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에서 개최되는 가장 큰 다국적 연합 공군훈련 피치블랙 2022 (Pitch Black 22)가 지난 8월 19일부터 9월 8일까지 있었다. 필자는 이번 훈련을 취재하며 공중급유기가 대거 참가한 훈련 내용과 미래를 분석해볼 수 있었다. 호주 북부 다윈공군기지(RAAF Darwin)와 틴달공군기지(RAAF Tindal)를 중심으로 열린 피치블랙 훈련은 호주 공군이 주관했다. 미 공군과 미 해병대, 프랑스 공군, 독일 공군, 일본 항공자위대, 싱가포르 공군 그리고 우리 공군이 처음으로 참가하는 등 11개국에서 약 100대의 전투기와 2500명의 병력의 가장 큰 규모로 재개됐다. (호주 노던테리토리주 다윈과 캐서린이 있는 지도의 위로 튀어 나와 있는 지역을 Top End라고 매우 건조한 중심부인 노던테리토리의 남부 사막 지대는 '레드센터'라고 부른다.)
팀 알솝 호주 공군사령관은 “피치블랙 22 훈련을 통해 호주 공군과 동맹국 및 우방국이 협력하여 상호 운용성 전술 및 절차를 공유하며 연합전력의 전투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2년 훈련은 참가국들의 공대공 급유(AAR) 능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실시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세력 확장에 공동 대응하는 연합군의 고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훈련에 최소 7대의 에어버스 A330 다목적 급유수송기가 각국 공군에서 참가했고 일본에 배치되어 있는 미 해병대 KC-130J 허큘리스 급유기도 2대가 파견돼 대규모의 전투기들이 매일 장시간 전투비행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록적으로 많은 급유기들로 인해 피치블랙에 참가한 각국 전투기들은 각각의 임무를 완료하는 데 충분한 연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7개국에서 온 9대의 급유기들은 820톤이 넘는 제트 연료를 급유함으로써 과거 피치블랙 훈련에 비해 거의 3배에 달하는 공중급유를 수행했다. 86비행단 브렌트 테일러 대위는 이번 급유훈련은 피치블랙 훈련 중 가장 대규모였다며 호주 혹은 세계 다른 장소에서 열린 훈련에서 이보다 많은 급유기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11개국 100여대 전투기 동원
호주 공군은 피치블랙 훈련에 급유기들이 집중돼 호주 공군 KC-30A 인력뿐 아니라 훈련에 참가한 각국 급유기 인력들과 임무 조율 경험을 쌓고 외국 상대와 교전하고 협력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서 호주에 급유기를 전개한 국가는 인도 태평양에서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전투기의 비행시간을 연장하는 공대공 급유 능력 강화가 공군 전력 전개에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했다.
약 111톤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7대의 에어버스 A330 다목적공중급유기(MRTT. Multi-Role Tanker Transport)와 2대의 미 해병대 KC-130J 허큘리스가 각각 약 25톤의 급유 연료를 탑재하고 훈련을 지원했다. 다윈기지에 영국 공군 보이저 MRTT, 싱가포르 공군 MRTT 및 NATO 연합의 다국적 MRTT 함대(MMF)가 배치돼 임무를 수행했고 틴달기지에는 호주 공군 KC30A와 미 해병대 KC130J 급유기 2대가 배치됐다. 처음으로 KC-330 시그너스 MRTT를 파견한 한국 공군을 비롯하여 호주 공군 KC30A, 프랑스 공군 피닉스 MRTT는 멀리 호주 동부의 앰벌리 기지에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했다. 각 임무 동안 급유기들은 일반적으로 훈련이 실시되는 공역의 가장자리에서 2만4000피트 고도를 시속 600km 이상으로 경마장 코스 같은 선회비행을 하며 급유 임무를 했다.
호주 공군 EA-18G 그라울러, 미 해병대 F-35B, 프랑스 라팔 및 독일과 영국의 타이푼, 인도 공군의 Su-30 전투기의 경우 ‘호스 앤 드로그’로, 호주 공군 F-35A, 한국, 싱가포르 공군의 F-16 및 F-15과 일본 자위대의 F-2 전투기는 ‘붐’ 방식으로 급유를 수행했다. 호주 북부의 탑 엔드(Top End) 지역 상공에서 급유기들은 임무 수행 목표로 비행하는 타격 전투기에 사전 급유를 하고 또한 임무 수행 후 복귀하는 도중에 급유가 필요할 경우에도 지원한다.
피치블랙 22 훈련에서 일반적으로 오전부터 정오 전후, 그리고 오후부터 야간 비행을 포함하여 각 훈련시 4~5대의 MRTT가 공중급유에 참가했다. 33비행대의 KC-30A 조종사인 니콜라스 바네스 중위는 “급유기 전개와 운용을 위한 비행계획 수립은 복잡한 조정이 필요하다. 3개 기지에 급유기를 배치하는 간단해 보이는 계획조차 큰 작업이었다. 사전 계획과 조정이 잘 반영되어 3개 기지에 급유기를 훈련에 투입하면서도 더 나은 훈련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 훈련에 참가한 에어버스 MRTT들은 4가지 다른 버전으로 각 임무에 대한 지원 계획 작업이 매우 복잡했다. 영국 공군 MRTT는 급유 붐이 없고 대한민국 공군 MRTT는 호스 앤 드로그가 없다. 바네스 중위는 "기술적 호환성에서 법적 및 재정적 고려 사항에 이르기까지 급유기가 전투기에 연료를 보급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각 공군마다 다르고 이는 단순히 급유기를 호환하여 운용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라고 말했다. "이 급유기들을 배치하고 투입할 때 쉬운 점은 7대의 MRTT가 사용 가능한 연료를 급유하는 측면에서는 매우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급유기 승무원들이 과거 함께 작전할 기회가 없었던 외국 전투기들에 연료를 급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앰벌리 기지에서 호주 공군 33비행대는 프랑스 공군과 대한민국 공군의 급유기들이 배치되면서 상호운용성을 확인할 기회를 가졌다. 여기에는 유지 관리, 물류 및 운영 지원을 포함하여 모든 수준에서 양국과 임무 수행을 하는 것이 포함됐다. 프랑스 공군은 주로 호스 앤 드로그 급유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호주 공군의 C-17A, E-7A, KC-30A, P-8A 같은 대형 기체에 붐을 통한 급유를 연습할 기회가 없었지만 피치블랙 훈련을 통해 대형기의 승무원과 연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A330 다목적공중급유기 훈련에 처음 참가
한편 NATO가 풀제로 운영하는 A330 MRTT가 해외 훈련에 처음 참가한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6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MRTT 함대(MMF)는 2024년까지 9대의 A330 MRTT를 배치할 예정이며 벨기에가 두 번째 A330을 주문하면 총 10대의 A330 MRTT로 구성될 계획이다.
이 급유기들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공군 기지에 5대가 배치되고 나머지 4대는 독일 쾰른에 있는 전방 작전 기지에서 운용된다. 9번째 급유기는 2024년 여름에 인도될 예정이다. 풀제로 운용할 10대의 항공기는 네덜란드에 등록되어 있지만 NATO가 소유하며 참여 국가들은 연간 비행 시간에 제한이 있다. 네덜란드 2000시간, 독일 5500시간, 벨기에 1000시간, 룩셈부르크 (1200시간, 노르웨이 100시간, 체코 100시간이다.
A330은 급유 임무 외에 병력과 화물 운송 및 의료 후송에도 사용된다. 267명의 승객과 45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고 부상자를 수송하기 위해 6개의 중환자실과 16개의 들것을 갖춘 비행 의무실로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다. 에어버스 A330 MRTT는 상용 여객기인 에어버스 A330을 기반으로 개발된 유럽의 공중급유 및 군용 수송이다. 총 16개국에서 약 68대의 확정 주문을 받이 가장 많은 국가에서 운용 중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주문된 급유기는 보잉 KC-46A로 미 공군이 179대를 주문할 예정이고 이스라엘이 8대, 일본이 4대를 주문 중이다. 미 공군에 제시된 A330 MRTT 파생형 EADS/노스롭 그루먼 KC-45는 ‘아메리카 퍼스트’로 폐기됐지만 차기 급유기 사업에 재도전하고 있다. 2022년 8월 31일 기준 총 66대의 A330 MRTT가 전 세계 공군으로부터 주문됐고 NATO의 다국적 MRTT 함대가 발주한 9대 중 7대를 포함해 54대가 인도됐다.
다음은 각국의 공중급유기 발주·운용 내역이다.
△호주 공군 중고 여객기를 개조한 2대 포함 7대 인도받아 33비행대에서 운용
△브라질 공군 2대 주문
△캐나다 공군 2022년 7월 2대를 주문했지만 정식 계약 체결 전
△프랑스 공군 12대 주문했고 7대 인도 받음
△NATO MMF 9대 발주
△사우디 왕립 공군 6대 인도받아 24비행대 운용
△싱가포르 공군 6대를 인도받아 112 전대에서 운용
△대한민국 4대 인도받았고 5항공기동단에서 운용
△스페인 3대 주문
△아랍에미리트 공군 3대 인도받았고 2대 주문
△영국 14대 인도받았음. KC2 7대, KC3 5대, KC3로 2대 AirTanker Services가 소유하고 영국 공군은 리스료 지불 방식으로 공중급유기 운용
비록 이번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C-330은 우리 공군의 KF-16C/D 블록 70에만 공중급유를 하며 타국의 전투기에 급유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해외 공군 훈련에 참가하여 합동 연합작전에 보다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KC-330 시그너스(Cygnus)는 2015년 6월 30일 대한민국 공군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인 KC-X 사업에서 보잉의 KC-46와 경쟁 끝에 도입 기종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2019년까지 총 4대가 도입되어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에 배속됐다. KC-330 도입으로 우리 공군은 원거리 공중작전 능력을 향상하여 독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효과적인 공중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현재 한반도 주변의 안보 공역 상황이 19세기 패권 경쟁과 유사한 상황임에 비춰 우리 공군이 필요로 하는 불특정 주변국으로부터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의 극대화에 기여할 것이다.
KC-330 급유기 1대 급유능력은 F-15K기 최대 10여 대, KF-16기 최대 20여 대이며 공중수송은 병력 300명, 화물 71톤에 달한다. 지금까지 우리 공군이 주변 적성국의 정찰기 등이 KADIZ에 무단 진입할 경우에 F-15K 등 주력 전투기 10여 대가 순차적으로 출격해 교대로 대응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공중급유기의 도입으로 미식별 공중 표적에 대한 식별 및 저지에 최소의 전투기를 투입해 대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동해와 남해 영공 방어에 있어 획기적인 작전 수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F-15K 전투기는 독도에서 30분, 이어도에서 20분, KF-16의 경우 독도에서 10분, 이어도에서 5분이라는 제한된 공중작전을 수행했지만 KC-330이 투입되면 약 1시간 정도의 작전 시간이 확장되어 ‘최대 출력, 최대 속력’ 개념의 공중작전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국내외 연합 공중작전, 국제평화유지활동(PKO), 해외 인도주의 지원(HA)/재난구조(DR) 작전 그리고 재외 국민 구조(NEO) 작전 능력 향상등에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이번 피치블랙에 참가한 KC-330의 참가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UAE나 싱가포르처럼 운용 전투기가 적음에도 공중급유기를 다량 보유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공군도 공중급유기의 추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적어도 4대 이상의 급유기를 추가하여 한반도 공역에서 우리 공군이 끊임없이 임무를 수행하며 조국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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