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美中日의 한반도 손익계산서
[심층분석] 美中日의 한반도 손익계산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6.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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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되는가? 150년전 세계 질서를 뒤바꾼 청일전쟁의 전쟁터가 되었던 한반도에 또다시 불행했던 역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공고화 되는 미국의 새로운 국제질서 추구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동맹으로 블록화 되면서 자유무역의 기조는 쇠퇴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과 안보를 동맹으로 결합하는 신냉전의 질서가 도래하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 의회에서는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행동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변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포괄적 동맹을 확인했다./연합
한미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포괄적 동맹을 확인했다./연합

한국과 손잡고 중국을 꺾겠다는 미국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5월 20일 방한이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의 순방 일정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그렇기에 떠오르는 전장(戰場) 인도태평양에 대한 첫 순방 일정이 대한민국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국 한미 양 정상은 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을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안보에 이어 경제가 한미 공조의 틀에 들어갔다는 메시지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은 이 모든 변화의 전주곡이었다.

한미 포괄적 동맹의 내용은 한미 당국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의소리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동아시아와 글로벌 평화 번영을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심축으로서의 한미동맹을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동맹의 일종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이 과거, 북한의 도발을 막는 양국간 상호안보조약을 넘어 ‘동아시아와 글로벌’의 평화 번영으로 확대되었다는 의미다. 미국 역시 다르지 않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미국의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보 중심이었던 한미동맹을 경제, 첨단기술, 에너지, 공급망 관리 등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에 한미동맹이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그 주적은 중국과 북한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공동 번영, 이런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역내 중국의 권위주의와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를 견제하고 억지하는 동맹·파트너의 연계 강화를 통해 군사 안보와 경제 안보를 모두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일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의 공통된 합의는 과거 문재인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과거 미중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 대북정책에서 일부 견해차를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보다 명확한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대중 정책,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제제와 억지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공식화한 윤석열 정부의 친동맹 정책이 워싱턴과 코드가 제대로 맞고 있다는 시그널을 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의례적으로 찾던 비무장지대(DMZ) 대신 바이든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통해 공급망 관리와 기술동맹, 규범에 기반한 경제 안보를 한국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러한 한미동맹의 방향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도 차이 없는 대응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미간 포괄적동맹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대해 아직은 노골적인 불만이나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최근 대만이 미국의 IPEF 참여를 희망하면서 사정이 복잡한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은 IPEF에 대항해 태평양 도서국가들과 연대를 추구한다는 전략으로 왕이 외교장관 등이 해외 순방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중국으로서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추가 규제 조치를 러시아와 함께 반대해 의결되지 못하게 막은 점을 성과로 꼽고 있다.

현재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IPEF 가입과 반도체 동맹 문제에 있어 나름 느긋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유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이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거나 신설하기 위해 중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공장에 부품이나 설비 반입을 통제할 경우, 그 피해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는데, 한국의 반도체 수요의 약 50%가 바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과 SK의 물량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한국에 지속적인 경고와 우려를 표시하는 정도로 현재 수위를 맞추는 대신 대만에 대해서는 인근 해상 훈련을 통해 군사공격도 가능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16개월 만에 중국에 대한 공식 입장을 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중국에 대해 협력 채널을 무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답하는 것이기도 하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월 26일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에 대해 연설하면서 중국을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질서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조지 워싱턴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국제질서에 보다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던 것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별도의 면담을 통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는 등, 한미간 경제기술동맹의 성과를 과시했다./연합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별도의 면담을 통해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는 등, 한미간 경제기술동맹의 성과를 과시했다./연합

한국을 인질로 삼으려는 중국

블링컨 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우리는 국제질서에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인 중화인민공화국에 여전히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국제질서를 변경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고, 경제·외교·군사·기술 부문에서 갈수록 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의도와 야심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대신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과 상무위원장인 마리아 캔트웰 의원은 이보다 앞서 5월 19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IPEF 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역내 약탈적 투자는 정말로 극도로 우려스럽다”고 강조한 바 있다.

종합하면 미국은 중국의 성장과 확장 전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자신들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세계를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다.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밝힌 대목이다.

풀어야 할 숙제 한일관계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간 포괄적 동맹에 있어 일본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한일 양국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 갈등의 문제가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키는 모멘텀으로 작동하면서 대중국 안보 동맹의 기능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심화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경제동맹체 IPEF에 한국은 창설 멤버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주도의 경제동맹체 IPEF에 한국은 창설 멤버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미 의회의 움직임은 한일간 정보 공유 이슈를 중심으로 관측된다. 한일 간 정보 공유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필수라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즉 지소미아 정상화 여부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미 민주당의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주한 미국대사 인준청문회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한일 간 역사적 갈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한다”면서도 “두 나라의 관계 강화는 북한은 물론 중국 등 역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인했다.

또 상원 외교, 군사위 소속의 팀 케인 민주당 의원은 올해 초 VOA에 “우리가 늘 모색하고 있는 한 분야는 한일관계 개선 방안”이라며 특히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는 “한국과 일본이 같이 참여하지 않으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 역시 “한일관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돕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의제 중 하나로 꼽았다는 점에서 미국이 한일관계의 개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러한 가운데 지소미아 문제가 놓여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소미아의 정상화 여부는 미 의회가 주목하는 동맹 현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미국과 일본의 관심은 지대하다.

지소미아 관련 미 상원 결의에는 “지소미아는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두 나라 간 정보 공유는 신뢰 증진과 공동의 방어, 그리고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협력 증대에 필수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지소미아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폐기 직전까지 갔다가 2년 반 넘게 조건부 유예 상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현명한 선택과 국민의 단결된 총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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