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시니어과학기술인을 활용하자 
[데이터로 보는 세상] 시니어과학기술인을 활용하자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2.09.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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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은 그 해 태어난 아이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연수를 뜻한다. 평균수명은 특정 기간 사망한 사람들의 나이에 대한 평균이므로 기대수명과 관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평균수명을 얘기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대수명이다. 

<도표 1>은 통계청에서 2021년 발표한 ‘생명표’로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남녀 간에는 6년 차가 있다. 1980년 기준으로 보면 남자 61.9세, 여자 70.4세로 남녀 간에는 8.5년 차가 있었고, 평균 기대수명은 66.1세로, 지난 40년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17.4년 증가했다.

40년 전 살던 사람들보다 현재 사는 사람들은 평균 17∼18년가량 평균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이다. 또한 1980년 이후 남녀 간의 기대수명 차도 차츰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남녀 간에 수명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6일 발간한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서도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통계청의 생명표와 일치한다. 이제 우리는 ‘100세 건강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1위인 일본(84.7세) 뒤를 잇는 2위권으로, 38개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긴 것이다. 한국인은 주요 국가인 미국(77.0년), 독일(81.1년), 프랑스(82.3년), 멕시코(75.2년)인 보다 오래 산다. 10년 전인 지난 2010년에는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2년으로 OECD 38개국 중 21위였으나 10년 사이 한국의 기대수명이 가장 빠르게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환경 개선과 높은 수준의 공공 의료 제공에 따른 결과”라고 모두 동의하고 있다. 실로 우리는 자부할 만하게 발전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기대수명 83.5세

한국인들이 오래 살게 되면서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인력(연구원)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21년 12월 ‘2020년 연구개발 활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개발인력이란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인력으로 대부분 학사 학위 이상의 인력이다.

이 조사는 과기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과학기술 통계조사로 2020년 기준 국내 6만9641개 기관(공공연구기관, 대학, 기업 등)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 연구개발인력 현황 등을 조사한 것이다. 

2020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는 93조717억 원(789억 달러)으로, 이는 OECD 국가 중 세계 5위 수준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81%로 세계 2위 수준(1위 이스라엘, 2019년 기준 4.93%)으로 조사되었다. 총연구개발비 중 정부·공공재원 비중이 23.2%, 민간·외국재원 비중이 76.8%로, 민간·외국 비중이 높다. 즉, 한국은 민간기업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이 매우 활발함을 통계로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총 연구원 수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55만8045명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러나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세계 1위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연구활동에서 매우 활발함을 알 수 있다. 연구수행 주체별 연구원 수는 기업체 40만1116명(71.9%), 대학 11만5924명(20.8%), 공공연구기관 4만1005명(7.3%)으로, 기업체가 연구개발활동 인력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2020년까지 연구원 수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도표 2>와 같다. 총 연구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50∼59세 연구원 수도 증가해 2012년 9.6%에서 2020년 13.0%로 증가했다. 60세 이상 연구원 수도 2012년 1.7%였으나 2020년 3.7%로 증가했다. 즉, 차츰 연구원 비중도 50대, 60대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만 상세히 보면 총 연구원 수 55만8045명 중에서 학위별 비중은 박사(20.9%), 석사(27.6%), 학사(45.9%), 기타 (5.6%)로 구성되어 있고, 남성은 78.6%, 여성은 21.4%를 차지하고 있다. 전공별로는 이학 8만1152명(14.5%), 공학 37만1068명(66.5%), 농업과학 1만853명(1.9%), 의약·보건학 3만3262명(6.0%), 인문학 3만213명(5.4%), 사회과학 3만1497명 (5.6%)으로 돼 있다. 연구원으로는 공학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 다음이 이학, 의약·보건학, 사회과학의 순이다. 연구원 중에서는 이공계가 89%이고, 인문사회계가 11%로 압도적으로 이공계가 많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활동 증대해야

<도표 2>에서 2020년 연구원으로 일하는 60세 이상 인력은 2만700명이다, 그러면 은퇴해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60세 이상의 연구원(이공계가 대부분이므로 이를 ‘시니어과학기술인’이라고 명명함) 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관한 공식적인 정부 통계 자료는 없다.

그러나 기업체에는 60세 이상의 연구원이 아주 적고, 공공연구기관에는 정년이 61세이므로 60세 이상이 많지 않다. 대학은 정년이 65세이므로, 현업에서 일하는 60세 이상의 시니어과학기술인은 대학에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100세 건강시대’이므로, 일할 수 있는 연령을 정하기 어려우나, 대략 79세(건강하게 살고 있는 인력에 한함) 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현재 시니어과학기술인은 대략 5만 명 수준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도표 2>에서 2012년 50∼59세 연구원 수가 3만8413명인데, 이들이 10년 후인 2022년 60∼69세로 대부분 은퇴했을 것이다. 그리고 70∼79세에 속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은퇴한 연구원 수도 60∼69세 은퇴자의 반 정도로 본다면 1만5000명 수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60∼79세의 일할 수 있는 시니어과학기술인은 대략 최소 5만 명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최소 5만 명 이상의 시니어과학기술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지내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설문조사 등의 자료가 전혀 없어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의 전문 분야와 관련이 없는 취미 생활이나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이나 자녀를 돌보는 것 등으로 소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과학기술인들은 국가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 한국에서는 향후 시니어과학기술인의 활용 문제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60세 이상의 고급 과학기술인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 예를 들면 기업이나 출연연구소 등에서 우수 인력의 정년을 연장해 임시로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고, 대학에서는 교수가 정년 후에 석좌교수 혹은 석학교수 등의 직책을 주면서 연구와 강의를 5년 정도 더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아주 소수의 과학기술인들에 해당하며 보편적이지 않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시니어과학기술인들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좋을까?

현재 잘 알려진 시니어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국가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가 주관하는 해외봉사단(WFK, World Friends Korea) 사업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가 주관하는 고경력과학기술인 활용지원사업(ReSEAT, Retired Scientists and Engineers for Advancement of Technology)이 있다.

해외봉사단 사업은 1990년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개발도상국의 수요와 우리의 주요 원조 분야를 고려해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5개 분야(교육, 보건.의료, 공공행정, 농림수산, 기술.환경.에너지), 49개 직종으로 나눠 봉사단원을 모집해 시행하고 있다. 봉사단원은 만 19세 이상 60세 미만의 사람으로 해외 활동 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고 최대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 45개국에서 활동하던 봉사단원 1437명 전원이 귀국했다가 올해 5월부터 봉사단원 모집이 재개되었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공여액은 올해 4조425억 원이며 이 공여액은 양자 간 원조(3조2199억 원)와 다자간 원조(8226억 원)로 구분되는데 양자 간 원조에 대한 사업 계획을 유상, 무상 및 형태별로 나눠 살펴보면 <도표 3>과 같다.

형태별로 보면 프로젝트(66.4%) 중심으로 컨설팅 등 다양한 모양으로 지원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다음으로는 연수사업(4.9%), 프로그램(3.7%), 봉사단파견(3.7%, 1184억 원), 개발컨설팅(2.9%), 민관협력(2.5%)의 순이다. 분야별로 나누면 보건(13.2%), 교통(13.1%), 인도적 지원(9.8%), 교육(9.1%), 수자원 및 위생(7.7%), 공공행정(7.7%)의 순이다. 

양자 간 원조액 중에서 3.7%에 해당하는 1184억 원이 봉사단 파견에 배정되어 있어 적은 편이다. 해외봉사단 활동에서 참가 연령을 60세 미만으로 제한하지 말고, 이를 풀어 건강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을 없애고, 봉사단 파견 배정액을 대폭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고경력과학기술인 활용지원사업(ReSEAT)은 200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시작한 사업이나 2018년 그 관리기관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로 변경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목적은 퇴직한 고경력 과학기술인(대학의 부교수급 이상, 연구소의 책임연구원, 산업체 기술개발 임원(연구소장 등) 등)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의 우수 연구성과 창출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주로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으로, 2021년 실적으로는 고경력과학기술인들의 기술자문이 3912건, 정보제공 등이 2만2530건으로 최근 그 지원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봉사단(WFK) 활동은 60세 미만이어야 하므로 사실상 시니어과학기술인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대학, 연구소, 기업체 등에서 일찍이 은퇴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데, 따라서 극히 제한적인 시니어과학기술인 활용사업이다.

봉사단 활동의 규모를 키워 ODA 자금 중에서 봉사단 파견 활동으로 사용하는 금액 비중을 3.7%에서 6∼7%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고경력과학기술인 활용지원사업이 비교적 시니어과학기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사업도 고경력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으므로, 일반 시니어과학기술인들에게는 제한적인 활동이다. 

미국을 살펴보면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정년 제도가 없다. 개인이 희망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업무 평가제도가 있어 업무 성취도가 낮은 인력은 계속 일하기 어려우나 대부분의 연구원이 원하는 만큼 일한다. 우리나라도 정년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인력 활용 방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시절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구원 정년을 61세로 낮춘 이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년이 65세로 환원되지 않고 있다. 61세면 아직 왕성하게 연구할 연령이다. 출연연구소에서 65세로 정년을 환원할 필요가 있으며 차츰 정년제도 폐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 정년을 맞은 연구원을 자문위원 등의 명칭을 주고 몇 년 더 일하게 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시니어과학기술인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는 국고에서 소위 ‘과학기술 문화 대중화 사업’을 만들어 시니어과학기술인들이 중고등학교, 구청, 민간단체 등에 가서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강연활동이나 과학교실 체험 등으로 지식을 전수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을 분야별로 촘촘히 나눠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해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국민의 과학기술 문화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는 이런 활동을 펴도록 설립되었으며 이런 활동을 차츰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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