일부터 많게는 수주의 시차가 나기 때문에 아직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한 결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1일 코로나 사망자수는 지난 해 12월 24일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2) 무증상 확진자들과 만연한 감염 : 최근 코로나 증상이 전혀 없는 중학생이 PCR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일이 있었다. 이른바 무증상 감염자였다. 그는 평소 갖고 있던 부정맥 시술을 위해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 입원 예정이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가 양성 판정을 받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중학생이 입원 2주 전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자가검사로 6회, 병원에서 2회 등 총 8회의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입원 직전 최종 PCR 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것이다.

중학생 환자는 증상이 전무했고 부정맥 시술을 하기 위해 입원 계획이 없었더라면 PCR 검사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입원과 시술이 취소되었고 가족도 뒤늦게 검사를 받았는데 2차 접종을 마친 중학생의 형과 부스터샷 접종을 마친 엄마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시 부스터샷 접종을 마친 아빠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가족의 감염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중학생 아들이 엄마에게 전파한 것인지 고등학생인 형이 1차 감염자인지 아니면 엄마가 가족의 최초 감염자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증상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가 많고 전파력이 높아 이미 만연되어 있다고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3) 혼란에 빠진 정부, 더 큰 혼란에 빠진 시민과 의료계 : 하루 확진자수가 3만 명을 넘어가자 정부는 기존의 대응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는 결국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는 일을 포기했고 자가진단 및 신속항원검사의 활용을 권장하는 방법으로 전환했으며 확진자의 관리 및 치료도 동네의원에 맡기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전환들이 사전에 면밀히 검토되고 준비된 것이 아니어서 일선에서는 큰 혼란에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한 의사는 SNS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려 놓았다.

병원에 실습을 나온 간호학원 학생들에게 실습 전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 양성이 나와 보다 정밀한 PCR 검사를 위해 보건소로 보냈더니 보건소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도록 한 후 음성이 나오자 출근하라며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신속항원검사와 자가진단검사는 모두 신속항원검사지만, 의사가 시행하는 것을 신속항원검사로 일반인이 직접 하는 검사를 자가진단검사로 다르게 호칭한다. 의사가 시행하는 것이 인두부위까지 검사해 정확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만을 앞둔 임산부의 PCR검사를 보건소가 거부하거나, 자가격리 무단이탈의 감시를 중단하는 등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방역업무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말 발견된 변종인 오미크론은 기존의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지만, COVID-19와 다른 바이러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은 기존의 코로나19에 비해 무증상 감염자가 많고 중증이환율과 사망률이 적으며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하기도 감염이 적어 중증폐렴으로의 이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와 오미크론, 그리고 착시현상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델타의 1/5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75명의 오미크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증상이 경미했으며 델타와 비교했을 때 발열 지속 기간이나 고열 증상 정도가 확연히 낮았다. 그리고 폐렴으로 발전해 산소치료가 필요했던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

오미크론을 초창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독성은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영국의 경우 2020년 초에 비해 최근의 오미크론은 확진자와 사망자수를 peak를 기준으로 비교할 때 최근 유행의 사망률이 초기유행 시 사망률의 1/100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 될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째는 오미크론이 계절독감으로 가는 중간단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아직 계절독감(인플루엔자)과 비교하면 전파력은 더 강하고 중증도도 더 높다는 사실과, 둘째는 독성은 많이 약해졌지만 전파 속도가 워낙 빨라 전체 사망자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9년 말에 등장해서 지난 2년여간 전 세계 약 4억 명의 인구를 감염시켰고, 그 중 600만 명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코로나19는 천천히 그 모습을 변모시키고 있다. 그리고 인류는 지구촌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며 맞서 싸워 성공적으로 대응해 왔다.

오미크론의 ‘낮은 독성’에 대해 방역대책을 완화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로 위험하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 있지만, 그리고 오미크론이 여전히 독감에 비해 전파력과 독성이 높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다수 임상 의사들은 현재 코로나19가 계절독감으로 이행되는 과정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1일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해 1월 9일이었는데 그 날을 정점으로 1일 사망자수는 점진적으로 하향 추세를 그려왔다.

확진자는 크게 늘어나고 사망률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상황에 맞는 방역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확진자를 환자로 간주, 확진자를 색출하여 격리시키는 데 집중해 왔던 정책에서 발생한 환자 진료 중심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전환하고 환자가 아닌 확진자들과 일반 시민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할 때가 온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금의 모습으로 있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한 스위스의 의사 출신 대통령은 방역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팬데믹이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면서 새로운 단계가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위드코로나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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