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급증하는 의원발의, 이대로 좋은가
[논단] 급증하는 의원발의, 이대로 좋은가
  •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 승인 2022.07.22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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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입법 해소과제와 합리적 방향

의원발의 입법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법안발의는 정부발의와 의원발의가 모두 가능하지만 의원발의 법률안의 수치가 압도적으로 높다. 21대 국회 전반기를 기준으로 총 1만5322건의 법률안 중 의원발의가 1만4831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의원발의 법안의 가결 비율은 25.33%인 3571개이고, 정부제출법안의 가결비율은 52.95%(260개)였다.

시민단체와 언론이 법안발의 숫자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면서 의원들의 법안발의 수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21대 국회 전반기 평가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법안 발의 숫자가 많은 의원, 법안 통과율이 높은 의원 등 발의안 숫자를 기준으로 줄을 세웠고, 언론은 이를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도 의원발의 법안 수치는 높은 편이다. 프랑스 의원들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834건, 일본 의원들은 2009년부터 2012년에 253건, 독일 의원들은 2005~2009년 사이 431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해외 국가들보다 더 많은 법안이 발의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의 전반기 기준으로, 의원들이 대표발의 법안은 1인당 47.3건, 지난 2년간 매달 2개씩 발의한 셈이다. 공동발의는 평균 564.9건이라고 한다. 1000건 이상 공동발의한 의원도 다수, 2000건 이상을 기록한 의원도 있다.

의원 발의안들의 내용 중 단순한 자구 수정, 여러 법안을 묶은 재활용 법안들이 대다수라 법안 발의 실적을 부풀리기의 목적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너무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고, 제정, 개정되고 있다. 2021년 3월 24일 하루 동안 국회에서 165건의 법안(의원발의 158건)이 통과됐다. 12월 9일에는 107건(의원발의 98건)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이 우리 사회의 일종의 신호등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준수해야 할 법이 너무 많거나, 또 수시로 바뀐다면 국민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국민들의 삶에 제약이 될 우려가 크다.

발의안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법안의 내용

특히 늘어난 법안들이 포퓰리즘 법안이거나, 당리당략, 진영논리에 따른 법안들이 많다면 우리 사회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의원의 다음 해 공천에 ‘대표발의 법안 수’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하자 2019년 10월 31일 하루에만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 법안 181건이 접수된 것이 대표적 예이다. 국민의 대표로서의 책임감보다는 사익 추구를 위한 법안 발의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중요한 것은 법안의 숫자가 아니라 법안의 내용이다. 국민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 기업활동에 큰 장애요소가 되는 규제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우려가 크다. 21대 국회의 전반기 성과를 보면 시장친화적인 법안 보다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다.

일부 시장친화적인 법률안이 통과되는 동안 더 많은 규제 법안들이 생겨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주주대표소송제, 노동이사제 등 기업 경영에 큰 위협이 되는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타다금지법처럼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들도 생겨났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법안이 중요하다. 코로나, 경기침체 등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친시장적인 법안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주는 임대차3법, 기업의 경영할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주52시간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원격의료 규제, 모빌리티 규제, 대형마트 규제, 도서정가제 등등 일자리 창출을 막고,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규제를 걷어내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과잉입법을 막기 위해서는 입법평가절차나 규제심사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의결하면 무조건 법률이 된다는 접근법 대신,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에 어긋나는 방향인지 검토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는 절차로는 부족해 보인다.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실적채우기용 입법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력은 어떠한지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 예로 전동퀵보드 면허를 13세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여론이 악화되자 법시행 이전에 16세로 상향시키는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해당 법안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여론, 관계자들 입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었으며, 소비자들, 관계업체들은 큰 혼란과 피해를 겪었다. 발의한 의원이 해당 법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에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과잉입법을 막을 수 있겠다.

또한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법안의 양적평가 대신 질적평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시장친화적인 법안을 기준으로 평가해 국민들에게 얼마나 선택할 자유를 줬는가, 기업에 경영할 자유를 줬는가, 국민소득이 얼마나 높아지고, 일자리는 얼마나 만들어졌는가 등 평가의 잣대를 바꾸는 노력이 있어야 법다운 법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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