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뭉쳐야 산다, ‘메가시티’
[심층분석] 뭉쳐야 산다, ‘메가시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3.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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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인들은 기원전 3세기부터 500년 동안 쉬지 않고 길을 만들었다.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1~8번 국도는 지금도 대부분 그대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견고하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제10권에서 로마의 인프라에 대해 설명한다.

로마의 가도(街道)는 제국의 동맥이었다. 수도 로마에서 12갈래로 갈라져 출발하는 가도는 추운 북해에서 뜨거운 사하라까지, 대서양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뻗어나가는 동안 375개의 간선도로로 늘어난다. 이 거대한 도로망은 지금의 유럽연합(EU)보다 넓었던 제국의 영역을 통제하는 핏줄 역할을 했다.

과거의 로마는 현재 메가시티(megacity)라는 초광역도시로 재현되고 있다. 유엔 보고서(2018,2019)에 의하면 세계 경제는 거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되고 인구 1000만이 넘는 메가시티는 2018년 33개에서 2030년 43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세계 인구 76억3300만 명 중 도시지역 인구는 42억2000만 명(53.5%)에서, 2030년 51억6700만 명(60.4%)으로 증가될 것도 예상된다. 당연히 이러한 초광역권 메가시티는 그 나라의 GDP에도 크게 기여한다.

명목 GDP가 3.1조 달러인 세계 최대 지하철 경제인 도쿄는 한국의 GDP와 비슷하며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경제다. 뉴욕시는 캐나다와 러시아에 비해 2.8조 달러의 GDP로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경제가 된다.

상위 8개 도시의 통합 GDP는 12조 달러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이다. 일본, 독일, 인도 경제보다 더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글로벌 경쟁력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로 집중된다.

경쟁력 있는 거대 도시가 국가 경쟁력을 대체하고 수많은 일자리와 서비스를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 세계 선진국들과 개도국 모두 국제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를 정책으로 채택하는 이유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 ‘America 2050’를 통해 대도시권 정책을 국가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11개의 메가시티를 육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도시(코뮌)와 주변 지역 간의 협력과 공동행정을 위해 도시권공동체를 설치하고 ‘국토 2040’을 통해 주거 및 관광, 지리(산업) 등 7개의 공간시스템을 구축하여 지방을 대도시화하고 있다.

영국은 ‘City-Regions 정책’에서 국가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맨체스터, 리버풀 등 8개의 도시권을 형성하여 경제 활성화, 삶의 질 향상, 인프라 확충 등 도시권 개발계획을 공동수립하고 있으며, 독일은 국토를 네트워크형으로 전환하여 함부르크 등 11개의 대도시권이 서비스 거점, 국제적 교통·정보의 관문 기능을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인접한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징진지 프로젝트’, 홍콩·마카오·선전 등 광둥성 9개 도시의 ‘웨강아오 대만구’, 상해 중심의 ‘창장삼각주 일체화 계획’ 등 10개의 메가시티를 육성하고 있으며, 일본은 ‘국토 그랜드 디자인 2050’에서 도쿄 중심의 ‘간토’, 오사카·교토·고베 등의 ‘긴키’, 나고야 중심의 ‘추부’ 등을 메가시티로 육성하고, 신칸센을 활용해 세 개의 메가시티를 하나로 연결하여 슈퍼 메가리전을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고대 로마의 포장도로 유적. 로마제국은 거대한 메가시티였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고대 로마의 포장도로 유적. 로마제국은 거대한 메가시티였다.

세계는 메가시티 경쟁 중, 한국은?

한국은 ‘서울 공화국’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에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0시 기준 총인구는 5183만 명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 인구는 2604만 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에서 수도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증가 추세인 반면 비수도권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6년 49.5%이던 수도권 인구 비중이 2017년 49.6%, 2018년 49.8%로 증가하더니 2019년에는 절반인 50.0%, 2020년 50.6%를 기록하면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면서 국내 총가구수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 총가구수 2089만1000가구 중 수도권 가구는 전체 1029만2000가구를 차지했다.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됨을 뜻한다.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도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동남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순이동 인구는 2015년 8400여 명에서 2020년 2만7000여 명까지 약 5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지역 산업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핵심기업의 숫자도 크게 줄었다.

기업정보 분석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에서 입수한 매출액 1000대 기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수도권 소재 1000대 기업수는 711개에서 752개로 증가한 반면, 동남권 소재는 110개에서 84개로 24%나 감소했다.

전국을 초광역도시권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국 비수도권 시도는 행정통합·특별연합·메가시티 등 합종연횡을 통한 초광역화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수도권에 맞설 규모화 된 경제공동체 구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지역 균형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큰 흐름이다.

현재 비수도권의 초광역화 움직임은 ▲대구경북(행정통합) ▲광주전남(행정통합) ▲대전세종(행정통합) ▲부산·울산·경남(동남권 특별연합) 등이 추진되고 있다. 정치권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 시도의 인구 규모는 △대구경북 509만 명(대구243만·경북266만) △대전세종 182만 명(대전147만·세종35만) △광주전남 332만 명(광주146만·전남186만) △부·울·경 334만 명(부산340만·울산·114만·경남334만) 등으로 현재보다 2~3배 이상의 경제권 형성이 가능해진다.

부산 해운대의 고층 빌딩 야경. 부산-울산-경남으로 이어지는 부울경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로 키워야 한다.
부산 해운대의 고층 빌딩 야경. 부산-울산-경남으로 이어지는 부울경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로 키워야 한다.

동남권 메가시티, ‘또 하나의 수도’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및 창원 등 경남의 대도시권과 김해, 양산 등 중도시권 및 밀양과 같은 소도시권, 진주, 사천과 같은 남중권을 서로 연계시켜 공간을 압축하고 혁신하는 과정을 통해 부울경의 메가시티를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동남권에 또 하나의 수도권을 만들자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도시권과 동남권 내의 농산어촌까지 연결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처럼 동남권의 대도시, 중도시, 소도시, 농산어촌 등을 모두 연계하게 하고 동남권을 넘어 영남권, 남중권에 이르기까지 유연한 광역권을 형성하여 수도권 1극체제를 극복하는 것이 동남권 메가시티 전략의 핵심이다.

추가적으로 부울경에서 범위를 확장하여 부울경 지역과 대경권 지역을 합친 인구 1300만 명 권역의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부울경의 경우 광역버스, 광역철도 등의 광역교통망이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역사적,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며, 조선업, 석유화학, 정유업, 자동차 산업, 정밀기계 산업, 기계 산업, 철강 등 산업 연계가 긴밀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열악한 광역교통망을 갖고 있지만 준수한 동남권 내부 통행을 보여줘 생활권 단일화의 잠재력이 충분한 상태이다. 또한, 오랫동안 동남권 지역 현안이었던 식수 문제, 쓰레기 문제를 비롯하여 미세먼지 문제나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동남권의 초광역적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를 위해 부산, 울산, 경남이 대한민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 동남권 광역특별연합(가칭)을 설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동남권 메가시티의 법적 근거이자 실행력 확보 수단으로 삼기 위함이다. 관광본부 조직 강화, 광역교통기구 설치, 최종적으로는 공동사무범위의 확대와 같이 순차적으로 특별연합을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세종-대전-공주-계룡의 충남권 및 청주-증평-진천의 충북권 주변 도시를 연계, 개발하여 메가시티를 구축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해 대전세종연구원에서 ‘충청권 메가시티 전략수립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어 이같이 확정했다.

충청권 메가시티, ‘혁신 클러스터’

최종보고회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시·도 연구원이 참석해 지난 7월 중간보고회 이후 보완된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방안을 소개하고 논의를 통해 수렴·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충청권 메가시티로 묶어질 3개 분야 △충청의 산업경제 △광역 인프라 △사회·문화·관광의 ‘9대 전략 30개 세부사업’을 보고했다.

산업경제 분야에는 ▲충청권 연결의 경제 실현을 위한 초광역 혁신 클러스터 ▲4차 산업혁명 시대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R&D플랫폼 구축 ▲혁신자원 연계 경제기반 확충과 글로벌 인적자원 육성에 대한 전략 등을 소개했다.

광역 인프라 분야에는 ▲글로벌 메가시티 형성을 위한 초광역 인프라 ▲충청권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초광역 교통 네트워크 ▲충청권 스마트리전 구축을 위한 초광역 생활권 서비스 기반 등이 있다.

보고서는 충청권 초광역 교통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10년 내 ‘충청권 3050 생활권’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까지 포함해서 10년 안에 18개의 도로망을 갖추게 되면 충청의 주요 도시 순환 철도망권은 30분 안에 서로 연결되고, 주변 지역은 지역 중심부까지 50분 안에 돌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청권 4개 시·도와 대전세종연구원은 광역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2023 충청 광역청’ 설립 의지도 내보였다. 2023년까지 충청 협력거버넌스인 ‘광역행정 합동 추진단’을 꾸려 상생협력기획단의 기능과 공감대를 넓혀 특별지자체를 준비하고, 지방의회 의결 이후 행안부 승인을 통해 ‘충청광역청’ 이라는 특별지자체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호남권 메가시티, 강소권 메가시티

전남도는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 건설을 기반으로 ‘남해안남부권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해안남부권 메가시티’는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 등 환태평양의 관문에 위치한 남해안남부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거점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한편 전북의 메가시티 논의는 더딘 편이다. 이런 이유로 전북형 메가시티 조성을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남, 충청권 등에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이 집중되며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서도 한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전북새만금권역 등 강소권 메가시티가 초광역협력 지원 대상에 포함돼 타지역 메가시티와 동등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메가시티를 조성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균형발전’인 만큼,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소권의 지원 비중을 늘리는 게 실질적으로 균형발전 효과를 거두는 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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