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치솟는 환율, 펀더멘털 체크해야
[포커스] 치솟는 환율, 펀더멘털 체크해야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09.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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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환율, 펀더멘털 체크해야9월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기술적으로 신고점을 향해 치솟는 환율은 물론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가 이유다. 하지만 환율은 기술적 요인 외에도 펀더멘털이라는 경제의 실물 상황에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배경에 우리 경제의 부실과 관련한 스페큘레이션(투기적 전망)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동조하는 현상을 보여왔는데 최근 그 흐름이 깨지는 현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원-달러 수급이 1차적이지만 원화 가치를 담보하는 실물경제 상황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과도한 부채와 벌어서 이자도 못갚는 한계기업들의 범람이라는 고비용 비효율의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의 영향과 정부 지출의 팽창, 그리고 낮은 이자율,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등에 의해 위기의 양상이 가려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증거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불황이 시작된 2019년부터 현재까지 기업부도율이 오히려 감소해서 지난 해에는 0%에 이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낮은 이자율과 정책자금 지원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현재는 고이자율과 재정건전화라는 긴축이 맞물리면서 더 이상 부실기업들이 곁불을 쬐면서 한겨울을 연명해 나가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상승했던 부동산 자산의 거품들이 꺼지면서 담보가치 하락과 원리금 연체로 인한 가계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제2금융권과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에 상당한 위협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연준에서 9월 22일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다. /연합
미국 연준에서 9월 22일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다. /연합

가계 부실, 한계기업 문제가 복병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경기 둔화,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들이 대출을 더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의 비중(금융보험업 등 제외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은 각각 14.9%, 14.8%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수준(14.8%, 15.0%)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 최악의 경영 여건 시나리오에서 한계기업 수와 차입금 비중은 각각 18.6%, 19.5%까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최근 1년의 기업 신용 증가율(2분기 기준 작년 동기 대비 대기업 11%·중소기업 16%)이 유지되고, 올해 평균 대출금리가 작년보다 1.4%포인트 오르는 동시에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단위 영업비용이 1% 추가되는 것으로 가정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한계기업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도록 기업 여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 신용을 빠르게 늘린 비은행금융기관이 자체 부실 대응 여력을 확충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드사와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면 약 7300억 원의 순이익 감소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재 유례없는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자산가격 하락, 대출 축소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체 대출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인해 ‘고정이하여신’이 늘면서, 서민과 다중채무자가 많은 2금융권 대출 건전성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22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가계부채, 양호한 자산건전성 지표 뒤에 숨은 부실 현실화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털,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작년 금융업권별 합산 순이익에 가계대출 부실로 인한 대손상각비를 반영한 결과, 순이익 감소폭이 무려 7276억 원에 달했다. 순이익 감소폭은 카드사가 4232억 원으로 가장 컸고, 저축은행과 캐피털이 각각 2138억 원, 906억 원 수준이었다.

올해 경기 둔화,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들이 대출을 더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라 차주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면서 부실 여신 역시 누적된 결과다. 올해 6월 말 기준 금융권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약 3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2.6% 증가했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조205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캐피털사 1조990억 원, 카드사 7120억 원, 저축은행 6110억 원 순이다. 생명보험사(1310억 원)와 손해보험사(370억 원) 상대적으로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적었다.

문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이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7월 0.5%에 불과했던 기준금리는 2022년 8월 2.5%로 5배 상승했고, 가계대출 신규 취급금리는 2020년 8월 2.55%에서 4.52%로 약 1.8배 상승했다. 보고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가계의 이자부담이 최대 80%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 시 급격한 자산 부실화가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취약차주 비중은 저축은행 78.9%, 여전사 64.6%, 보험사 34.8%, 은행 17.0%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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