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사형존치론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사형존치론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8.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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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 저, 조갑제닷컴 간, 2022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세 번째 위헌 심판을 앞두고 “사형을 집행하라”는 강렬한 외침을 담은 신간이 나왔다.

국가에 의한 불법의 지속,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지식인·종교인·법률가들의 위선적 논리가 압도적 국민 여론을 누르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 김태수 변호사(1967년생. 고려대 법학과 졸업)의 <사형을 집행하라!>가 그것.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형제 존폐를 두고 “국가가 행하는 합법적인 살인이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과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존치시켜야 한다”는 반박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1997년 12월 30일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국가로서의 현실 앞에 김 변호사는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사형존치론을 들고 나왔다.

35년 전 한국 사회에 ‘사형존폐론’이란 화두를 던지고 이후 기자, 검사, 판사, 기자 지망생과 법률학도들의 고전이 된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의 저자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는 독후기에서 이 책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김태수 변호사는 사형폐지론자들의 최대 약점인 위선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형 선고를 받고도 정부의 비겁함으로 연명해가는 살인범들의 범행을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이들을 감싸는 소설가, 종교인들의 순진함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특히 살인자의 인권도 중히 여긴다는 이들이 살인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에는 냉담한 점, 그 위선의 극치를 이렇게 통렬하게 드러낸 책은 일찍이 없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 식자층에서 사형존폐론을 이야기할 때 왜 피살자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가다가 목숨을 끊기도 하는 유족들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탄식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 제기이다. 소설가나 종교인이 살인범의 팬클럽 회원 같은 말과 글을 남기려면 유족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는 것이 좋을 것인데 그렇게 하면 글과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조갑제 기자 독후기 中)

조갑제 대표는 이어 “아무리 악독한 방법으로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사형 집행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범죄자들의 자신감이, 더 많은 살인을 부추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사형 선고를 해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아는 판사들이 애써 사형 선고를 피하려고 하는 그 마음에서 이미 법은 우습게 되고 있고 이런 심리가 다른 범죄에 대한 응징 의지도 덩달아 약화시키 것”이라고 경고한다.

대한민국의 사형제 위헌 여부는 다시 심판대에 올라 있다. “악마가 범행을 시켰다”며 부모를 살해, 사형이 선고될 뻔했던 존속살해범이 2019년 ‘사형은 위헌’이라면서 낸 헌법 소원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올해 7월 역대 3번째인 사형제의 위헌 판단을 위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형집행, 유족에 대한 국가의 예의

헌법재판소는 지난 2번의 심판에서 사형제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 정부는 국민의 동의를 받은 적도 없이 사형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가 합헌임을 선언해도, 법원이 꾸준히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은 없다.

‘사형 집행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사형의 집행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있은 때로부터 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465, 466조)는 법조문은 국가에 의해 무시되고 있는 셈.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6.1%가 사형제도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사형제가 필요없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국민 절대 다수가 사형제 존치가 옳다고 믿지만 확신을 뒷받침해줄 이론적 근거를 찾지 못해 사형존폐론과 관련한 논쟁만 벌어지면 어김없이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완승을 거두고 있다.

김 변호사의 <사형을 집행하라!>가 던지는 중요한 화두는 피해자의 유족 문제이다. 살아남은 가족의 고통은 길고 깊다. 20여 명을 죽이고도, 사형확정 판결을 받고도, 아직 살아 있는 유영철. “유영철에 의해 큰형이 피살되자 두 동생은 자살하고 형수 조카는 행방을 모른다”는 기사를 소개하면서 김 변호사는 묻는다.

‘유영철 같은 살인마를 살려둠으로써 그 희생자들의 가족을 자살하게 만들어 희생자 목록을 계속 늘려가는 이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유족의 가장 큰 고통은 그들이 사랑한 사람은 비참하게 죽었는데 죽인 자들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떨쳐버릴 수 없는 집착일 것이다.

저자는 “피해자 가족은 뿌듯한 만족을 얻기 위해 사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살인범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정신적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며,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짓고 자신들의 슬픔에도 마침표를 찍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사형 집행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예의다. 분명한 것은, 교수형에 의한 사형은 대한민국 사형수가 저지른 그 어떤 살인보다도 온화한 방식이다. 이 책이 사형존폐론이 아니라 사형 집행 재개론에 불을 붙이기를 바란다.

저자 김태수 변호사는 명예훼손 소송에서 언론의 자유와 한계에 관한 중요 판례들을 여럿 이끌어냈으며, 한때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던 ‘이승복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전개됐던 7년 간의 법정 경험에 터잡아 2014년 2월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조갑제닷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사형수와 상대한 몇 차례의 소송, 지구상에서 가장 살인사건 발생률이 높다는 남미의 어느 도시를 방문한 것 등을 계기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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