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시민사회단체 과대 대표성 시정해야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시민사회단체 과대 대표성 시정해야
  •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 승인 2022.09.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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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 / 한반도선진화제단

오늘날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의 공기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도 많고 하는 일도 많다. 유형도 지역의 풀뿌리부터 중앙정부의 정책비판 기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큰 규모의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일을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한 분야에 천착하여 전문적으로 활동한다. 이 때문에 정부 등 공공 부문이나 민간 부문의 여론 수렴 시에 전문가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대 대표성 문제

문제는 같은 분야의 시민사회단체가 다수 존재할 때의 여론 수렴 과정이다. 여론수렴기관이 모든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되지만 특정 시민단체의 의견만 듣는 경우에는 대표성 문제가 발생한다. 여론을 수렴할 때 역사와 연륜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선정하지만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입장이 다를 경우에는 과대 대표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부나 공공기관은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하여 일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그 단체의 사상, 지배구조, 조직 등을 고려하여 신뢰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선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시민사회 단체에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에는 더 신경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지배구조 문제, 대표성 취약에 따른 부작용을 노출한다.

진영논리나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거나 혹은 공익보다 단체를 우선하려는 사례도 있다. 그 사례가 위안부 기부금 횡령 의혹을 받았던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사건이다. 정부 보조금의 대상은 시민사회단체인 ‘정의연’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당사자 할머니들이다. ‘정의연’은 이들을 돕는 시민사회단체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의연’이 주체가 되어버렸다. 

주인-대리인 간의 가치 전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시민사회단체가 피해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면서 당사자처럼 행동한 데서 기인한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이해관계가 있거나 이익이 상충할 때 주로 발생한다. ‘정의연’ 역시 정보의 불균형, 감독의 허점을 이용하여 피해 당사자가 아닌 자기조직이나 이사장의 시각으로 일을 했다. 

정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 잘못된 행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과 행정편의성을 중시하는 관료제의 속성상 정부는 피해 당사자 대신 관련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를 상대했을 것이다. 사실 공무원이 개인과 일일이 접촉하고 협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표성을 갖는 기관이나 단체와 협의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표성을 제대로 위임 받았는지 절차상 흠결은 없었는지를 짚어봐야 했다. 하다못해 감독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행태는 관료제의 탓도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스스로의 과대 대표성에 기인한 면이 더 크다. 이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와 이익단체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부금 횡령 의혹으로 유발된 '정의연'사태의 근본 원인 역시 시민사회단체의 지배구조 문제와 과대 대표성에 기인한다.
기부금 횡령 의혹으로 유발된 '정의연'사태의 근본 원인 역시 시민사회단체의 지배구조 문제와 과대 대표성에 기인한다.

감시와 견제가 없는 시민사회단체

이익단체는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에 목적이 분명하다. 회원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 간에 이견이 존재하거나 이익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은 회원들의 동의를 다시 받는다. 특히 이해 대립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회원들의 동의를 받는다. 회원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절차가 일반적이지 않다. 회원 중심의 운영보다 대표와 임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감시와 감독 기능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피해자들의 입장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 감시 활동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시민사회단체 간 경쟁과 견제를 통한 감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는 사상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상이 같은 시민사회단체 간에는 서로 협력관계이지 견제관계가 아니다.

지배구조 역시 사상이 같은 사람들끼리 맡기 때문에 견제세력이 없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독선적인 의사결정을 해도 견제하기가 어렵다. 

기부금 횡령 의혹으로 유발된 ‘정의연’ 사태의 근본 원인 역시 지배구조 문제와 과대 대표성에 기인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1차 기자회견 이후 논란이 일었던 의혹 내용만 보더라도 단체운영, 개인 계좌로의 기부금 모금과 유용, 후원금과 기부금 사용, 국가보조금 중복 수령과 회계처리 부실 문제, 안성 쉼터 영리 및 사적 이용, 매매 가격 논란 등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연’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은 커녕 관행과 실수, 심지어 친일세력과 보수언론의 모략극이라고 우겨댔다. 잘잘못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흑백 구도로 끌고 가려는 행태를 보였다. ‘정의연’ 사태는 시민사회단체가 어떻게 사유화되고 그 부작용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시민사회단체가 권력화되면 봉사하고 비판하는 운동에서 벗어나 자기들의 권력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변화됨을 보여줬다. 

전직 시민사회단체 인사는 시민사회단체의 타락 원인을 5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시민사회단체의 권력기관화, 둘째는 시민사회단체의 관료화, 셋째는 시민사회단체의 초법화(超法化). 넷째는 관심을 끌어 한 건 터뜨리는 데 몰두하는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 그리고 반성을 모르는 몰염치를 다섯 번째 병리 현상”이라고 했다.

위 지적은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자성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사실 현재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명망가 중심의 과두제적 지배구조이다. 시민 없는 시민사회단체가 많은 이유도 이런 지배체제에 기인한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그래서 실질적이고 절차적 민주주의 방식이 작동되어야 한다. 변화 과정에서는 시대 변화의 수용과 미래의 주체인 젊은이들의 참여가 촉진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지원이 끊긴 우파 시민단체 현황.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지원이 끊긴 우파 시민단체 현황.

시민사회단체 신뢰를 위한 제언

시민사회단체의 집단적 행동도 과잉 대표성 문제를 야기한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보면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해서 전문적 식견을 갖고 상시적으로 시민운동을 펼치는 곳도 있지만 이슈가 발생할 때만 다른 단체와 연합하여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도 있다. 이런 시민사회단체에는 이름과 대표만 있지 사무처나 구성원들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쟁점이 발생하면 주도 단체에 이름을 빌려주거나 협조한다. 자기 입장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설득하기보다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에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해 과잉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시민사회단체의 잦은 이합집산은 또 다른 문제이다.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문제에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으는 것은 세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런 욕구가 전문성보다는 참여단체를 늘려 세력 중심의 시민운동을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이슈나 가치 성향에 따라 이합집산이 나타난다.

시민사회단체의 중앙 집중화 현상도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풀뿌리 시민사회단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으로 집중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런 행태가 건전한 시민사회단체 형성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앙보다 지역 특성을 살리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지역사회 니즈를 반영한 활동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신뢰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뢰가 높은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의 지지를 얻지만 도덕적이지 않거나 정의롭지 못하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감사원, 文정부 보조금 시민사회단체 고강도 감사 착수

감사원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 8일 자료를 내어 “등록 비영리 민간단체 수가 매년 증가하고, 이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등 지원 규모가 늘고 있다”며 “오는 10일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실지감사에 착수해 보조금 등과 관련한 업무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는 공직비리 전담인 특별조사국이 맡는다.

이번 감사는 민간단체의 공익활동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6개 정부 부처와 서울시 등 7개 기관과 이들이 지원하는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행정안전부(280개) △통일부(190개) △외교부(188개) △문화체육관광부(185개) △환경부(183개) △여성가족부(111개)와 서울시에 등록된 579개 단체 등 모두 1734개 단체가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감사원 당국자는 “보조금 규모 및 증가 폭, 다수 기관으로부터 중복 지원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점검 우선순위를 설정해 감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는 사업 선정·교부와 집행, 관리·감독 등 각 보조금 지급 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횡령 등 회계부정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감사원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도 부정·비리 신고를 이달 말까지 받기로 했다.
 

감사원 쪽은 감사 착수 배경에 대해 “얼마 전 어느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등 회계부정 문제가 제기돼 재판이 진행되는 등 비영리 민간단체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을 말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공약에 관여한 시민단체들이 정책과 인사를 주도하며 ‘장외(場外) 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 자료 등에 따르면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와 여당에 입성한 인사 가운데 시민단체 출신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 54명 중 9명(17%), 중앙부처 장관 18명 가운데 3명이 시민 단체 출신이었다. 민주당 의원 177명 중에서는 19명(11%)이 각종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 목소리가 국정에 바르게 반영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일부 시민단체가 사실상 ‘비선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정부 시절 ‘시민단체 공화국’으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19년 기준 3만7000여 시민사회단체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았으며 대부분 정부·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이나 용역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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