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꽃들의 전쟁’
끝나지 않은 ‘꽃들의 전쟁’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7.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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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 유통의 미래, 영농법인 (주)그리니쉬 성공記

국내 화훼산업이 위기다. 2016년 김영란법 통과 여파와 함께 중국 화훼산업의 급성장으로 국내 화훼농가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불러오는 법. 국내 원예시장을 자극하는 새로운 흐름이 있으니 바로 ‘가드닝’시장이다.

KB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포함한 홈가드닝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코로나 사태 이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온·오프라인 유통점은 관련 코너를 확대 중이다.

SSG닷컴의 홈가드닝 관련 매출은 97% 증가했다. G마켓에서도 화분(40%), 모종(51%), 씨앗(21%) 등의 매출이 늘었다. 에누리닷컴의 텃밭세트는 491%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카페를 비롯해 서점이나 문화공간에도 가드닝 복합 공간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국내 화훼 농가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화훼유통센터를 운영하는 영농법인(주)그리니쉬의 권영석 대표는 국내 최초의 가드닝 휴게·복합매장 ‘페이지그린’을 런칭한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부터 전국 롯데마트·

프리미엄아울렛·백화점 등 23개의 매장이 성업 중이며 카페·서점을 결합한 화원 콘셉트란 측면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영농법인 (주)그리니쉬 권영석 대표
영농법인 (주)그리니쉬 권영석 대표

위기에 처한 화훼 시장, 새로운 도전

이러한 가드닝 화훼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 권영석 대표는 2016년 용인시가 용인화훼유통센터 위탁을 맡겼을 때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영란법 제정으로 다른 화훼유통센터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에도 100억대가 넘은 매출을 올려 화훼 유통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던 것.

“화훼 유통은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게 해야죠. 저희는 국내 1500여 우수 농가에서 생산한 작물과 네덜란드, 일본, 태국, 중국 등 외국의 좋은 품종을 수입하여 900여 화훼 도매상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다른 유통센터와 다른 점은 생산자가 직접 자신의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권영석 대표의 영농법인 그리니쉬는 화훼 직영 농장을 운영하는 한편 전국 화훼농가에서 위탁된 상품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술을 갖고 있다.“식물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소비자들께서 보다 좋은 상태로 구매를 하려면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죠. 그렇게 해서 가성비 높은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주)그리니쉬는 1993년 설립되었고 2010년 2월 증설되면서 8000㎡ 규모 하우스만 12동에 달하는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서울, 경기를 비롯해 전국으로 식물을 유통하는 식물 도·소매 전문 화훼유통센터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도 개방해 화훼 소비 촉진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식물을 쉽게 접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곳이다. 화훼유통센터를 가드닝 카페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화훼유통의 관례인 위탁구조에서 벗어난 계약재배가 관건으로 손꼽힌다. 용인화훼유통센터를 통해 고품질 상품을 제공받아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한 덕분에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보장하는 상호보완적 선순환 구조를 이뤘다.

그리니쉬의 권 대표는 화훼유통과 더불어 ‘식물주권’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이 강화되는 시기에 우리 고유의 종자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

영농법인 (주)그리니쉬 화훼 하우스
영농법인 (주)그리니쉬 화훼 하우스

‘식물주권 위해 유전자 배양기술 개발해야’

실제로 전 세계인들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랑받는 구상나무의 고향은 한국이다. 하지만 ‘로열티’를 받기는 커녕 크리스마스 때면 되레 엄청난 양이 국내로 역수입된다.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국내로 역수입되는 ‘미스김 라일락’도 1947년 미국 채집가에 의해 건너간 한국의 라일락이 원품종이다.

권 대표는 용인시와 농업기술학교를 운영하면서 젊은 농업인 인재 개발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권 대표는 일본산 딸기를 밀어내고 로열티를 국산화시킨 논산 딸기의 예를 강조한다.

“논산에는 딸기가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농업기술연구소에서 좋은 종자를 개발해서 특화시키면 그것이 곧 지역 농가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죠. 용인에서도 그런 지역 특화 농산물 종자 개발이 필요합니다.”

권 대표는 이를 위해 국내 농가와 농업기술연구소가 협력해 유전자 배양 기술을 하루 속히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농법인을 옥죄는 규제가 문제다.

“저희는 영농법인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청년들과 농가에 농업기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농법인은 면세지만, 교육사업은 면세가 되지 않아요. 이런 불합리한 규제가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농가에도 비전이 있겠지요.”

국내 화훼산업은 2005년 화훼생산액 1조 원을 정점으로 매년 하락을 거듭하며 2018년 5385억 원으로 추락했다.

2005년 1만2859농가(7950ha)였던 화훼재배농가는 2018년 6918농가(4353ha)로 급감했고 2005년 1인당 꽃 소비지출은 2만870원에서 2018년 1만1888원으로 떨어졌다. 2010년 1억300만 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1700만 달러로 약 6분의 1로 떨어졌다.

권영석 대표는 이러한 화훼농가의 위기가 국내 화훼산업이 첨단 영농기술과 유통, 생산 혁신으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권 대표가 개발한 실내 벽면 수경재배 시스템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독점 계약 러브콜을 받았다.

“저는 용인에서 미래 농업의 금맥을 봤습니다. 흔히 여기 처인구가 낙후되어 ‘처진구’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황금구’입니다. 용인은 화훼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 식물 생산과 유통의 최적지인 곳이죠.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권 대표의 화훼단지에는 꽃들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코로나로 떠오른 홈가드닝 시장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가드닝 (집에서 즐기는 원예)’에 대한 관심과 친환경에 대한 의식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는 식물재배기 시장 규모를 2019년 약 100억 원에서 20235000억 원 규모로 4년 만에 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마켓앤드마켓도 2022년 약 184억 달러(20조 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식물 키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쉽게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채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식물재배기에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중소업체에 이어 대기업도 식물재배기 시장에 가세했다.

20187월 국내 처음으로 식물재배기를 선보인 소형 가전업체인 교원 웰스도 지난해 식물재배기 웰스팜판매량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종은 항암 기능성 쌈채, 청치마상추, 비타민다채 등 채소 20여 종을 6가지 기능성 패키지로 묶음 구성해 정기 배송한다. 기기는 별도 렌탈료가 없으며 1년 단위로 사용하고 반환하면 된다. 이용자는 주기적인 알람에 맞춰 물과 영양제만 넣어주면 된다.

1주일 후부터는 언제든 수확할 수 있어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SK매직도 지난해 11월 가정용 스마트 식물재배기 연구개발 전문기업 AI플러스를 인수하며 식물재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식물재배기 시장 규모가 코로나 이후 급성장을 하고 있다. LG전자 등 대기업도 식물재배기에 뛰어드는 이유라며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해외 진출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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