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국, 21개국과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심층분석] 한국, 21개국과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2.09.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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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의 인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8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소재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하려 했으나 로켓엔진 연료냉각장치에서 액체수소가 유출되는 바람에 발사를 연기했다. 이후 지금까지 같은 연료계통 문제로 세 차례 발사를 연기했다. 9월 27일 발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르테미스 계획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하지만 이 계획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20개국의 미래에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언론에서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유인 달 탐사 계획 정도로만 보도하고 있지만 이 계획은 달과 화성을 ‘테라포밍’하기 위한 전 단계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연기가 세 차례 연거푸 있었음에도 계획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계획이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발사체 문제다. 아르테미스 1호를 쏘아 올릴 로켓은 SLS(우주발사체계)다. SLS는 한 종류의 로켓이 아니라 1960년대 아폴로 계획 당시의 새턴 로켓처럼  블록Ⅰ부터 블록ⅡB까지 여러 파생형을 만들 계획이다. 이 로켓을 개발한 곳은 로켓엔진 전문업체인 에어로젯 로켓다인과 보잉·록히드마틴의 합작회사인 ULA로 과거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켓을 거의 대부분 개발·생산한 곳이다. 현용 로켓인 아틀라스Ⅴ와 델타4 헤비도 ULA가 만들었다.

아르테미스에 사용되는 우주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n). /NASA
아르테미스에 사용되는 우주 발사체 SLS(Space Launch Systen). /NASA

SLS는 아르테미스 계획서 사용할 로켓 가운데 하나

이번 발사 연기는 이들이 제작한 SLS 블록Ⅰ 로켓의 액체수소 냉각장치의 이상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우주 로켓을 만들 때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우주선 발사가 몇 달씩 계속 연기되는 경우는 허다했다.

만약 SLS 로켓이 아르테미스 계획에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해도 대안은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현재 지구 공전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는 데 팰컨9이나 팰컨 헤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대형화해서 달까지 보내기 위해 개발 중인 것이 ‘스타십’과 ‘스타십 HLS(인류착륙체계)’다. 발사중량이 각각 1320톤과 500톤이다. 달에 보낼 수 있는 화물도 각각 200톤과 20톤이다.

이 가운데 스타십은 이미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미 공군이 기밀로 분류하는 정찰위성 발사는 물론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의 위성 발사도 도맡을 정도인 스페이스X의 기술력과 신뢰성이라면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즉 ULA와 스페이스X가 아르테미스 계획용 로켓 제작의 양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로켓 발사 연기가 계획 취소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발사 준비 중인 아르테미스 1호는 사람이 타지 않는다. 대신 마네킹을 싣고 있다. 진짜 유인 달 탐사는 2025년부터다. ‘아르테미스 3호’에 남녀 우주비행사를 태워 달에 착륙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2024년부터는 달 궤도를 1주일에 한 번 공전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OP-G)’ 건설을 시작한다.

아르테미스 계획 일정에 따라 이렇게 본격적으로 유인 달 탐사를 시작하게 되면 2028년부터는 달의 남극 지역에 ‘닐 암스트롱 루나 아웃포스트(전초기지)’라는 이름의 달 영구기지를 건설한다. 그리고 2030년에는 달 영구기지의 1차 건설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그 다음 2차 계획부터가 더 중요하다. 달에 ‘루나 게이트웨이 물류 서비스(GLS)’라는 기지를 만들어 ‘루나 게이트웨이’를 함께 활용해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는 데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달 기지와 달 궤도 우주정거장에는 꾸준히 물자를 보내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1세기 미국의 유인 달 착륙 및 탐사 계획이다. 유사한 계획이었던 선스텔레이션 계획이 취소된 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달 탐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며 프로그램을 재입안하며 탄생하였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21세기 미국의 유인 달 착륙 및 탐사 계획이다. 유사한 계획이었던 선스텔레이션 계획이 취소된 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달 탐사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며 프로그램을 재입안하며 탄생하였다.

2025년 ‘아르테미스 3호’ 때 유인 달 탐사 예정

이때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은 단순한 유인 달 탐사가 아니라 달의 ‘테라포밍(외계행성 환경을 지구처럼 만드는 것)’과 화성 유인 탐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이 때는 스페이스X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간 분야에서 화성 유인 탐사를 추진 중인 곳은 스페이스X뿐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나오기 전 스페이스X는 2024년부터 화성 탐사를 시작하려 했다. 이를 위해 스타십을 활용해 한 번에 100명 씩 우주여행을 시켜주는 관광상품도 팔려 했다. 

지난해 5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서 8일 동안 머문 뒤 귀환하는 여행 상품이 팔렸다. 1인당 지불한 금액은 5500만 달러(약 764억 원)이었다. 스페이스X가 판매하려 했던 것은 ISS 숙박 상품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수십억 원을 내고 우주에서 하루 밤을 보내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으로 미뤄보면 수익성은 분명히 있다. 

스페이스X는 이를 통해 자본과 기술을 축적한 뒤 화성 유인 탐사를 시작하고 그 여세를 몰아 2050년까지는 화성에 아예 도시를 짓는다는 구상을 세웠다. 스페이스X는 이를 위해 ‘스타십’과 ‘수퍼헤비 부스터’, 지구 궤도상에서 ‘스타십’에 연료를 공급할 ‘스타십 탱커’ 같은 비행체들을 개발 중이다. 

물론 스페이스X의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당초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자본 축적을 위해 시작하려 했던 우주여행 상품 판매는 계속 연기되고 있다. 스타십 개발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은 당초 2024년에서 다시 2026년으로, 다시 2029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지난 3월 스페이스X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화성 유인 탐사 시기는 2029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화성 탐사용에도 사용할 스타십이 기대만큼 빨리 개발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를 두고 해외 과학전문지들은 “스타십의 시험 비행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우주로는 쏘아 올리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말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스타십의 엔진 개발이 늦어지면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스페이스X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그윈 숏웰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숏웰은 “인류는 곧 달에도 다시 갈 예정”이라면서 “우리는 10년 안에 화성 표면에 인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숏웰은 “이를 위해서는 화성 표면까지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발사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면 사람들이 점점 더 화성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5~6년 안에 사람들이 실제로 화성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를 현재 개발 중인 스타십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CNBC 등에 따르면 스타십은 당시 궤도 비행 테스트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스페이스X, 화성 유인탐사 2024 → 2026 → 2029년으로 연기

스타십을 얹은 ‘슈퍼 헤비’ 로켓은 발사 지점에서 32킬로미터 떨어진 멕시코 만에 착륙하고 스타십은 지구 궤도를 돌다가 하와이 해안에 착륙한다는 비행 계획이다. 스타십 시험 비행이 성공하면 인류의 달 탐사는 물론 화성 탐사 또한 좀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이처럼 아르테미스 계획과 스페이스X의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당초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한 나라는 미국을 필두로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콜롬비아, 싱가포르, 바레인, 루마니아, 이스라엘, 멕시코, 폴란드, 브라질,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호주, 캐나다, 일본, 이탈리아, 영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룩셈부르크, 한국 이렇게 21개국이다.

이 약정과 별개로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진행 중인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즉 아르테미스 계획 자체가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하는 서방의 우주개발계획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발전도나 기술적 성숙도, 국력,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 우주개발을 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아르테미스 계획의 약정국가로 참여한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 임혜숙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미국 NASA와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협력 원칙에 참여하기 위해 서명했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우주 탐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우주 개발이 중요하다”며 “이번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통해 우주 탐사 협력이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임 장관의 기대감처럼 우리나라가 지난 8월 초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쏘아 올린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가 ‘아르테미스 1호’의 달 탐사를 안내하게 됐다. 다누리호의 참여가 우리나라의 아르테미스 계획의 끝이 될지 아니면 시작이 될지는 이제 우리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특히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한 민간 기업들 면면을 보면 한국 기업들의 분발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NASA가 2019년 5월 공개한 아르테미스 계획 세부 사항에 따르면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로켓 랩, ULA, 시에라네바다, 세레스 로봇, 노키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까운 일본만 해도 향후 유인 달탐사용으로 사용할 월면차 개발을 위해 대기업들끼리 협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지난 16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주도로 개발 중인 유인 월면차에 사용할 연료전지 시스템의 개발에 혼다가 참여하기로 했다. 

NASA의 SLS 대안으로 모색되는 일론 머스크의 SPACE X 발사체
NASA의 SLS 대안으로 모색되는 일론 머스크의 SPACE X 발사체

윤석열 정부, 항공우주청 설립 등 우주개발 지원 의지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도요타 자동차가 개발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혼다도 참여하게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JAXA와 도요타 자동차, 혼다가 함께 개발하는 월면차는 2029년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과거 아폴로 계획 때와 달리 마이크로버스 2대를 합친 크기이며 한 번의 연료 주입에 10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이처럼 아르테미스 계획에 매우 적극적으로 달려 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석열 정부는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 대통령실은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촘촘한 우주개발 전략을 수립 즉시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며 해당 로드맵에는 차세대 발사체, 달착륙선, 달 지상 탐사 로봇 기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2031년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고, 개발 예산을 2023년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달착륙선은 2024년 개발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미래 세대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고, 우주기술 확보와 우주경제 주도를 목표로 구체적인 전략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50여 년 만에 달 탐사 경쟁이 다시 벌어지면서 우주 개발이 경제적·안보적 가치를 총망라하는 국력과 국민 자긍심의 상징이자 실체로 부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우주 개발 전략과 로드맵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귀 담아 들을 만한 이야기가 지난 8월 29일 중앙일보에 실렸다. 해당 보도에서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했다는 것을 두고 “미국 편에 섰다는 의미”라며 “실익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략적인 참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한택 강원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두고 “우주조약은 우주의 자원을 특정국가가 전용할 수 없도록 했는데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국제 공역의 개념에서 우주자원 채취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에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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