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고교 한국사 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논단] 고교 한국사 개정안 이대로는 안 된다
  • 박명수  서울신대 명예교수·우남네트워크 공동대표
  • 승인 2022.11.28 0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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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은 대한민국이어야  

교육부는 지난 8월 발표한 2022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시안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11월 9일 개정안으로 발표했다. 교육부가 새롭게 발표한 개정안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이전 시안과 구별되고 있다. 

첫째, 3·1운동에 관한 설명이다. 시안에는 3.1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다양한 독립운동’만 언급되어 있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3.1운동만이 아니라 임시정부 헌법과 연결시켜 대한민국 건국을 이해하도록 했다. 

둘째,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 인민민주주의국가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비춰 보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나라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점이다.

셋째,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했다. 이것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공산주의의 위협을 극복하고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필자는 위의 세 가지 요소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 요소라고 생각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기원이며, 1948년 광복절은 대한민국의 탄생이고, 6.25전쟁은 대한민국의 수호이다. 하지만 현 교육과정 개정안은 세 가지 요소를 그냥 나열할 뿐 이것이 갖고 있는 한국사적인 의미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개항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을 키워드로 해서 어떻게 우리 민족이 유교적인 봉건사회를 극복하고 서구문명을 수용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위해 다음의 몇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선명하게 해야 한다. 본 교육과정은 전근대사가 군주제도, 자급경제, 신분제도, 유교 중심의 사회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렇다면 근현대사는 민주제도, 자유무역, 평등사회, 전통적인 불교와 새로운 기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사회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개항기의 역사를 서구제국주의의 침략과 국권 수호라는 틀이 아니라 서구근대문명의 유입과 새로운 시민의식의 성장이라는 틀로 바꿔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바로 개항기에 들어온 근대시민의식이 성장하고 발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역사를 위해서는 의병운동이나 동학운동보다는 조미조약, 갑신정변, 갑오개혁 그리고 독립협회와 같은 것들이 개항기의 중심 주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여러 독립운동의 성격을 분명하게 해서 그 지향점을 밝혀야 한다. 일제시기 한반도에는 두 가지 방향의 독립운동이 있었다. 하나는 3·1운동과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려는 세력과 볼셰비키 혁명을 따라 인민공화국을 만들려는 세력이다. 이들은 일본에서의 독립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지만 어떤 국가를 세울 것인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3·1운동의 정통성을 계승하려는 세력이 세운 나라이다.

넷째, 1948년 남한에 세워진 대한민국은 그 당시의 현실에 비춰 볼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역사 교과서는 왜 우리가 통일국가를 건설하지 못하고 분단되었는가에 관심을 두며 분단 책임은 미국과 이승만에게 뒀다. 하지만 이미 북한에 실질적으로 공산국가를 건설된 상황에서, 남한에 먼저 민주정부를 튼튼하게 세우고, 그 다음에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기초한 통일을 추구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 6·25전쟁을 통해서 사람들은 대한민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고, 유엔의 참전으로 인해서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1948년 세워진 대한민국은 아직 그 성격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6·25전쟁을 통해서 사람들은 공산주의를 체험하게 되었고, 이런 경험을 통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갔다. 아울러 유엔의 참전을 통하여 대한민국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었고, 한미동맹을 통하여 미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게 되었다.

유교 봉건사회 극복하고 서구문명 대한민국으로 발전한 역사를 설명해야

여섯째, 60년대 이후 우리가 이룩한 민주화와 산업화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초로 하여 세워졌다. 4·19혁명과 6월항쟁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으로 돌아가려는 운동이었고, 박정희 정부와 그 후 신군부가 이룩한 경제 발전은 개인의 재산권 보호와 자유무역의 기반 위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박정희시대의 산업화가 민주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으로 돌아가 민주사회를 건설하려는 국민의 강력한 의지가 없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렵다.  

일곱째, 80년대 후반 진행된 공산권의 붕괴는 1948년 남한이 자유민주국가를 선택한 것이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며, 동시에 6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은 88올림픽을 통하여 우리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가 만든 새로운 상품을 공산권에 수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되어 저개발국가가 본받고자 하는 국가가 되었다.

필자는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은 대한민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기원, 탄생, 시련, 발전 그리고 오늘의 과제를 밝혀야 한다. 역사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나’를 알기 위함이라면 한국 근현대사의 목적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역사교육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적인 헌법질서 아래 하나의 통합된 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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