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뭣이 중한디?’ 만 5세 초등입학 논란이 남긴 것
[이슈] ‘뭣이 중한디?’ 만 5세 초등입학 논란이 남긴 것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8.3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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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명 장관으로 이름을 올린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초등입학’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모두가 반대하는 이 정책은 그러나 역대 정부가 검토와 추진을 거듭해 온 것이었다.

그 만큼 유아교육에 대한 시대적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의가 단지 ‘학제 변경’으로만 우리 사회에 소통되는 점에 그친 것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의무교육 시작 연령을 낮추는 것은 분명한 국제적 추세다. 2018년 기준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의무교육을 5세 이하부터 시작하는 곳은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5개국이다. 프랑스는 2019년부터 의무교육 연령을 만 3세로 낮췄다.

만 5세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국가는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영국 등 4개국에 그치는데 이는 영연방 국가들의 제도에 국한된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도 만 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해야 한다는 데 30~60대 성인 1550명 가운데 64.6%가 찬성 의견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학 연령을 낮추는 데는 65.0%가 반대했다. 다시 말해 유아교육과 취학 연령 간에 오해와 미스매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유아교육을 어떻게 제도로 해 나가고 있을까.신은수 덕성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유아교육 학제의 세계 동향 분석’이라는 연구 논문에서 이 문제를 대단히 치밀하고 방대하게 조사해 보고한 바 있다.

그렇게 매달렸건만...학부모단체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오른쪽)은 결국 사퇴했다./연합
그렇게 매달렸건만...학부모단체와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오른쪽)은 결국 사퇴했다./연합

선진국들은 만 5세 교육 전쟁 중

신은수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세계 경제 선진국들의 유아학교 시작 연령은 대부분 3세이며, 초등교육의 시작 연령은 6세로 분석되었다. 특히 유럽 경제 선진국은 출생에서 만 7세까지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선진화된 유아학교 학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중 스웨덴은 출생에서부터 만 6세까지 유아교육, 만 7세 만기 취학 학제를 구축하고 있고, 프랑스는 만 2세에서 만 6세 미만의 유아교육 및 만 7세부터의 초등교육도 기본단계와 심화단계로 구분하여 아동 발달을 고려한 선진화된 유아교육 연계 학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만 3세~만 5세 유아교육 및 만 6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영국은 유아교육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는 국가로 분석되었으며 2006년 12월 조사 결과 만 3세 미만의 영아기 교육까지 교육부 주관 하에 강화하는 학제를 구축하기 시작하였고 만 3, 4세 유아학교와 만 7세까지의 초등교육 1단계를 연계하여 실질적으로 유아학교화 하는 학제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유아학교 시작 연령이 3세, 초등교육 시작 연령이 6세이며, 만 5세의 경우는 초등학교 하위 학년으로 연계하여 K학년 체제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현재 만 3세에서 만 5세의 유아학교(Prekindergarten) 학제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아교육 학제 구축을 위해 주마다 차이는 있으나, 3~4세 유아를 대상으로 유아학교에 관한 법령 제정, 재정 확보를 확대해 가고 있으며, 특히 유아학교의 질적 기준을 강화하는 체계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세계 경제 선진국의 유아교육 학제와 비교하면 한국은 초·중등 교육법에서 만 3세에서 만 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유치원을 학교 체제로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2004년 1월 유아교육법 제정을 통해 초·중등교육법에 부속적으로 규정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유아의 발달특징과 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의 유아교육의 정체성과 특수성 정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유아교육은 만3세부터 시작된다.
유럽 선진국들의 유아교육은 만3세부터 시작된다.

선진국형 유아학교 도입 검토해야

우리의 경우 2004년 만 3세에서 만 5세 유아교육을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법 제정으로 유아교육 선진화에 기초가 되는 법률적 체제가 있다.

그러므로 제정된 유아교육법에 기초하여 국가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선진화된 유아교육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유지,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유아교육 학제 구축의 과제라는 것이 신은수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세계 교육 선진국들은 유아를 위한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 확보를 통해 유아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경제 선진국 OECD 20개국의 취원율을 보면 네덜란드, 영국이 만 4세부터 모든 유아들이 유아교육 혜택을 받고 있고(취원율100%), 벨기에는 만 2세가 90%,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100%의 취원율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르웨이, 독일, 스웨덴,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헝가리 등의 국가들 만 3세 이상의 취원율이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세계 경제 선진국은 교육부 중심의 유아교육 강화 정책으로 유아교육의 수월성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유아교육 학제의 방향 설정에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의 균형감을 재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신은수 교수는 제언한다.

결국 만 5세 아동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모든 의제의 중심이어야 함에도 이 문제가 단지 ‘초등입학’을 둘러싼 학년 편제의 문제로만 인식되어 반대에 부딪힌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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