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전 국회의원  “외교안보 빚더미 떠안았지만 출발 좋아”
김영우  전 국회의원  “외교안보 빚더미 떠안았지만 출발 좋아”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2.09.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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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국정과제는 크게 국가이익과 실용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과학기술, 산업 경쟁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자 존경받는 나라,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드는 게 목표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표방한다.

정부 출범 100일을 넘긴 시점,   <미래한국>은 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특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맹활약하며 날카로운 시각으로 국제질서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던 김영우 전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 그간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임기 초이지만 윤곽이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자산은 거의 없이 빚덩어리인 불량한 외교안보 정책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어려운 가운데 정부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외교안보 정책의 출발과 방향 설정에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동맹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외교 네트워크 강화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 외교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복하는 데 기본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가치 외교를 추구하되 현실적으로 미중 갈등과 세계적인 경제위기, 북한의 핵 위협과 한일 간 불편한 현안 속에서 가치 외교를 어떻게 국익외교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 그러한 세계 정세 가운데 특히 한미동맹인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리라 보이는데 이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튼튼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중국, 북한,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국과의 외교 협상에서 강력한 지렛대가 됩니다. 지난 5년 동안에는 제대로 된 한미 연합훈련조차 못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한미훈련을 정상적으로 재개한 일은 너무나 다행스럽습니다.

얼마 전 북한의 8·18 도끼만행 사건에서의 미군 희생자들 추모식을 열었는데 이것도 한미 간 신뢰 회복을 위해 상당히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에 있어 변수가 아닌 상수이고 이것이 뒷받침돼야 주변국과 협상에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잘못했습니다. 한미동맹이 약화하고 흔들리니 중국과 북한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오히려 한미 간 사이를 더 벌려 놓으려고 했습니다.

한반도 운전자론, 동북아 균형자론, 한반도 종전선언과 같은 것을 너무나 강조하고 또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상당히 비전략적인 정책과 함께 어우러져 최악의 외교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한미동맹이 강력할 때 미국도 한국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불량 외교관계를 윤석열 정부는 단시간 내에 정상화 시켰다. 사진은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모습./연합
문재인 정부의 불량 외교관계를 윤석열 정부는 단시간 내에 정상화 시켰다. 사진은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모습./연합

한미동맹 기본으로 돌아가야

- 사드, 칩4 가입, 인도태평양프레임워크(IPEF) 등 현안 속에서 한중관계는 어떻게 가져가야 될는지요?

사드 문제는 박근혜 정부 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습니다. 사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여 주한미군과 가족 우리 국토와 국민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그때 사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배치 요청을 받거나 협의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배치 결정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북한 핵에 대한 불가피한 미국의 입장이 있다고 중국에 일관되게 설명을 했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외교를 해나가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이미 배치된 사드에 대해서는 ‘3불’이나 더 나아가 ‘3불 1한’까지 요구하는 중국의 입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과 함께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더 강조하면서 사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사드 추가 배치는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입니다. 일단 배치된 사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칩4와 IPEF는 경제 안보 및 신기술 협력,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는 협의체가 기본적인 룰을 세팅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런 다자 협의체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분위기로 가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중관계를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 이야기를 하며 마치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관계인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설정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한복과 김치도 자신들이 원류라고 역사를 왜곡하고 우깁니다. 우리는 국력에 걸맞게 중국과 신뢰와 원칙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의 당당한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 징용공 배상, 위안부 문제 이견,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지난 정부에서의 한일관계도 좋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합니까?

지금 한일관계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부도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 위안부 합의 파기 문제, 일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 등을 트집 잡아 혐한 감정을 상당히 자극했다고 봅니다.

이제 한국과 일본의 국가 수반이 바뀌어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외교 문제는 당국 간 소통 문제가 상당히 필요하고 민간인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 과정이 꼭 병행돼야 합니다. 한일 문제는 빨리 푸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한일관계는 한두 가지 현안이 해결된다고 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생각을 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시작은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인수위 때도 한일 정책협의단을 만들어 일본에 파견했고, 앞으로도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표명한 것은 한일관계 개선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역사 문제를 경제 문제나 또 교류 협력 문제와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점을 일본에 주지시키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이 여러 소통 채널을 만들어 움직여야 합니다.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공군 블랙이글스 특수비행팀. 최근 한국산 무기의 해외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공군 블랙이글스 특수비행팀. 최근 한국산 무기의 해외수출은 급증하고 있다.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외교 역량 키워야

- 외교 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가 대북 문제이고 비핵화가 핵심인데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또 EU와의 관계, 유엔과의 관계 등과 묶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 북한 문제,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단순한 남북 문제가 아니란 점을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합니다. 한반도 분단이나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 이런 것들은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공조 없이 이뤄질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부터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는 대북 제재라는 국제공조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우리는 유엔을포함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목이 매우 좁습니다. 제가 국회의원 시절 6년 동안 외통위 소속 활동을 통한 경험으로 보면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국제사회에서 엄청나게 큰 규모로 외교전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민간에서의 활동도 우리보다 훨씬 인원도 많고 다양하고 채널도 다양하게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우리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유럽의 여러 국가와 이스라엘, 중동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계가 각자 국익을 위해 어떻게 외교를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별다른 시각이 없어 보입니다. 

언론 보도에 있어서도 국제뉴스의 양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으니 국제 상황이 문제라는 인식이 안 드는 겁니다. 

2017년 12월 브뤼셀에 있는 나토 사령부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나토 사령관이나 나토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 문제, 핵미사일 문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핵무기가 테러 단체로 들어갈 위험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고, 북한의 ICMB의 경우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의 주요 국가 도시들도 전부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토 측이 거꾸로 저에게 북한의 위협에 대해 걱정하고 설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나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유럽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리는 좀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EU와는 2010년 FTA 체결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교역 파트너입니다. EU 국가들과도 기후위기나 탄소중립, 우주산업 협력 문제 등 다양한 차원의 네트워크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유럽이나 중동 여러 국가에 대한 외교 역량이 준비가 덜 돼 있습니다.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관도 적고 수준도 낮습니다. 상대방이 우리를 아는 것만큼 우리는 상대방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기본 방향 자체가 크게 바뀌어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가 돼버렸습니다.

한일관계에서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그 문제에 기인한 탓이 큽니다. 외교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고 공공외교, 민간 외교 등 총체적인 전략을 세우고 세부적으로 디테일한 준비도 해야 할 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무리하게 욕심을 내서 임기 내 모든 외교적 현안을 풀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외교 기반을 쌓는다는 목표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건국, 한국전쟁에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힘겹게 왔지만 또 다른 기로에 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외교 안보 정책에 있어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국익을 우선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가 외교안보 정책의 발목을 잡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치권이나 언론계,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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