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작은정부’ 윤석열 정부가 가는 길
[심층분석] ‘작은정부’ 윤석열 정부가 가는 길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5.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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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새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정책, ‘Y노믹스’의 방향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겠다’는 그의 말로 상징된다. 즉, ‘작은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다. 규제를 푼다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 커지고 넓어짐을 의미하며, 동시에 정부의 시장 개입과 관치의 폭과 깊이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후보와 당선인 때 이를 ‘민간주도성장’이라는 압축된 슬로건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친시장 경제’ 조성이 핵심이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을 간다는 시그널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가.

세금으로 늘린 엉터리 공무원, 정부 비효율만 증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공무원 수는 115만6952명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말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2만7481명(12.4%)이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4만1504명)의 3배, 이명박 정부(1만2116명)의 10배를 넘는 숫자다. 이에 따라 공무원 인건비도 크게 증가했다.

중앙공무원 인건비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3조4000억 원에서 올해 41조3000억 원으로 24% 늘었다.

여기에 지방공무원 인건비를 더하면 전체 공무원 인건비는 75조 원에 이른다. 2021년 정부 본예산 558조 원의 13.4%가 공무원 인건비다. 문제는 이렇게 급증된 공무원 일자리라는 것이 대개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369곳(부설기관 포함)의 무기계약직 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2만8640명에서 2021년 6만6709명으로 132.9%(3만8069명)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공기업에서 8180명, 준정부기관에서 1만3120명, 기타 공공기관에서 1만6769명이 늘어났다.

이러한 무기계약직 공무원은 사실상 비정규직 공무원이다. 고용 기간은 정규직과 같지만 임금 등 처우는 정규직보다 크게 떨어진다. 일종의 ‘꼼수 일자리’라는 것인데, 주로 청년들이 고용되어 있어 해고도 쉽지 않다.

하지만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보니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 10명 가운데 8명이 이러한 무기계약직 공무원에 응시하려든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렸지만 공공기관의 경영 부담은 악화되고, 고용 측면에서도 질 좋은 일자리를 양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전 서면 답변을 통해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처우와 관련해 공무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관계자 등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주도의 급격한 정규직화 과정에서 재정부담 증가, 취약 공공기관 경영악화 등 부작용과 함께 기간제 및 파견·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불공정 문제로 이슈화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 측면도 있다”며 “이 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그간 운영 성과,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규제완화와 시장 친화적인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 사진은 5월 2일 용인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당선인./연합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규제완화와 시장 친화적인 작은 정부로 가야 한다.
사진은 5월 2일 용인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당선인./연합

작은정부의 시험대, ‘규제완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의 큰 방향은 규제완화에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국정과제 브리핑에서 새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고 소개했던 Y노믹스의 방향이 이를 대변한다.

안 위원장은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수레가 있다고 할 때 정부의 역할은 뒤에서 밀어 주는 역할”이라며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해 민간의 창의, 역동성과 활력 속에서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해석하면 지난 5년간 정부 중심에 방점이 찍혔던 경제정책 기조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정부는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규제를 푸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경제안보 강화 △민간 중심 규제 완화 △공급망 대응 강화 등을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 설정했다.

정부 세종청사 전경. 청사 길이만 총 3.5km에 달한다./연합
정부 세종청사 전경. 청사 길이만 총 3.5km에 달한다./연합

하지만 과연 이러한 규제완화가 제대로 추진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미 부동산 정책에서 드러났듯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수위가 발표한 110개 국정과제를 보면 정부주도형 신사업 추진 과제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 이후 피해 복구와 복지 수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재정 부문의 축소 안정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대한상의 간담회에서 “정부가 재정 투자와 금융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아예 맞지 않는 태도”라며 “정부는 시장이 당장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 및 공정한 제도 설계와 관리에만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가 담당할 영역으로는 6세대 통신(6G) 인프라 구축, 민간 클라우드 산업 육성, 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한 여건 조성과 전력 공급 등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국정 제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원칙에서 보면 충돌하는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민간 클라우드 산업의 생태계는 기업들의 경쟁을 통해 수요자 선택을 받은 기업이 표준을 만드는 것임에도 이를 정부가 육성한다는 방침을 갖게 되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이러한 정부 주도 방향을 ‘민관협치’라는 낡은 개념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민관협치는 이미 성숙한 산업에서 자원의 분배에 적용될 수 있는 거버넌스일 수는 있지만, 이제 시작되는 산업의 영역에서 민관협치를 전제한다는 것은 결국 관치를 피할 수 없는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장한 ‘생산적 복지’의 개념도 실제 운용에서 어떻게 등장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의 개념에 대해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자유의 필수조건인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를 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복지는 당당한 경제활동의 주체로 재활시킨다는 의미”라며 “첨단 기술 선도를 통해 도달하는 역동적 혁신 성장은 생산적 맞춤 복지를 실현하는 길이며,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라고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복지정책의 영역으로는 직접 지원 대신 교육기회 제공에 방점을 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이를 정책 목표로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복지 출연이나 상생의 의무를 부가하는 방식의 유혹을 떨쳐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작은정부의 개념과 철학적 기반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尹의 작은정부가 성공하려면

‘작은정부론’은 1970년대 후반에서 시작되어 1980년대 일련의 행정학자들이 민간의 경영 방법을 정부관리 과정에 도입하며 이 방법을 바탕으로 신 공공관리론이라는 행정개혁을 제시하면서 등장했다.

‘작지만 강한 정부’라는 기업적 정부이론은 최소한의 도입으로 최대의 산출을 추구하는 것을 뜻하며, 국가의 통제적인 역할을 최대한 축소하고 자유시장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즉, 정부가 기업과 같이 운영되고 국민은 고객이며 공직자는 서비스 제공자의 개념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작은 정부’는 정부의 실제 규모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적정한 정부의 크기’를 뜻한다. 각 국가의 정치 체제, 문화 형성 및 실제 사회 환경에 따라 해당 국가에 적절한 정부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OECD인 스웨덴 등 국가는 영토면적이 좁고 인구수도 타 국가보다 적은 것에 비해 정부 규모가 매우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 부패지수)는 타 국가의 소규모 정부에 비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정부 규모가 크다, 작다를 논하는 것보다 정부 규모가 해당 국가의 현 상황과 부합하는지, 실제로 정부 크기가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게 된다.

이러한 작은정부론은 케인즈 경제론의 모순이 가져온 스태그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0년대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채택되었고 나름 그 효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2000년대에 이르면 미국의 9.11 테러 사태로 인한 아프간 전쟁,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러존 위기를 계기로 작은정부론은 신자유주의 정부론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그 힘을 잃어갔다.

특히 우리의 경우, 1997년 IMF 사태로 인한 김대중 정부의 타율적인 작은정부 강행에 노동계와 진보의 격렬한 저항과 비난이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다시 큰정부를 지향하는 반동적 흐름을 불러오게 된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작은정부론이 채택되면서 작은정부론은 좌우 진영 간에 첨예한 이념 대립의 키워드가 되어 왔다. 결국 이러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공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줄푸세’(정부지출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세금은 낮춘다) 정책 공약을 ‘경제민주화’로 바꾸고 복지확대를 내세우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국가 주도의 관치로 성장하고 복지 정책 역시 국가가 주도하면서 국민들 사이에 ‘국가주도형 경제’를 선호하는 경로의존성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작은정부에 대해 복지 축소와 공공부문 민영화에 따른 실업 등을 우려한다. 이러한 거부감과 우려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큰정부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작은정부가 성공하려면 먼저 국민이 시장과 기업에 신뢰를 가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들이 처한 현실과 공정 법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우며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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