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핵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카드일까
심층분석 핵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카드일까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2.11.0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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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지난 10월 8일(이하 현지시간) 폭발 사건이 일어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술핵을 비롯해 전방위적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국제회의에서 “더 이상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불필요하다”고 말해 누그러진 분위기를 보였다. 그 사이에 나토 국방장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을 사용할 경우 나토도 참전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지만 이것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파사건을 우크라이나 테러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파사건을 우크라이나 테러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지난 1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제6차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줄일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크림대교 폭발 사고 이후 러시아가 10일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자행한 것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며 “더 이상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현재로서는 불필요하다. 추가 군사동원 계획도 없다”고 이 자리에서 밝혔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측이 주장하는 전술핵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은 “나토군과 러시아군의 어떤 직접 충돌도 세계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나토 간의 무력충돌은 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통신은 “전쟁이 8개월째 접어들면서 푸틴의 어조가 다소 누그러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완전히 누그러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휴전협상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대화에 대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3월 튀르키예(터키) 중재로 열렸으나 무산된 휴전협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이스탄불 합의가 거의 실행될 수 있었지만 러시아군이 물러나자 우크라이나가 마음을 바꿨다”고 주장, 전쟁이 이어지는 원인을 여전히 우크라이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또한 “우크라이나 침략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은 유쾌하지 않지만 우리가 공격하지 않았다면 우리 상황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러시아)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약간 누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그 전날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온 발언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CNN은 “지난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거의 확실하게 수많은 동맹국은 물론이고 나토 자체의 물리적 대응을 초래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나토가 사실상 참전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13일 프랑스 AFP 통신은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아카데미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 고위 관계자들이 한 발언을 소개했다. 

10월 8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가 폭파되어 끊겨 있다.
10월 8일(현지시각)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가 폭파되어 끊겨 있다.

나토 국방장관 회의 “러, 전술핵 사용하면 나토 참전”

호세프 보렐 EU 외교장관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관련해 “푸틴은 자기가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서 “글쎄, 그는 허풍을 떨 처지가 아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사람들, EU와 미국과 나토 역시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면서 푸틴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보렐 외교장관은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그 어떤 핵공격이든지 간에 (그런 일이 생기면) 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군은 전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또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수준의 나쁜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 국방장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소형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또한 ‘중요한 선’을 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자위는 돕겠다”면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가할 경우 나토가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공격을 하겠다는 위협은 지난 2월 침공 이후부터다. 하지만 최근 10월 들어서부터 핵공격 위협 수위가 달라졌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러시아의 핵사용 가능성을 두고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처음으로 핵 아마겟돈(종말)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상원의원 선거대책위원회 만찬에서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내가 꽤 잘 아는 사람인데, 그가 전술핵이나 생물무기 또는 화학무기를 말할 때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이 수세에 있기 때문에 핵공격 위협은 현실적”이라며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아마겟돈으로 끝나지 않게 할 능력 같은 것은 없다“며 러시아를 향해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겟돈’을 언급한 지 이틀 만에 크림대교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10일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자행하자 핵전쟁 공포는 극심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핵공격 가능성에 불안을 느껴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림대교 폭발을 보고 기뻐했던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 보복이 앞으로 핵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침공 직후 시작된 러의 핵공격 위협 … 크림대교 폭발로 급격히 고조

신문은 그러면서 “미국 등 서방을 필두로 러시아가 국지적으로만 영향을 주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런 불안감은 키이우처럼 전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일부 국민들은 자신들의 집을 개조해 지하 방공호를 만들고, 지자체에서는 핵공격 시 방사선 피폭을 줄여주는 요오드화칼륨 알약을 배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문이 만난 일부 키이우 시민은 “핵전쟁 대피 요령 등을 찾아봤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었다”며 극심한 무력감을 호소했다. 

키이우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등교 때 비상용 배낭을 준비하라는 권고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학교 측은 비상용 배낭에 라텍스 장갑, 우의, 손전등, 물티슈 등 핵전쟁 시 방사능 낙진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물품을 채워 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미국 등 나토 회원국의 핵전쟁 우려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러시아는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지도자들이 매일 ‘핵전쟁’ 관련 발언을 하는 것은 도발적이고 해롭다”며 ‘핵공격 가능성’은 러시아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 서방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그러면서도 핵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만 ‘레드라인’은 아직은 현실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으로 잡았다. 이날 알렉산드르 베네덱토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혹시라도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아이마스 다연장 로켓.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혹시라도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아이마스 다연장 로켓.

나토와 러시아 각각 10월 핵전쟁 연합훈련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서방과 러시아 국민들도 긴장케 하는 것은 나토와 러시아의 핵전쟁 연합훈련 일정이다. 두 훈련 모두 연례적으로 실시하지만 시기가 미묘하다보니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10월 말 핵전쟁 훈련인 ‘그롬’을 실시한다. 통상 매년 10월에 실시하는 그롬 훈련에는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을 동원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올해 2월에도 그롬 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우려를 인식한 듯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러시아가 이달 말 실시하는 ‘그롬 훈련’은 매년 하는 훈련”이라며 “러시아가 과거에도 통상적으로 해온 훈련 범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의 성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 13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핵전쟁 훈련을 실시했으며 3000명 이상의 병력과 300대 이상의 차량이 참가했다”면서 그롬 훈련 이전부터 러시아가 핵전쟁 연습을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나토 또한 핵전쟁 연습을 한다. 나토는 17일부터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훈련은 핵전쟁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훈련으로 1주일 동안 진행한다. 실사격 훈련은 하지 않지만 나토 미군기지에 있는 전술핵무기 운용 연습도 포함돼 있다. 

나토에 따르면 올해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은 러시아에서 1000km 떨어진 곳에서 진행한다. 14개 회원국에서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을 보냈다고 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이번 훈련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일정을 잡았다”며 “전쟁 때문에 이를 취소하는 것은 외부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핵무기 사용에 관한 러시아 측의 발언을 두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위험하고 무모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러시아에도 분명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의 그롬 훈련을 두고서는 “우리는 러시아의 훈련을 매우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그동안 은폐한 핵위협과 위험한 발언과 관련해 조금도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의 긴장과 위협, 조금은 누그러진 푸틴의 발언 수위 등은 핵전쟁 위기를 조금 낮춘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외신들과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수준에 따라 긴장이 극도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지난 6월부터 M412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과 다연장로켓(M270 MLRS)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모두 16문의 M142 HIMARS를 지원했고 조만간 4문을 더 보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80km 남짓인 HIMARS를 잘 활용해 러시아군의 탄약고를 집중 타격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군의 포격이 확연히 줄었다. 또한 러시아군의 특수부대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운영하는 민간군사업체 ‘와그너 그룹’에도 정밀 타격을 실시해 큰 피해를 입혔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주장에 따르면 HIMARS 공격을 두려워한 러시아 군인들의 탈영이 줄을 잇고 있다. 

美, ATACMS 지원하면 전쟁 확산될 수도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강력한 무기를 지원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바로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ATACMS다. 우리나라도 보유하고 있는 ATACMS는 사거리 300km의 미사일이다. ATACMS는 넓은 면적에서 인명 살상이 가능하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독일로부터 지원받은 HIMARS와 MLRS로는 러시아가 점령한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의 전장까지만 공격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ATACMS를 갖게 되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해진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ATACMS 지원 요청을 몇 달 째 거절하고 있다. 

지난 6일 뉴욕타임스는 “ATACMS 지원 문제로 인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이 이미 보낸 무기로도 크림반도 대부분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의 ATACMS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는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에 ATACMS를 지원하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백악관이 지원을 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가 ATACMS를 계속 요구하는 이유는 향후 러시아에 대한 반격 수단 확보도 있지만 미국의 지지 약속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ATACMS를 주면, 이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의 주요 목표물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그동안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을 자제했던 푸틴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생각해 나토 회원국까지 공격하거나 전술핵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 미국의 우려하고 전했다.

즉 미국이 ATACMS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경고한 ‘핵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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