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온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넷제로숲은 미래가 남긴 유산”
심온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넷제로숲은 미래가 남긴 유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2.11.02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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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생명 유지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왔다. 문명은 그러한 자연의 도움 없이는 처음부터 탄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루소가 성찰했듯이 인간은 문명으로 인해 고통받고 억압받는 ‘도처의 사슬’에 엮여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연과 문명은 이제 소통과 화해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1세기 문명의 화두가 되었다.

일산에서 양봉을 하는 농업법인 온스비의 심온 대표는 한때 고양시에서 주목받던 무소속 재선 시의원이었다. 그가 제도권 정치에 환멸을 겪고 꿀벌 집사(?)로 전업한 것은 대략 10년 전, 숱한 시행착오와 연구 끝에 심 대표는 우수한 국내 숙성꿀 국제인증을 득했다.

“막연히 좋을 거라고 생각만 했는데 막상 연구 결과를 수치로 받아보고 놀라기도 했고 뿌듯했죠. 우리 농장에서 생산된 꿀이 세계적인 품질이라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이 됐으니까요.”

심 대표는 지난해 1월 식품성분 분석 국제공인기구인 한국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온스농장 완숙꿀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12.980mg/100g에 달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는 세계 최고품질로 평가받는 뉴질랜드산 마누카 꿀의 함량인 1.468±0.126mg/100g에 비해 무려 9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플라보노이드는 폐놀계 활성산소 억제 물질로 벌꿀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을 비교하는 척도로 꼽힌다. 항산화물질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 벌꾼에게 벌어진 황당한 사건

그런 그에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키우던 벌들이 반을 넘게 사라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처음에는 농약 때문인가 생각해 봤지만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특이하다고 할 만한 급격한 환경 변화도 없었어요.

그러다 알게 된 것은 이곳 일산에서 도심의 확장으로 숲이 사라지는 현상이 양봉축산에 파국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심 대표는 도시 주변에서 숲이 사라지면 벌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되고, 벌들이 타격을 입으면 과수원과 채소, 원예 농장들의 작황이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수와 원예농업의 90%는 꿀벌에 의해 수정되기 때문이다.

“꿀벌은 환경지표 생물입니다. 잠수함의 카나리아가 산소 부족의 위기를 알리듯이 꿀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와 공기, 결국 환경에 다가오는 위기에 경고를 알리는 그런 척후병과 같은 존재죠.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는 결국 우리 인간들의 지속가능한 삶에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신호와 같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의 미래가 위험하다는 것이죠.”

심 대표는 이를 계기로 탄소넷제로(Net-Zero)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탄소넷제로란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 배출원이 배출한 만큼을 흡수원이 다시 흡수하도록 해서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zation)’이라고도 한다.

“고양시가 특례시로 승격되고 이제 일산을 중심으로 1기 신도시 재개발이 추진될 때 반드시 충분한 도심숲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와 같이 콘크리트 아파트 숲을 만들어서라도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죠. 인구 변화나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마침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어서 이 아젠다를 정파를 초월해 각 당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공약으로 확답받기 위해 정신없이 뛰었어요.”

일산에서 싹튼 탄소중립 생명숲 운동

심 대표는 막연하게 탄소넷제로숲 운동을 전개한 것이 아니었다. “탄소넷제로숲을 만들려면 대상지가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마침 고양시에는 킨텍스와 일산테크노밸리 사이 49만5000㎡(약 15만 평)의 시유지가 있습니다. 해당 시유지는 현재 개발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예요.

북으로는 킨텍스, 남으로는 일산테크노밸리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JDS 아파트 개발지구, 동쪽으로는 영상미디어밸리·장항택지지구 등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고양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제로 생태숲 조성 고양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최근 킨텍스 인근 개발유보지에 탄소제로 생태숲을 조성하기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도 시작했죠. 한마디로 뉴욕에 있는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숲을 일산에 만들자는 것입니다.”

벌꾼 심 대표는 현재 이 탄소제로숲고양네트워크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양시새마을회와 업무협약 MOU도 체결한 상태다. 개인과 단체, 전문가 모두에게 참여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심 대표는 과거의 관주도식 운동으로는 안 된다고 못박는다.

“도심숲 지정은 과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인 관치행정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부터 행복해야 하잖아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여기에서 다들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죠?

일산에 대규모 건물시설들을 지어 주민 편의와 복지에 기여하겠다는 관주도의 생각이 과연 일산에 사는 시민과 주민들의 행복할 권리에 부합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산의 탄소넷제로숲은 이에 경합하는 시민주도 편의와 복지 수요인 것이고 이런 문제는 시민들의 참여와 의지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심 대표가 추진하는 탄소넷제로숲의 경제성은 어떨까. 환경을 이유로 개발에 반대하는 기존의 진보 논리가 갖는 타성의 연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킨텍스 부지와 같은 시유지는 공공재다.

그러한 공공재를 더 많은 개발이익에 투자하지 않고 탄소제로숲으로 만든다는 것은 자원의 낭비가 아닐까. “그런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재든 사유재든 모든 재화는 결국 가치를 주는 재화가 아닙니까. 그래서 재화를 Goods라고 하죠. 효용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효용의 선호도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재화의 가치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서 헤매는 사람에게는 다이아몬드보다 생수 한병이 더 가치가 높은 것이고 백화점 쇼핑하는 여성에게는 생수 100병보다 다이아몬드 하나가 더 가치 있겠죠. 하지만 백화점 쇼핑객이 만일 내일 저 사하라 사막에 던져져 언제 구조될지 모를 운명이라면 그 쇼핑객이 과연 다이아몬드를 선택할까요, 아니면 생수 1병이라도 더 챙기려 할까요. 당연히 다이아몬드보다 생수를 더 많이 챙기는 것이 현명한 것이죠. 우리는 그런 행위를 ‘투자’라고 합니다. 탄소넷제로숲도 그런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가치재’라는 개념인 것이죠.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합리적이고 자본주의 경제논리에 충실한 미국에서 왜 뉴욕이라는 그 금싸라기 땅에 거대한 센트럴파크를 지었겠습니까. 바로 미래를 위한 가치재 투자였던 것이죠. 이제 우리 한국도 그런 선진국형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생명나무

심 대표는 센트럴파크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전개했다.“뉴욕의 센트럴파크 남쪽 끝은 뉴욕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뉴욕시청이 소재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 지역인 5번가에 맞닿아 있기도 하죠.

대기업들과 회사들의 고층 건물들 그리고 음악관 및 미술관 등이 밀집해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그 가치가 높은 땅이겠습니까. 그런 맨하튼의 알짜배기 땅을 합리적인 미국인들이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공원숲으로 만들기로 했을 때 생각한 것은 ‘도심에서 자연으로 최단시간 탈출’이라는 옴스테드의 설계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때가 1856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산업혁명이 불꽃처럼 타올랐을 때고 자유주의, 개인주의와 사유재산에 대한 열정들이 지금 우리 한국보다 한 백배는 더 지배적인 사회이념이었을 때였어요. 그런 때에 뉴욕의 도심에 거대한 자연을 들여놓는다는 생각을 했다는 겁니다. 이들이 진정한 자유주의자들이고 진보적 사유의 합리적 지성들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공공재산이라면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어야 한다는 그런 철학이 있었던 것입니다.”

심 대표는 이어 탄소넷제로숲이 사유지에도 이익을 준다고 말한다.“현재 우리 관치 시스템은 그린벨트나 도심의 녹지보존을 위해 공원부지를 지정합니다. 그러다보니 개인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를 당하죠. 그린벨트에 묶이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엇을 보상해 주는 것도 아니죠. 그린벨트는 그냥 녹지로 방치됩니다. 탄소넷제로숲은 이런 사유지들에 수익창출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탄소넷제로는 탄소배출권과 함께 앞으로는 탄소흡수량을 사고파는 유동화된 증권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이용하면 그린벨트로 묶인 지주는 정부의 지원으로 탄소흡수 숲을 조성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탄소흡수권을 기업에 팔 수 있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기업들이 ESG 경영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수용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제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들에도 확산될 겁니다. 국제적 흐름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탄소넷제로숲은 미래에 공익과 사익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상생하는 보완재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공원부지나 그린벨트에 묶인 지주는 자신의 땅을 넷제로숲으로 조성하고 이로부터 숲의 관리나 보존비용을 국가로부터 받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탄소흡수권은 기업에 판매가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탄소넷제로숲은 일자리도 만들어 내죠. 숲에서 길러지는 과일이나 버섯과 같은 부산물들과 꿀을 딸 수 있는 수목들을 심으면 양봉업과 동업도 가능합니다.

교육을 위한 생태체험, 숲지도사와 같은 일자리들도 생겨납니다. 지금처럼 국가가 일방적으로 사유재산권을 제약하는 정도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산의 시유지를 탄소넷제로숲으로 그 모범을 보이면서 이를 사유지 선택에 적용하기 위해 탄소거래 인프라들과 새로운 친환경 일자리 창출의 허브로 많은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죠.”

심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사실 과장이 아니다. SK케미칼은 204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할 경우 연간 절감 비용 누적액이 약 9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40년 기준 에너지 및 탄소비용을 분석한 결과 현재 수준의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보다 탄소중립을 달성할 경우 약 1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전략으로 SK는 그룹 차원에서 ‘생명나무’켐페인을 전개하고 있기도 하다. 

“탄소넷제로숲의 경제성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 탄소넷제로숲은 단순히 녹지를 늘린다는 개념이 아니라 탄소흡수원인 나무를 심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나무들은 이제 저 외딴 산골에 심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심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차원에서 목재로부터 얻는 경제적 이익도 상당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목조건축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건축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탄소 저장 소재인 목재를 핵심 건축재료로 쓰는 데다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철근·콘크리트 등 다른 재료보다 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어서죠.

제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를 봤는데 약 30평의 목조건축을 조성하면 총 40톤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분량은 약 1200평 면적의 소나무숲이 6년 6개월가량 흡수하는 양과 같습니다. 

최근 일본을 비롯해 영국, 호주, 미국등에서 목재건축 붐이 일고 초고층 건물들에 목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목재 건축물에 대한 세금감면과 탄소흡수권 판매가 가능해질 거라는 것이죠. 결국 친환경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적 수단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탄소중립넷제로가 일산의 도시 가치 키울 것

심온 대표는 결국 탄소중립을 위한 넷제로숲이 일산에 조성되면 일산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상승하고 주택 가치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앞으로는 거주환경이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거라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대표는 이 모든 자신의 탄소넷제로숲운동이 결국 꿀벌을 치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말한다.“누구나 다 자신을 위해 일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저는 벌꾼이에요. 한때 제도권 정치에 몸담기도 했지만 생업으로 벌치는 벌꾼을 해보니 정말로 삶의 현장에서 필요한 정치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거죠. 결국 정치는 사람들이 현실과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벌들이 사라지면 과수원과 농업이 사라지고 대한민국의 경제도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벌을 키우고 벌들로부터 먹고 살아가는 저의 생업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저의 생업이 사라지면 저의 직원들도 사라지고, 저와 거래하는 이들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일이 저에게만 일어나겠습니까.”

심 대표는 자신의 탄소넷제로숲 운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10년에 걸쳐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이제 막 빛을 보려는 대한민국 최고의 숙성꿀이 벌들이 사라져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다시 설탕꿀로 돌아가는 것만은 막고 싶다고 했다. 

아담 스미스는 ‘신중한 사익의 추구가 공익을 만든다’고 했다. 어쩌면 진정한 공공선은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거나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온스비 벌농장의 벌꾼 심온 대표같이 자기 일에 직업으로서의 소명과 기업가정신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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