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尹, 대통령 된 이유를 기억하라
[심층분석] 尹, 대통령 된 이유를 기억하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8.1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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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평가가 인색하다. 인사 문제를 비롯해 좋은 점수를 얻는 분야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8월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4%였다. 득표율의 절반이 지지에서 이탈했다. 이 가운데 대구 경북을 비롯해 보수 진영에서마저 지지율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마디로 ‘실망했다’는 의미였다.

가장 큰 이유는 ‘인사 참사’가 지적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국정 비전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과연 그것이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일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당선 후 지지율이 1년 안에 급락한 사례는 노무현, 이명박 두 케이스를 들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60%에 달하던 지지율이 그해 12월 22%로 주저 앉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51%의 지지율이 3개월 만에 21%로 붕괴됐다. 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이 당선된 이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지명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이 저의 존재 가치고 제가 나아갈 길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지명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이 저의 존재 가치고 제가 나아갈 길인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 왜 윤석열을 뽑았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는 한국 사회의 판을 바꿔달라는 평범한 시민들의 열망이 크게 작동했다. 이회창 후보로 표상되는 엘리트 중심의 보수 제도권 정치 현실은 기득권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보인 행보는 그해 5월의 부동산 대책, 7월 부안 방폐장 사태에서 무능을 드러냈다.

이어 전시작전권 환수를 언급해 안보 불안을 샀다. 8월에는 대북 불법송금 특검 후폭풍이 불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되었던 민주당을 부수고 독자 정치 세력을 구축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 노선에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잡탕 진보’였다는 평가가 일색이었다. 탄핵 역풍으로 과반이 넘는 다수당이 되었지만 곧이어 지지율은 하락하고 말로는 초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51%였던 지지율이 3개월 만에 21%로 추락했다. 2008년 4월 월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에 이어 5월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으로 전국적인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에 축적된 진보의 진지전 능력과 선동력을 무시한 결과 천안함 사태로 전환점을 잡기 전까지 이명박 대통령은 퇴진 압력에 놓였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는 진보 유권자들의 대거 투표 포기가 주효했다. 투표율은 63.0%로 역대 최저였다. 다시 말해 이명박 후보에게 투표한 40대는 진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진보 40대가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던 것으로 착각했다.

실용주의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아젠다였지만 현실적인 정치 상황은 사뭇 달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걸었던 유권자들의 기대는 무엇이었을까.

2021년 11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를 정치로 부른 국민들의 뜻은 정치권의 눈치 안 보고 공정한 기준으로 사회 구석구석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으라는 명령입니다. 대장동 게이트에서 보듯 거대한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고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하라는 것이 저의 존재 가치고 제가 나아갈 길인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이후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치열하게 다퉜다. 두 후보는 물론이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총성 없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네거티브 공세들이 펼쳐졌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과 결합되면서 선거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타가 됐다. 윤석열 후보는 위기 속에 0.7% 차로 승리했다. 득표율은 48.5%였다.

법무법인 세종 대선 TF팀은 2022년 3월 10일 발간한 ‘20대 대선 스페셜 리포트’ 보고서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당선 이유에 대해 “선거기간 내내 강조했던 ‘법치’, ‘공정’과 ‘상식’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치 신인’ 윤석열 당선인에 대해서는 정치개혁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회의원 경험 없이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데는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정치 개혁에 대한 염원도 크게 작용했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는 원인 중 하나는 대장동게이트 등 권력비리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도 연결된다. 사진은 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지는 원인 중 하나는 대장동게이트 등 권력비리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과도 연결된다.
사진은 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연합

국정 장악 능력이 핵심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교수이자 백악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카마르크는 자신의 저서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에서 오늘날 대통령들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통치에는 시간을 충분히 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훌륭한 성과를 내기 위해 발휘해야 할 리더십의 세 가지 요소인 정책, 커뮤니케이션, 실행 간의 조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정책을 수행하기로 되어 있는 행정 관료들과도 점점 더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런 사례를 보자.

1980년 카터 대통령은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억류된 미국인 외교관을 구출하는 작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2차 세계대전 이후 공군과 해군, 육군 등 각군이 협력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데 난점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정부 위원회가 6개나 있었다.

그럼에도 카터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대통령들은 현상을 유지하는 정책에 사로잡혀 있었고 군대 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기를 거부했다. 결국 이란에서의 인질 구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나서야 군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가 터지기 전, 알 카에다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을 간과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팀은 냉전 시대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문화를 가지고 백악관으로 입성했는데 바로 이러한 믿음과 문화가 새롭게 등장하는 테러 위협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부시 행정부의 눈을 가리는 것들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의 존재에 대한 상반된 증거를 못 보게 했고 영국 정부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안내하는 데이터를 제시했음에도 부시 행정부는 아련히 떠오르는 금융 위기 역시 인식하지 못하게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헬스케어 개혁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정작 법안이 통과된 첫날 웹사이트가 다운되고 말았다. 그는 무엇을 놓쳤던 것일까?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통과되던 날과 웹사이트를 준비하던 날 사이에 백악관 사람들은 헬스케어에 관한 홍보활동에만 집착했다.

그들은 헬스케어에 관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두고 회의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이것이 관리나 실행에 몰입하는 일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당시 백악관 주위로는 유독성 정치가 만연하면서 오바마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메시지 통제를 더 많이 하게 됐다. 결국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실행 전략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자신도 시스템의 초기 고장을 뒤늦게 알게 되었던 것이다.

카마르크의 이러한 지적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용해 보면 집권 초기 인사 참사의 원인도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풀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윤석열 행정부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사실상 정책 여당으로서 그 기능이 실종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에는 현재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민주당에 내준 관계로 국정을 주도할 만한 동력이 없음은 물론이고 법률안 의결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하루 속히 집권 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정무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 요청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짧은 정치계 경험과 기존 여의도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태도 등이 그러한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집권 여당의 대통령들은 자당의 실질적인 정치적 자산이자 영도자였다. 그러한 상황이 윤석열 체제 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실질적인 국민의힘의 영도자가 되지 못하면 당은 다음 총선을 앞두고 권력 투쟁의 나락으로 빠지기 마련이고 대통령의 국정 장악과 운영 능력은 한층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점에서 국민의힘이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라야 하는 것이 국정 안정의 조건이 된다.

윤 대통령, ‘공정’과 ‘법치’ 통치철학 구현해야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이 조속히 회복되려면 국민에게 약속했던 자신의 통치철학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 요체는 바로 공약으로 내세웠던 법치와 공정의 구현이다.

이는 대장동, 원전중단, 강제북송, 옵티머스-라임 펀드 등 현재까지 제기된 무수한 정치권의 비리와 부정, 그리고 권력형 부패와 범죄들을 소탕하고 잔존한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다. 이러한 구악과 적폐의 청산 대상에는 여야가 없고 진보, 보수가 있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며 집권 초반에 폭풍 같은 개혁의 깃발이 오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많은 이들의 실망의 본질이라면 본질일 것이다.

대통령은 집권 초반, 자신이 당선된 이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소신과 일관성의 통치철학을 견지할 수 있어야 지지율은 하락하지 않는 것이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초반 지지율의 변동 원리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이에 반대하는 정적 세력과 갈등이 생기고 충돌이 등장하는 것도 사실이며 이는 대통령의 자리가 정치가로서 감수해야 하는 운명일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지고 승복의 질서가 들어서는 것이지,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국민통합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승자에게 복종하지 않는 정치 문화가 들어섰다는 지적을 윤석열 대통령은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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