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中 일대일로에 인신매매 극성, 왜?
[심층분석] 中 일대일로에 인신매매 극성, 왜?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2.09.15 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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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국내 언론들은 대만과 동남아에서 나온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5000여 명의 대만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을 찾았다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미얀마에 있는 범죄조직 소굴에서 산 채로 장기 적출까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보도와 관련해 반공 중화권 매체는 지난주 “취업사기 인신매매가 일어난 나라들이 공교롭게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한 나라들”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현지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반공 중화권 매체 관계자에 따르면 인신매매 피해자는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과 홍콩에서도 발생했다. 

‘사무실’이란 보이스 피싱이나 온라인 사기,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화상채팅을 이용한 사기와 불법 음란물 방송을 하는 곳이었다. 피해자들은 이곳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강제로 일해야 했다. 약속했던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음식과 물조차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인신매매 조직들은 수시로 피해자들을 위협하고 폭행했다. 여성들은 집단 성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매춘 등 성 착취까지 당했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캄보디아 최대항구 시아누크빌 등으로 끌려간 뒤 살아 있는 채로 장기 적출을 당했다. 인신매매 조직들은 피해자의 장기를 적출하기 전에 가족들에게 연락해 거액의 몸값을 뜯어내려 시도했다. 

인신매매 조직들은 미얀마 무장 범죄조직과 결탁해 적출한 피해자들의 장기를 팔았다. 심장은 11만9000달러  (약 1억6000만 원), 간은 15만7000달러(약 2억1100만 원), 두피는 600달러(약 80만 원) 등의 가격을 매겨 놓고 팔았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했다.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미얀마에는 캄보디아보다 더 큰 규모의 장기 적출 시설이 있다.

‘KK단지’라 불리는 이 시설은 높이 4m의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고 카렌족 무장반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대만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뒤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캄보디아 등에서 피해자 일부를 구출했으나 아직 370여 명의 피해자가 억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익명의 대만 경찰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국가로 출국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이 5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일부 언론은 대만 경찰과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거나 중국 베이징에서 나온 소식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반공 중화권 매체들이 전한 이야기는 달랐다.  사실 이 내용은 지난 8월 16일 중화권 매체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중화권 매체 가운데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일부 매체는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전했다. 미얀마에 있는 ‘KK단지’의 실상과 함께 장기 적출·매매 사업이 동남아는 중국, 멕시코까지 이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취업사기 인신매매 범죄조직은 6개국에 걸쳐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 화교 사이에서 유명한 중국 공산당원의 역할이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돼 중국 남성의 신부로 팔려갔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구출된 베트남 여성 두 명이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서 베트남 경찰에 인계되고 있다.
인신매매조직에 납치돼 중국 남성의 신부로 팔려갔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구출된 베트남 여성 두 명이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서 베트남 경찰에 인계되고 있다.

피해자들, 강제노동 성 착취까지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공 중화권 신문 ‘대기원시보’는 인신매매 사건과 관련해 “대만인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높은 급여를 준다’는 동남아 인신매매 조직에 속아 장기 적출 대상인 ‘돼지’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장기는 미국과 유럽 등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에게 판매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장기 적출을 당하는 곳으로 따질 때 캄보디아가 가장 무서운 곳이 아니며 미얀마의 ‘KK단지’가 ‘연옥(煉獄)’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국제구호단체 GASO 관계자의 주장을 토대로 취업사기 인신매매의 실상에 대해 설명했다. 

GASO 관계자 ‘사미(Sammy)’는 “동남아 취업사기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종착지는 미얀마의 ‘KK단지’ 같은 곳”이라면서 “수용된 ‘돼지’는 1000명 정도로 이곳이 장기 적출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곳은 아니지만 가장 잔인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취업사기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처음 입국한 나라의 인신매매 조직에 붙잡힌 뒤 강제노동을 당한다. 이곳에서 쓸모가 적어지면 다시 다른 나라로 인신매매를 당한다. 그러다 병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미얀마의 ‘KK단지’로 팔려간다는 것이다. 

‘KK단지’에 팔려진 피해자들은 감금당한 채로 지낸다. 그러다 어느 날 이곳 관리인이 데리고 나가 배에 태운다. 배에는 수술실이 있다. 피해자를 태운 배는 공해상으로 나간 뒤 피해자가 살아 있을 때 각종 장기를 적출한다. 

시신은 그대로 바다에 버린다. 적출한 장기는 동남아는 물론 미국, 유럽,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전 세계로 이어진 ‘장기밀매 공급망’을 통해 팔린다.  ‘사미’는 “캄보디아 조직에 갇힌 사람들은 구출할 수 있지만 일단 미얀마로 보내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몸값을 지불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한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의사들은 인신매매 피해자 장기 적출·밀매에 가담해 돈을 받으면서 장기이식 기술을 배우고 대만 등 선진국 의사들은 장기 적출 수술 한 번에 몇 만 달러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대만 의사 ‘가오다청’의 이야기도 전했다. 
신문은 말레이시아 매체가 전한 관련 보도도 소개했다.

말레이시아 매체 ‘차이나지’는 “돼지 연옥으로 불리는 ‘KK단지’에 감금된 사람은 중국인이 대부분이며 말레이시아와 대만 사람도 일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른 말레이시아 매체 ‘차이나 데일리’는 지난 8월 3일 “취업사기 인신매매 조직 소탕과 관련해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중국 등 6개국이 다국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면서 “다국적 TF가 ‘KK단지’를 비롯해 장기적출시설을 급습해 감금된 사람들을 구출하려 했지만 시설 소유주들은 감금 중인 사람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다 죽였다는 뜻이었다. 

신문은 태국·중국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13일 태국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지지장’이라는 40세 중국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태국 매체는 “그는 미얀마-태국 국경에 거대한 카지노를 건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지장’은 곧 중국 본토로 송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 ‘카이신넷(開心網)’에 따르면 ‘지지장’은 중국 해외사업연맹의 상임 부회장을 지낸 적이 있다. 2017년에는 미얀마-태국 국경에 ‘아시아 태평양 스마트 시티’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지장’은 실제로는 ‘스마트 시티’가 아니라 온라인 도박사이트 회사를 여러 개 설립했다. 그는 또한 필리핀에서는 불법 복권사이트를 만들어 수배를 받는 상황이었다. 

신문은 “동남아 국가, 특히 미얀마의 ‘KK단지’와 그 소유자인 ‘지지장’에 대한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만약 ‘지지장’이 중국으로 추방될 경우 이런 비밀은 깊이 묻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中장애인들 멕시코 보내 장기 매매”

신문은 이어 하이난섬의 유명 휴양지 하이난섬이 장기적출·매매의 허브로 변신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내에서 장애인들은 차별을 받고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가족조차도 그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부담으로 여긴다”면서 “그래서 높은 급여를 주는 일자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은 행복하게 해외(멕시코)로 간다”고 설명했다. 장애를 가진 중국인들은 멕시코로 가기 위해 항공료, 숙박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2만 달러가량을 중개인에게 건넨다. 그렇게 멕시코에 간 중국 장애인들은 숙소에서 기다린다. 

중개인은 기다리는 장애인들을 차례차례 불러 “이제 취업하러 간다”고 속인다. 이렇게 중개인을 따라 간 사람들은 곧 장기 적출을 당한다. 시신은 장기 적출 조직이 없애버린다.  신문은 “하이난섬이 특별한 장소가 됐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내용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8월 신화망은 하이난섬에서 장기이식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동남아 취업사기 인신매매가 일어난 나라들이 모두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에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발생한 취업사기 인신매매 및 장기적출·매매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임금이다. 동남아 국가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대만 청년들의 평균 연봉만 봐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2020년 5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타이베이 무역관이 소개한 내용에 따르면 대만의 일반적인 대졸자 초임은 월 122만 원 안팎이다. 같은 해 대만의 최저 임금은 주 40시간 기준 월 97만 원, 시급은 6500원 정도다. 참고로 2023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201만580원이다. 대만이 이럴 정도이니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다른 취업사기 인신매매 연루 국가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미얀마는 오래 전부터 인신매매 문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2018년 2월 프랑스 AFP 통신은 “미얀마 여성 7500여 명이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에서 강제결혼을 했다”는 미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 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는 주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카친주, 샨 주 출신들이었다. 이곳은 미얀마 군사정권과 소수민족 반군 간의 분쟁이 빈번한 곳이다. 미얀마 여성들은 1인당 1만~1만5000달러에 중국 시골로 팔려가 늙고 병든 남성들과 강제 결혼을 했다고 한다. 

2013년 12월에는 경향신문이 미얀마 꼬따웅과 양곤의 인신매매 시장을 취재해 보도했다. 신문은 2007년 유엔 세계기업협약기구(UNGC)와 국제노동기구(ILO)의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성매매 등 강제노동을 하는 인구는 250만 명에 달하는데 이중 3분의 1이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메콩강 인근 6개국에서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반공 중화권 매체 관계자는 “빈곤층이 많고 인권 의식이 낮은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인신매매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취업사기를 통한 인신매매가 일어나도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캄보디아, 미얀마에서의 장기 적출과 매매에 대한 폭로도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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